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양대규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19년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 산업에 대한 특별한 계획은 없으며,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20~30%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상반기 실적도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과 2018년의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해 업체들이 반도체 공급량을 증가시켰고, 사이클이 끝나자 악성 재고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단가가 떨어진 것이 실적하락까지 연결된다는 것이다.

국내 메모리 대 비메모리, 9:1 비율

이런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호황에서 불황으로 이어지는 사이클은 지난 20년간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때마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기형적인 구조를 지적하며,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당시 국내 메모리 반도체 생산 중심 기업들도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에 도전했다. 그때마다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전 세계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한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더 집중했다.

그 결과,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의 생산 비중이 생산액 기준으로 9:1이라는 격차를 보였다. 국내 반도체 산업 초창기인 1997년 비메모리 반도체의 비중은 21%를 기록했다. 당시 정부와 산·학·연 전문가들은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된 산업 구조의 변화를 위해 ‘시스템 IC 2010’ 등의 시스템 반도체 육성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경쟁에서 살아남은 것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43% 정도 밖에 안된다. 2017년 기준 메모리 시장의 규모는 1240억 달러, 비메모리 시장 규모는 2882억 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은 메모리 시장의 58%를 점유하고 있지만, 비메모리 시장에서는 3%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비메모리 적극 투자…SK하이닉스는 ‘글쎄?’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비메모리 반도체에서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삼성전자는 긍정적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를 육성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삼성전자)

지난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메모리 업황 악화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기보다 아직 메모리에 비해 갈 길이 먼 비메모리 사업을 육성하겠다"며 "2030년에는 메모리 1위는 물론 비메모리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고 비메모리 분야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비메모리 분야인 파운드리 사업과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삼성전자는 ▲EUV(Extreme Ultraviolet, 극자외선) 장비를 이용한 7나노(nm) 미세공정 파운드리 사업 확대 ▲모바일AP·이미지센서 경쟁력 강화 ▲차량용 반도체 개발 등을 진행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파운드리 부문은 (전 세계적으로) 7나노 경쟁이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 양강 구도로 흘러갈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기관 자료에서도 (올해 파운드리 업계) 매출 2위를 차지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 4위에서 올해는 2위로 반영될 것”이라며,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성과에 대해서는 “단기간의 성과보다도, 장기적인 계획으로 꾸준히 성장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대부분의 사업이 메모리 분야에 집중하고 있으며, CMOS 등 비메모리 반도체를 일부 생산하지만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이밖에 SK하이닉스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이 미국 반도체 설계·제조업체 사이프레스와 합작 업체를 다음 달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비메모리에 대한 특별한 계획은 없다”며, “비메모리는 CMOS라고 불리는 CIS를 생산한다. 전체 매출에서 비중은 상당히 작다”고 말했다. ‘그려먼 반도체 산업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디지털투데이의 질문에 업체 관계자는 “지난 4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이에 관해 말한 적이 있다”며, “2019년 하반기로 가면서 서버 고객들의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 발표나 계절적 이벤트, 상반기 내에는 그들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어 하반기 수요는 점점 개선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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