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당신은 개발자다. 당신이 개발한 앱을 2주 동안 쓰고 있다. 그렇다면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다른 아이폰 사용자가 당신의 앱을 사용하는 것이다.”

지난 2008년, 연단에 선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애플의 앱스토어를 세상에 알렸다. 그 이후, 앱스토어에서의 수많은 앱이 출시됐고 1000억 번 이상 다운로드됐다. 개발자들은 400억 달러(약 45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고, 구독과 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익만 해도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

인류의 생활방식이 스마트폰 이전과 후로 나뉜다면, ‘앱’은 핵심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스마트폰은 앱을 구동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앱 생태계를 예언하며, 그 플랫폼인 앱스토어를 구축했다. (사진=앱스토어) 

이제 ‘앱’ 경제 이후, ‘봇’ 경제가 태동하고 있다.

봇, 새로운 앱이 될까?

현재 봇 경제 대부분은 기업 수준으로, 여러 기업이 챗봇의 형태로 봇을 활용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금융 관련 상담 기능을 가진 챗봇이 있다. 현대카드는 IBM과 협업해 AI 챗봇을 도입해 고객 서비스에 활용 중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고객(사람)이 상담원(사람)에 곧장 통하는 방식이었다면, 모바일 상의 챗봇 도입으로 간단한 안내와 같은 반복 작업은 봇이 처리하고, 복잡한 설명은 인간이 하게 됐다. 1~2년의 적응기가 끝나면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봇경제가 주목받는 이유는 앱과 마찬가지로 ‘누구라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수 있다. 마치 앱스토어에서 앱을 올리고 사고팔듯, 봇을 올리고 사고 파는 시장이 형성될 조짐이 보인다.

기업 시장에서는 이미 봇스토어가 등장했다. RPA 기업인 오토메이션 애니웨어의 경우, 자사 플랫폼을 통해 봇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봇스토어에 공개된 봇은 약 500여 개로, MS, 구글, 오라클 등 다양한 기업의 자신들이 개발한 RPA 봇을 올려두고 있다.

물론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제작된 봇들이기 때문에 별도의 금액을 지불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토메이션 애니웨어는 봇을 업무 자동화 솔루션으로서 제공해, 기업 컨설팅 후 적절한 봇을 제작해주기도 한다. 오토메이션 애니웨어에 따르면, 현재까지 각 기업에서 운용 중인 디지털 봇은 약 80만 개에 달한다. 

오토메이션 애니웨어의 봇스토어에는 기업이 제작한 RPA봇이 등록돼 있다.(사진=오토메이션 애니웨어)

오토메이션 애니웨어의 봇이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면, 개인을 타깃한 봇 서비스도 있다.

협업 툴 기업인 슬랙(Slack)은 메신저 내 슬랫봇 기능을 도입해, 사용자가 설정한 알람이나 필요한 메시지 정보를 크롤링할 수 있다. 스타트업 디지(Digit)는 은행 계좌와 연결해 대화형 챗봇을 통해 거래를 처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여행사인 파나(Pana)는 고객이 챗봇으로 문자를 보내면 사람이 아닌, 봇이 알아서 여행 예약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지금 누구라도 앱을 만들고 등록할 수 있듯, 개인이 봇을 제작하고 등록하고, 또 직접 구매해 생활에 사용하는 봇스토어의 등장을 예상할 수 있다.

SNS에서는 일반 개인도 이미 활용 중

이미 개인이 제작하는 봇의 유사한 형태는 SNS 상에 널리 퍼져 있다.

트위터에는 ‘넷플릭스봇’ ‘책봇’ 등 같은 계정이 존재한다. 이 ‘OO봇’은 해당 주제에 관련된 멘션만 모여 팔로워에게 보낸다. 수많은 정보가 떠다니는 인터넷에서 특정 정보를 크롤링하는 봇인 것. 알아서 정보를 찾아주는 봇을 통해 사용자는 반복적인 일을 덜 수 있다.

물론 봇계정의 실제 작성자가 사람인 경우도 있지만, 트위봇(twittbot) 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별도로 제작할 수 있다.

트위터에는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크롤링해주는 트윗봇이 다수 있다. (사진=트위터)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뉴스나 정보를 받을 수도 있다. 

텔레그램은 지난 2015년 봇 API를 공식 발표했다. 타사 메신저 서비스는 기업이나 허가받지 않는 비공식 봇을 차단하지만, 텔레그램은 아예 공개해 봇을 만들라고 지원한 것이다. 텔레그램에는 뉴스나 속보, 스포츠 소식 등 사용자가 설정한 정보를 ‘알아서’ 가져다주는 봇이 존재한다.

정보 습득을 넘어 일상 생활로 넘어갈 수 있을까?

봇은 ‘같은 작업을 여러 번 연속적으로 수행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뜻한다. 이에 관련, 이영수 오토메이션 애니웨어 한국 지사장은 “세 번 이상 반복하는 작업은 모두 봇으로 만들 수 있다. 또 그렇게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앱을 통해 인간의 삶이 생산적으로 변했다면, 봇의 일상화는 인간의 삶을 시간을 줄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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