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대한항공이 주주총회(주총)를 앞두고 연일 시름하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한항공 노동조합 등이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이사 연임 반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행동주의사모펀드 KCGI가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한진칼과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다. 고소와 고발이 난무하는 만큼 당분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18 관련 업계에 따르면, 참여연대와 민변 등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반대 운동을 선언했다. 구체적으로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 등을 통해 주총에서 조 회장 연임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참여연대 등은 조 회장이 배임·횡령·사기 등 다양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지난 20여년 간 조 회장이 사내이사로서 책임을 소홀히 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가치를 크게 추락시켰다고 주장했다.

사태는 점점 심화되는 모양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와 조종사 노조는 현재까지도 대한항공 사측을 의결권 위임 강요죄 등으로 고발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이 우리사주 직원에게 회사에 우호적인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강요한다는 이유다. 대한항공 사주 지분율은 2.87%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참여연대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이사 연임 반대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고정훈)
지난 5일 참여연대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이사 연임 반대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고정훈)

참여연대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이메일 등을 통해 직원들에게 의결권 행사를 권유하고 있다"며 "권유나 안내라고는 하지만 직원 입장에서는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반대하기 어려워 사실상 강요에 가깝다"고 했다. 또 "현재 대한항공 직원들이 전화를 걸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중에는 혹시 모를 불이익이 두려워 참여연대 등에 위임의사를 밝힌 뒤 다시 철회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대한항공이 저지른 노조 탄압 행위으로 볼때 이번 사건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부분이 충분하다. 이번 고발로 모든 의혹이 밝혀지길 바란다"며 "현재 의결권 위임에 관해 해외에서도 관련 문의가 올 정도다. 반드시 이번 주총에서 연임 반대를 실현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단순한 안내 정도에 불과하다. 강요는 없었다"며 해당 의혹을 부인했다.

이런 갈등은 한진칼과 KCGI 사이에서도 줄다리기처럼 이어지고 있다. 한진칼 2대 주주로 등극한 KCGI는 그동안 한진칼 경영 개입에 대해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양측 갈등은 사실상 예견된 일이었다. 앞서 KCGI는 신임 감사와 사외이사 2명을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한진에 냈다. 이에 한진측은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KCGI는 법원에 안건상정가처분 인가신청을 냈다. 법원은 KCGI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한진측은 고등법원에 항고하는 한편, 법원이 판단을 내릴 때까지 해당 안건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다음날 KCGI는 입장문을 내고 "건전한 주주제안마저 봉쇄하는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진칼도 물러서지 않았다. "적법한 경영행위"라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총은 각각 오는 27일, 29일 열릴 예정이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한진칼 주총이 오는 27, 29일에 열릴 예정이다 (사진=대한항공 홈페이지)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한진칼 주총이 오는 27, 29일에 열릴 예정이다 (사진=대한항공 홈페이지)

한편, 대한항공은 지난달 13일 ‘한진그룹 비전2030’을 발표했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가치 극대화와 경영 투명성 강화 등을 강화하고, 오는 2023년까지 매출 22조원, 영업이익을 10%로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비전2030에는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그간 KCGI는 한진을 상대로 유휴부지를 처분하라고 주장해온 상황이다.

송현동 부지는 한진그룹이 지난 2008년 2800억원에 매입한 땅이다. 7성급 호텔 설립 등 서울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설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서울시가 기존 1종 일반 주거지 용도 변경을 불허하면서 계획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1종 일반 주거지 용도 부지에서는 4층 이하 주택만 지을 수 있다. 즉 한진 입장에서는 7성급 호텔이 ‘계륵’으로 전락한 셈이다.

현재 많은 부동산 관련 업체들이 송현동 부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알려진다. 한동안 이만한  조건을 가진 부지가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이중 직접적인 인수업체로 거론되는 곳은 부동산 종합그룹 엠디엠(MDM)과 신영 등이다. 신영 관계자는 “사실 무근”이라며 부인했다. 엠디엠 관계자도 “확인 후 연락하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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