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은 국내 산업을 떠받치는 기둥이자 뿌리다. 그러나 이런 위상에도 불구하고 다른 업종에 비해 관심을 덜 받는다. 왜 그럴까. 아무래도 철강이 주는 '딱딱하고 어렵다'는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쉬운 설명이 필요하다. 철강은 영어로 스틸(STEEL)이다. 그런데 영화판에서 스틸(STILL)은 한 장면이란 의미로 쓰인다. 스틸(철강) 업계의 주요 이슈를 하나하나 짚어보며 스틸(영화의 한 장면)처럼 쉽게 보여주고자 한다. 〈편집자 주〉

고정훈 기자.
고정훈 기자.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철강업계가 연이은 사망 사고로 당혹스러운 기색이다. 불과 한달 사이에 맏형 포스코를 시작으로 동국제강, 현대제철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유명을 달리했다. 현재 해당 기업들은 사고수습과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반복되는 사고 소식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매년 반복되는 인재 사고

사실 철강업계는 고위험군에 포함되는 직종 중 하나로 꼽힌다. 다름아닌 철이라는 금속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철을 제련하는데 필요한 고열, 기계, 운송 수단 등 모든 것이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양한 안전 대책이 있다고 해도 '아차'하는 순간 사고가 터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사고가 바로 끼임이다. 끼임 사고는 철을 가공하는 기계에 신체가 빨려 들어가 협착, 절단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이외에도 운반기계에 의한 충돌, 추락, 유독 가스 등 다양한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때문에 철강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직장 내 기강이 엄격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는 직장 내 부조리를 막으려는 목적이 아닌 안전에 좀 더 유의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포항제철소 1문 앞에 설치된 분향소(사진=포스코 노동조합)
지난 설연휴 김선진 씨가 포크레인 추락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포스코 노조는 포항제철소 1문 앞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사진=포스코 노동조합)

회사도 안전사고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주요 철강업체들은 매년 안전 관련 분야에 투자를 지속하는 중이다. 특히 지난해 포스코는 3년 동안 1조105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현대제철도 2013년부터 안전예산 5000억원을 3년간 투입한 바 있다.  

이외에도 철강업계들은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안전관리 부서를 새로 창설하고, 사고 원인을 분석해 안전 사고 가능성이 줄이는 등 안전 예방 관련 활동에 집중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년 철강업계 사고는 되풀이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 사망, 산재 미보고, 중대산업사고 발생 사업장 등 안전보건관리가 소홀했던 업장은 1400곳에 달한다.

이중 비금속 광물 제품 및 금속 제품 제조업 또는 금속 가공업, 즉 철강업은 75개소(5.4%)로 건설업에 이어 두번째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국내 굴지 철강업체 대부분이 이름을 올렸다. 

사고 원인과 관련 대책은?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중대재해 사고 원인을 솜망방이 처벌에 있다고 본다. 이에 사고가 발생한 기업에게는 적극적으로 기업처벌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업처벌법이란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이다.

이 의원에 따르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경우 2013년 아르곤가스 질식 사고로 인해 5명이 사망했고, 이후 매년 협착 사고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2007년부터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숨진 근로자는 3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최근 5년동안 당진제철소가 정기 감독을 받은 횟수는 8번에 불과하다. 이 의원 측은 "정기감독도 시정명령과 과태료 부과가 대부분"이라며 "매해 2000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는 현실과 대조된다"고 꼬집었다.

노동조합(노조)은 사고의 원인을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고 판단한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관계자는 "사고 책임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사고의 책임을 당사자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예전 사고 방식"이라고 일갈했다.

또 "위험한 일은 모두 외주화를 통해 열악한 환경을 조성해놓고, 이제와서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건 인정할 수 없다. 최근 '김용균 법' 등이 재정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며 "이런 열악한 구조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사고는 예견된 것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관련 기업들은 조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고에 100%는 없다. 원인은 다양하다. 아차하는 순간에 사고가 발생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년 사고 예방에 힘쓰고 있다. 외부 용역업체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다른 한편으론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사고 예방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인명사고가 한 번 발생할 때마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고위직이 줄줄이 검사를 받아야만 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사고가 나는 걸 방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강이 36년 이상된 오래된 업종인 만큼 다양한 안전 대책을 세웠다. 그러나 사고는 안전 메뉴얼 부재, 당사자 부주의 등 한가지만 있어도 발생한다. 양쪽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최근 안전사고로 노동자들이 숨진 대기업 사업장에 대해 산업안전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산업재해 보험료 제도를 개편해 기업의 외주화를 점차적으로 줄이겠다고도 했다.

2020년 1월부터는 새롭게 시행되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관리감독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유해하거나 위험한 업무의 사내 도급은 금지된다. 또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어긴 사업주와 원청회사의 처벌이 강화될 예정이다.

사고가 발생한 현대 당진제철소(사진=YTN뉴스)
지난달 20일, 용역업체 비정규직 50대 근로자가 사망한 현대 당진제철소(사진=YTN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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