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창선 기자] 기업의 클라우드 전환 전략을 이야기할 때 늘 빠지지 않는 주제어가 있다. ‘멀티 클라우드’ 전략이다. 투자자가 위험 회피를 위해 따라야 하는 원칙을 빗대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고 말한다. 클라우드도 마찬가지다. 특정 업체의 기술과 서비스에 종속되는 것을 피하는 한편 구독 계약 측면에서 협상의 우위에 서기 위해 많은 기업이 멀티 클라우드를 선호한다. 

이런 시장의 선호는 판매하는 쪽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클라우드 사업자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는 업체들 대부분이 여러 사업자의 서비스를 공급한다. 영업, 컨설팅, 구축, 지원을 담당하는 파트너 역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이다. 

관련해 기업의 멀티 클라우드 선호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설문 조사가 발표되었다. 기술 자산 관리 솔루션 기업인 플렉세라(Flexera)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RightScales State of the Cloud Report 2019)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중 멀티 클라우드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응답한 곳의 비중이 84%에 달했다. 참고로 조사를 수행한 곳은 플렉세라에 인수된 라이트스케일이다. 라이트스케일이 발표하는 클라우드 도입과 사용 현황 그리고 사용자가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조사 내용은 포브스, 컴퓨터월드 등 유력 매체에서 동향 기사에 작성 시 참조하는 정보다. 

멀티 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응답자를 세분화해보면 하이브리드 운영 비중이 58%로 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년 조사 때 51% 였던 것이 더 늘어난 수인데,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하이브리드 제안에 열을 올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제안에 적극적으로 나선 곳은 마이크로소프트, IBM, 오라클 등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분야의 오랜 실력자들이다. 이들 제안의 핵심은 현재 운영하는 시스템을 하이브리드 환경으로 옮긴 후 차차 네이티브 클라우드 방식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전용 어플라이언스와 매니지드 서비스가 지원되므로 기업은 변화에 대한 부담 없이 클라우드 여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업체가 기업에 전하는 메시지다. 

공용 클라우드 시장의 강자인 AWS 역시 이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VM웨어, 델 EMC, HPE 등 손을 잡고 솔루션 준비에 나섰다. 클라우드 기술을 선도하는 구글 역시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이라는 하이브리드 솔루션 베타 버전을 선보이며 경쟁에 합류했다. 구글의 제안은 파격적이다. 기존 시스템을 옮길 것이 아니라 하이브리드 환경에서 처음부터 클라우드 네이티브 환경으로 넘어가라고 제안한다. 

많은 기업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합한 일체형 어플라이언스 중심의 접근을 하지만 구글은 쿠버네티스 기반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제공을 하이브리드 전략의 방향으로 잡았다. 하드웨어는 무엇을 써도 상관없다는 것인데, 오픈 소스와 개방형 표준 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깔린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멀티 클라우드를 지향하는 기업의 공용 클라우드 사용 현황을 보면 역시 AWS 비중을 가장 크게 가져가는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공용 클라우드 업체들이 영업에 총력을 기울이는 대상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다. 대기업은 한번 잘 영업이 이루어지면 지속해서 매출을 크게 가져갈 수 있고, 스타트업은 게임 등 이른바 처음에는 미미하지만 잭팟을 터트릴 경우 대기업 못지않은 클라우드 큰손이 된다는 이유로 영업에 집중한다. 이번 조사 결과를 봐고 중소기업보다는 역시 대기업의 씀씀이가 확실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클라우드 이용 기업의 가장 큰 관심사인 비용의 경우 현재 클라우드 이용 관련해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지에 관해 물은 결과 27%의 응답자가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사용 현황을 바탕으로 플렉세라가 추정한 결과 조사 대상 기업 중 35%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클라우드 업체의 광고 문구 중 세어 나가는 비용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갈수록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클라우드 서비스 발전 속에서 현명한 소비자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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