[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온라인 채널의 득세로 화장품 로드숍의 자금난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니스프리 가맹점주들이 아모레퍼시픽을 상대로 무책임경영을 규탄하며 상생협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가맹본부의 '할인금액과 수수료 등 비용의 부당 전가'와 '면세점 불법유통 방관' 등을 문제 삼았다. 반면 이니스프리 브랜드를 전개하는 아모레퍼시픽 측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당분간 이들 시각 차가 좁혀지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쪽 입장이 양극단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데다 협의회가 정부와 국회로 해당 현안을 끌고 갈 것을 예고해서다.

전국이니스프리가맹점주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지난 19일 오후 4시 40분께 서울 용산구 소재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었다. 허광용 협의회 부산경남지회장이 사회자로 나선 가운데 이날엔 장명숙 협의회장과 부회장,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 등이 참석해 발언을 이어갔다.

협의회는 "본사의 장밋빛 계획과 약속에 기꺼이 투자한 이니스프리 로드샵 가맹점 다수가 현재 권리금은 고사하고 누적되는 적자에 못이겨 문을 닫고 있다"면서 "진정한 상생정책 도모로 대기업다운 상생정책을 보여달라"고 주장했다.

지난 19일 아모레퍼시픽본사에서 전국이니스프리가맹점주협의회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지난 19일 아모레퍼시픽본사에서 전국이니스프리가맹점주협의회가 집회를 벌이고 있다. (사진=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이들이 본부뿐만 아니라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쟁점화되기를 원하는 현안은 크게 3가지로 집약된다. 

먼저 이니스프리의 마이샵 제도가 오히려 소비자 결제 시 가맹점주 부담금을 가중시킨다는 주장이 거론됐다. 마이샵은 이니스프리가 직영몰에서 발생한 수익 가운데 일부를 소비자가 특정한 가맹점에 이관하는 제도로 지난해 말부터 시행됐다. 이들은 "이니스프리는 업계에 전무한 온·오프 상생정책인 마이샵제도를 선도적으로 시작했지만 사드 이후 어려움을 겪자 해당 제도를 악용하고자 했다"면서 "본부는 로드숍 소비자들을 온라인 이용자로 빼돌리고 무분별한 할인정책을 펼쳐 점주들을 곤란하게 했다"고 역설했다. 본사가 온라인망 수수료와 배송비 등을 점주들에게 온전히 전가하고 온라인으로의 급격한 소비자이탈을 감행토록 해 로드샵 몰락에 일조했다는 게 협의회 측 설명이다.

면세점업계에 팽배한 불법 화장품 판매 문제도 지적했다. 현재 시내 면세점에선 국산 면세품을 구입할 시 내국인들의 경우 공항 출국장에서만 수령 가능하다. 반면 외국인들은 면세품 현장인도제를 통해 물품을 즉시 인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협의회는 "업계에서 국내 불법유통이 쉬쉬하는 바람에 물품이 가맹점주들의 본사구입가보다 낮은 가격에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있다"면서 "조직적 대리구매 등으로 악용되는 면세화장품 현장인도제 남용 보완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면세점 화장품 용기에 '면세용'을 명시하는 표기제를 시행할 것도 촉구했다. 면세점 화장품이 국내시판 화장품과 구별되도록 용기와 포장상자에 한글과 영문으로 표시해야 한다는 게 협의회의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아모레퍼시픽의 판촉비용 산정방식이 가맹점의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협의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판촉활동 시 발생하는 할인금액에 대해 가맹점주로 하여금 3분의 2만큼의 금액을 부담토록 하게 했다. 복잡한 산정법과 불규칙한 정산금 지급에 따라 가맹점의 자금난이 심해지고 있다는 게 이들 얘기다. 이와 관련 김태연 이니스프리 옥천점주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선자금을 여신으로 넣고 물건을 매입 중인데 본사에서는 잦은 할인을 개진하며 할인액을 점주에게 불공정하게 전가했다"며 "수익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이같은 판촉행사로 인해 가맹점의 보유현금은 점점 바닥나고 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화장품업종 가맹점주 피해사례 발표 및 현안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화장품업종 가맹점주 피해사례 발표 및 현안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하지만 이같은 점주들의 항의에 대해 본사는 "시비를 떠나 시각 차이가 존재하는 부분들이다"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먼저 '마이샵 소비자 결제 시 가맹점이 본사비용을 과다 부담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회사는 "우리가 선도적으로 기획한 옴니채널 시너지 프로그램은 소비자와 가맹점 간 거래 시 가맹본부가 배송을 대행해주는 개념에서 비롯됐다. 온라인망 수수료와 결제수수료, 배송비 등 3개 항목은 애초에 가맹점주가 부담하기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라며 날 선 반응을 내놨다. 회사는 현재 온라인망 수수료는 업계 최저 수준이지만, 결제수수료에 대해선 더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도 밝혔다.

면세점 불법유통 방관 의혹에 관해선 "회사차원에서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라며 부인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세트상품 다수의 단상자 표면에 영문으로 '면세용'임이 표기돼 있다. 면세점 차원에서도 제품당 구매수량을 제한하는 '면세판매수량 제한'을 둬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불법유통을 방관한다는 얘기는 성사되지 않는다는 게 사측 의견이다.

할인정산의 부당성에 대해서도 강경한 사측 입장을 전했다. 본사 관계자는 "이니스프리의 할인행사 비용 분담은 가맹점과의 협의를 거친 것으로 가맹본부가 현재 절반 이상 부담하고 있다"면서도 "분담 비율 산정 기준은 상품 매입가(공급가)가다"고 했다. 통상 화장품제조업계에선 공급가를 할인금액 산정 방식의 기준으로 택하고 있으므로, '소비자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자는 점주들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기준으로 변경하게 되면 사실상 가맹점이 지는 비용은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19일 네이처리퍼블릭, 더페이스샵, 아리따움,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등 5개 화장품 브랜드 가맹점주들은 공동 현안 대응을 위해 '전국화장품가맹점연합회'를 공식 발족시켰다. 이 단체엔 가맹점주 5000명 가량이 속해 있다. 이들 연합회는 김병욱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차원에서 애로를 겪는 현안 제기를 할 예정이다. 또 관세청과 공정위 등에 면세점 불법유통과 할인 정산율 정상화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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