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작년 12월 전파를 발사했던 우리나라 5G 이동통신 서비스가 시작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번 달 5G 스마트폰 상용화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 상용화 선언을 위해서는 단말 출시, 네트워크 구축, 요금제 출시, 이용자 등 여러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이런 가운데 본격적인 5G 상용화가 4월에 시작된다고 해도 조기 안착에 대한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5G 서비스 초기의 경우 기존 4G인 LTE에 비해 속도 차이가 거의 없다. 또 5G 투자비용 등에 따른 고가 요금제 출시가 예상돼 소비자를 유혹(?)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LTE의 경우 출시 이후 1년 반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하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그러나 5G의 경우 LTE 때와 같을 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관계자들이 많다. 결국 스마트폰 차별화와 요금에 달려있는데, 현재 상황으로서는, LTE 보다 요금 경쟁력이 있어야 가입자를 끌어 모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근 과학기술정토통신부는 요금 인가제 대상인 SK텔레콤의 5G 요금제를 ‘고가 · 대용량 중심’이라는 이유로 반려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SK텔레콤이 5G 이용약관 인가를 신청해 와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를 개최했지만 반려를 결정했다”며 “5G 요금제가 대용량 고가 구간만으로 구성돼 있어 대다수 중소량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우려가 커 보완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말했다.

정부 "5G 요금제에 저가 구간도 필요하다"

사실 5G 요금제 인가 반려와 5G 스마트폰 상용화 지연은 아무 상관이 없다. SK텔레콤이 요금 인가제 대상자이긴 하지만 빠르면 2주 안에 승인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5G 스마트폰이 이번 달 29일 출시돼, 이 때를 상용화 시점으로 가정한다고 해도 SK텔레콤은 오는 15일까지만 인가 신청을 하면 된다. KT나 LG유플러스의 경우 신고제 사업자다. 만약 SK텔레콤이 LTE 요금제와 비슷한 5G 요금제를 다시 만들 경우 정부는 2주 안에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 LTE 서비스 초기의 경우 SK텔레콤 등 이통사는 LTE 요금제로 3G 요금제와 비슷한 가격에 데이터를 더 많이 제공했지만, 대신 무제한 데이터는 서비스하지 않았다.

다만, 5G의 경우 SK텔레콤이 5G 망구축에 따른 초기 투자비 등의 요인으로 대용량 고가 요금제만으로 요금제를 구성한 것에 정부가 이를 반려했다. 이통사들은 5G 서비스 출시로 ‘업셀링’(Up-selling, 고객이 구매하려던 것보다 가격이 더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 등을 구입하도록 유도하는 판매방식)을 원하고 있다. 정부는 5G 요금제 출시로 인한 이통사의 업셀링 효과를 연 8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LTE 때도 투자비가 높았다는 점을 봤을 때, 저가 구간 요금제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측 생각이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기획조정실장은 “5G 이동통신 요금제 인가 심의에서 SK텔레콤의 요금제 방안에 저가 구간이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LTE에도 저가구간이 있던 점을 감안하면, (고가 구간만 제출했던) 5G에서도 이런 부분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LTE가 출시 1년 반 만에 가입자 1000만을 돌파한 이유는 3G 대비 빠른 속도와 3G 보다 저렴한 요금제였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초기 5G 서비스의 속도는 기존에 비해 월등하게 빠르지 않다. 심지어 5G 단말의 경우 LTE 폰보다 20% 정도 더 비쌀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5G 요금이 7만원대 이상 고가 요금제로만 구성된다면 LTE 때와 달리 가입자를 모으기 쉽지 않다.

서비스는 발전하는데, 왜 통신요금은 내려가야 하는가?

본격적인 5G 시대가 되면 이동통신 서비스 속도는 이론상 최대 20배 빨라지게 된다. 이에 따른 차별화된 서비스도 등장하게 될 것이다. 서비스(제품)가 전에 비해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다. 물론 소비자들은 그에 맞는 비용 부담을 하는 것이 시장원리다. 그러나 유독 이동통신 분야에 있어서는 당연한 시장원리가 통하지 않는다. 통신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공공재’적인 성격 때문이다.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자와 대다수 국민이 쓰는 서비스라는 근본적인 부분이 상충한다. 일종의 딜레마다. 박리다매 형식으로 싼 값에 5G 요금을 책정해서 서비스를 안착하기에는 시장포화 탓에 사업자(이통사)의 결정이 쉽지 않다. 또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따라 요금을 올리기도 무리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LTE 초기 저렴한 요금제가 나왔던 이유는 3G 요금제 자체가 3G 초기에 비해 (낮아지지 않고) 큰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까지는 이통사는 국민을 배려하지 않고 돈벌기에 더 치중을 했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후 정부의 개입이 본격화 되면서 강력한 요금인하 정책이 시작됐다. 그는 이어 “LTE의 경우 정부의 요금 인하 정책에 따라 크게 개편됐는데, 이와 연계된 5G 요금제 출시는 사실상 힘들다”라고 주장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5G가 LTE 성공 신화를 재현하려면 이통사들이 LTE 초기에 3G 요금제보다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은 것처럼 5G 역시 LTE 보다 경쟁력 있는 요금제를 출시해야 한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전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폴더블의 경우 200만원이 넘고 5G 폰도 LTE 폰보다 더 비쌀 것이 유력하다”며 “5G 서비스가 초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LTE보다 더 저렴한 요금제를 구성하거나 최소한 비슷해야 한다”고 말했다.

LTE 서비스 초기 3G 요금제와 LTE 요금제 비교
LTE 서비스 초기 3G 요금제와 LTE 요금제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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