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창선 기자] 영국에 기반을 둔 벤처캐피탈 기업인 MMC 벤처가 유럽 지역 AI 스타트업 관련 보고서(The State of AI: Divergence 2019)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AI가 왜 중요한지, 현재 기술 수준이 어느 정도에 와 있는지, 유럽의 AI 스타트업 현황은 어떤지 등이다. 

이중 AI 스타트업 현황 조사 내용에 흥미로운 대목이 등장한다. 유럽 AI 스타트업 중 40%가 실제로 AI 프로그램을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AI 범주에 속하는 스타트업 중 40%가 실제 AI와 상관없는 간판만 내건 기업이었다. 

MMC가 이번 보고서 작성을 위해 조사한 AI 스타트업은 유럽 13개국에서 활동 중인 기업 2,830개이다. 참고로 유럽 AI 스타트업의 성지는 영국이다. 

영국 MWC 벤처가 발표한 유럽 지역 AI스타트업 보고서
영국 MWC 벤처가 발표한 유럽 지역 AI스타트업 보고서 중 유럽 13개국의 AI스타트업 현황

스타트업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써드파티 업체를 참조해 찾은 AI 스타트업들을 하나하나 살펴본 MMC의 결론은 충격에 가깝다. 2,830개 기업 중 AI 스타트업이라 부를 수 있는 곳은 1,580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기업은 제품과 기술 소개 자료를 아무리 찾아봐도 AI 기술이 적용되었다는 내용을 찾기 어려웠다고 한다. 

이번 MMC 보고서 99쪽에 담긴 한 줄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AI가 주력이 아닌 이들까지 왜 AI 열풍에 편승할까? 그 이유에 대해 MMC 연구원은 AI를 내건 스타트업은 다른 기술 기반 기업보다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50%까지 투자를 더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AI가 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란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기존 기술 기반 기업까지 가세해 AI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본다. 예전과 달리 AI 시장 진입에 대한 기술과 자원 측면의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유럽의 경우 2013년만 해도 AI 스타트업의 수가 매우 적었다. 그러던 것이 2017년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배경에는 AI 업계의 유니콘이라 할 수 있는 블루 비전 랩, 딥마인드, 매직포니, 스위프트키 같은 기업의 성공 사례와 함께 GPU 기반 컴퓨팅과 텐서플로우 프레임워크로 대변되는 AI 연구 환경의 빠른 진화가 자리하고 있다. 

대규모 컴퓨팅 자원에 투자하지 않고도 AI 연구를 해 관련 서비스나 솔루션을 시장에 내놓기 쉬워지는 가운데 하나둘 성공하는 기업들이 나오면서 AI에 승부수를 띄운 새내기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AI 관련 연구를 하다 사업 기회가 많다고 느끼고 연구실을 박차고 나온 이들이 꽤 있다.  

유럽 AI 스타트업의 설립 상황 변동 표
연도별 유럽 AI 스타트업의 설립 상황 변동 표

이는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MMC와 같이 체계적으로 조사한 내용은 없지만 한국의 AI 스타트업도 유럽과 비슷할 때에 급격히 늘어나는 패턴일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에 AI 스타트업 보고가 하나둘 늘기 시작한 때가 2017년이고, 2018년부터 스컬터랩스, 룩시드랩스, 아크릴,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 등 AI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소식이 들렸다. 그래프로 그려보면 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도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AI 간판만 내건 곳이 있을까? 100% 없다고 장담은 못 할 것이다. 유럽처럼 누군가 나서 국내 AI 산업 생태계 조사 보고서를 만들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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