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카카오가 전기자전거 시범 서비스에 돌입했다. 노란 자전거가 판교 곳곳에서 보였다. 여기에 카카오게임즈의 상상력까지 가미된다면? 판교의 거리 풍경이 다소 달라질 지 주목된다.

각종 기술기업들이 모여 있는 판교는 IT기자들이 자주 찾는 도시다. 아직도 새 느낌이 나는 큼직큼직한 빌딩들은 판교가 첨단산업의 메카임을 느끼게 하지만, 이동할 땐 조금 고민되긴 하다.

자주 들리는 엔씨소프트와 NHN엔터테인먼트 빌딩은 판교역에서 도보로 각각 15분,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걸음이 조금 느린 편인 본인은 거의 20~30분은 걸린다. '걷기엔 적당한 시간이지 않나' 싶다면 그것은 판교의 여름과 겨울을 모르는 이일 것이다. 여름엔 나무 그늘 하나 없는 아스팔트를 걷다 익고, 겨울엔 빌딩 사이로 불어오는 칼바람에 아리다. 그렇다고 출퇴근 시간 꽉찬 버스를 타자니 한숨이 나오고, 버스로는 금방이니 '그냥 걸을까'하는 오기가 생기곤 하는 애매한 거리다.

판교 곳곳에서 카카오 T 바이크가 보였다.
판교 곳곳에서 카카오 T 바이크가 보였다.

카카오 T바이크 직접 이용해 보니

그러던 와중 지난 6일부터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전기자전거 ‘카카오 T 바이크’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서비스 지역은 경기도 성남시와 인천광역시 연수구다. 이용방법은 카카오 T 앱에서 전기자전거의 위치를 확인해 자전거에 부착된 QR코드나 일련번호로 인증한 뒤, 목적지까지 이동하면 된다. 

판교역에서 내려 앱을 보니 3번 출구 쪽에 3대 정도의 카카오 바이크가 있다고 떴다. 그 중 하나를 선택해 부착된 QR코드를 찍었다. 자동으로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났다. 무턱대고 핸들을 잡고보니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탄 것이 5년 전이었다. 받침대를 어떻게 풀었더라, 잠시 허둥지둥하다 2분 정도가 걸렸다. 자전거가 이동이 돼야 금액이 산정되기 때문에 요금은 부과되지 않았다.

카카오맵에도 자전거 길찾기 메뉴가 신설이 됐다. 현 위치에서 NHN엔터 빌딩을 찍었더니, 5분이 찍혔다. '체험기를 쓰기엔 조금 짧지 않을까' 했지만 기우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총 20분이 걸렸다. 

카카오맵에서 확인한 길찾기와 예상 시간(좌), 실제 이동 시간과 요금(우)
카카오맵에서 확인한 길찾기와 예상 시간(좌), 실제 이동 시간과 요금(우)

판교역을 빙 둘러서 가는데, 공사하는 곳이나 바닥이 깨져 덜컹거리는 구간이 다소 있었다. 카카오 T 바이크는 24인치와 20인치 크기의 전기자전거로, 자전거 도로에서 운행할 수 있다. 도보와 자전거 도로는 중간 중간 횡단보도가 많아 기다리는 시간도 꽤 있었다. 하지만 오래 걸린 이유 중 가장 컸던 것은 속도 때문이었다. 

카카오 T 바이크는 일반 자전거와 달리 페달을 밟으면 모터가 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동돼 적은 힘만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실제로 페달을 반바퀴만 굴렀을 뿐인데 앞으로 확 나가 브레이크를 누르는 것이 다반사였다. 안전을 위해 20km/h 속도 제한을 두었는데, 겁쟁이에겐 정말로 다행이었다. 파란불을 기다리며 본 전동킥보드를 보고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자전거도로로 올라가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도 보다 쉽고,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는 점은 좋았다. 또 하나 편리한 점은 별도의 거치대가 없어 대여와 반납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이용 후 잠금장치를 잠그면 자전거 이용이 종료되고 요금이 자동으로 결제된다. 이용 요금은 최초 15분간 1,000원이며, 이후 5분에 500원씩 추가된다. 보증금 1만원을 선지불해야 이용 가능하며, 보증금은 이용자가 원하는 시점에 언제든 환급 받을 수 있다. 

이용을 종료할 때는 가능한 구역 내에 주차한 뒤 잠금장치를 잠그면 된다.
이용을 종료할 때는 가능한 구역 내에 주차한 뒤 잠금장치를 잠그면 된다.

"생각 보다 비싸네" 출퇴근 커피 한잔의 여유 포기?

20분의 라이딩으로 1,500원이 나왔다. 4월 5일까지 카카오 T 바이크를 처음 이용하는 고객 중 선착순 10만명에게 기본요금(1,000원)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 덕분에 500원이 결제됐다. 

출퇴근 시 타기에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특히 신분당선은 요금이 비싸 1,000원 정도를 다른 노선보다 더 지불한 상태였다. 매일 출퇴근 시 3,000원 정도가 추가된다면 커피 한잔의 여유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사기업과 지자체는 그 목적 자체가 다르지만, 서울시가 운영하는 '따릉이'의 경우 일일권 1시간이 1,000원인 점과도 비교되는 것이 사실이다.

한편 이번 시범 서비스는 경기도 성남시와 인천시 연수구에서 각각 600대와 400대, 총 1천여대로 진행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 하반기 정식 출시에 맞춰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자 다양한 지자체와 협의중이며, 전기자전거를 3천대 이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이미지=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이미지=카카오게임즈, 카카오모빌리티)

그리고 케이미피케이션...자전거 라이딩에 게임 요소 심는다

카카오 T 바이크를 타면서 떠오른 인물은 오히려, 카카오게임즈의 남궁훈 대표였다. 유쾌하고 활동적인 성격의 남궁 대표는 'LifeMMO', 즉 일상의 게임화를 강조한다. 지난 8일엔 아예 카카오게임즈에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신사업 자회사 라이프엠엠오(Life MMO Corp.)를 출범시키며 대표도 맡았다.

게이미피케이션은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미·보상·경쟁 등의 요소를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기법이다. 자전거 마니아로도 유명한 남궁 대표는 지난해 11월부터 자전거 라이딩에 추격, 던전 등 게임적 요소를 넣는 '프로젝트R'(가칭)을 개발해 왔다. 5명 정도 규모로 시작된 팀을 회사로까지 키워 개발 전문성 및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아직까지 '프로젝트R'의 실체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걷기나 자전거 등 어떤 종목인지, 카카오 앱 내에서 구동될지 등 내부적으로도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카카오게임즈 측 답변이다. 

일각에선 '나이키 런 클럽'이나 국내 '런데이'와 같이 도전과제를 주고 달리기 운동을 장려하는 식을 전망한다. 남궁 대표는 신년사에서 "우리는 게임 유저층이 아닌 나이키의 유저층들을 향해 새로운 도전을 해나아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요즘 남궁 대표가 '포켓몬 고'를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다는 소문에, 이와 비슷한 게임도 후보로 거론된다. 자본금을 공동 출자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위치기반서비스(Location Based Service) 기술 또한 콘텐츠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물론 이미 출시되고 예상 가능한 콘텐츠가 나온다면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다. 남궁훈 대표가 특유의 재치로 몇 년 전 포켓몬 고 열풍과 같은 무언가를 만들어낼 지 주목된다. 야외 이동 활동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겠다는 ‘프로젝트R’, 카카오 바이크와의 첫만남은 재미보단 긴장감이 더 컸지만 게임이 접목돼 나올 시너지에 살짝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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