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 코르파칸에 위치한 스마트팜(농장). 이 곳은 출범한지 100일이 막 지난 곳이다. 샤르자 코르파칸 스마트팜의 특징은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이라는 것이다. 증강현실(AR) 글라스와 쿨링팬 등 ICT(정보통신기술) 시스템을 통해 장애인들이 농작을 보다 편히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곳에서 AR 글라스를 직접 써봤다. 안내자가 화단에 심은 식물 중 특정 화단에 빨간 색으로 동그라미를 친다. AR 글래스에 이 동그라미가 뜬다.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리고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니 이 동그라미가 그대로 유지된다. 바로 이런 기술을 통해 이곳의 장애인들이 보다 쉽게 농작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르자 코르파칸(아랍에미리트)=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27일(이하 현지시간) 동쪽으로 2시간을 달려 샤르자 코르파칸에 도착했다. 코르파칸 외곽에 약 600㎡(180평)의 스마트팜이 기자단을 맞았다. 스마트팜 안에는 허리 높이의 재배기에서 바질, 애플민트 등 갖가지 허브와 적상추 등 채소가 수경 재배되고 있었다. 하우스 안이라 매우 더웠지만 문 옆의 대형 환풍기를 열자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KT는 이날 UAE 샤르자 코르파칸에서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 출범 100여일을 맞아 MWC 2019 출장기자단을 상대로 간담회를 열고, 구축경과 및 성과 ·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KT는 스마트팜을 포함한 농업 ICT 사업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KT는 국내의 경우 남양주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도 운영하고 있다.

KT는 지난해 11월 18일, UAE를 구성하는 7개 토후국 중 아부다비, 두바이에 이어 세 번째로 큰 토후국인 샤르자의 코르파칸 지역에 글로벌 1호 스마트팜으로 UAE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을 열었다. 이곳은 KT와 샤르자 인도주의센터(SCHS, Sharjah City for Humanitarian Services)가 공동 구축했다. 샤르자 인도주의센터는 1979년 UAE 최초로 설립된 장애인 전문기구로 장애인의 재활 및 교육, 사회복지를 지원하고 있는 정부기관이다.

UAE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은 약 600㎡(180평) 규모로 장애인에게 최적화된 시설과 첨단 ICT를 적용했다는 것이 KT의 설명이다. 하우스 규모는 90평 2연동으로 총 180평(W:16m*H:4.5m*L:25m)이다. 재배설비는 트레이방식(3라인), 채널포트방식(5식)이며 쿨링설비는 쿨링패드, 쿨링팬(4개), 물 재사용 등이다. ICT시설로는 내/외부센서, 쿨링팬, 차광막, 유동팬, LED연동, CCTV 등이 있다.

증강현실(AR) 글라스를 통해 외부에 있는 관리자가 현장에 있는 근로자에게 원격으로 실시간 교육을 하거나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내부 및 외부 센서를 통해 모든 시설을 PC나 모바일 앱으로 원격 제어할 수 있으며, 센서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UAE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에서 현지 장애인들이 허브 작물을 심고 있다 (사진=KT)
UAE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에서 현지 장애인들이 허브 작물을 심고 있다 (사진=KT)

평창올림픽 때 KT 스마트팜에 감명...장애인 고용 '모두 행복'

UAE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이 문을 열기까지 SCHS 센터장인 셰이카 자밀라(Shaikha Jameela) 샤르자 공주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다. 지난해 2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열린 평창포럼에 참석한 자밀라 공주는 KT가 경기도 남양주에 국내 최초로 조성한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아 이후 KT에 SCHS 장애인들을 위한 스마트팜을 조성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아말라 하미즈(Amala Hamiz) 스마트팜 프로젝트 매니저는 “우리는 이 스마트팜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시행과 운영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다”며 “운영 뿐 만 아니라 장애인의 고용 측면에서도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는 스마트팜은 안전한 환경의 보편적 설계에 대한 필요성이 있는데, 그 결과가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다”며 “단순히 농작물을 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사람들을 고용하고, 결국 직업을 갖게 되면서 이곳의 사람들은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KT는 농업용지와 관개시설이 부족한 UAE의 지리적 특성과 연 강수량 100㎜ 미만에 40도가 넘는 사막기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이 스마트농장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지난해 11월 열린 출범식에 자밀라 공주는 물론 샤르자 통치기구 부의장인 셰이크 사이드 빈 사크르 빈 술탄 알 카시미(Sheikh Saeed bin Saqr bin Sultan Al Qasimi)가 참석했다.
 
UAE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은 온도를 높여야 하는 국내와 달리 온도를 낮추고 농업용수 효율에 초점을 맞춰 시설을 조성하고 ICT 시스템을 적용했다. 하우스 외부는 빛 투과율이 높으면서도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폴리카보네이트를 사용했으며, 에어캡을 이용해 외부 열기의 내부 유입을 줄였다.

쿨링시스템은 에너지 소비가 적으면서도 효과적으로 온도를 내릴 수 있는 쿨링패드와 쿨링팬을 적용했다. 설정된 온도를 넘어가게 되면 물이 쿨링패드로 흐르게 되고 쿨링팬이 동작하면서 공기가 쿨링패드를 통과할 때 물이 증발하면서 온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하우스는 외부보다 약 10도 가량 온도가 낮게 유지된다. 이런 방식으로 스마트팜 내부는 27~28℃를 유지한다. 쿨링 시스템은 80평 규모 에어컨 2대를 설치하는 것보다 에너지 비용을 약 70% 절감할 수 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땅에서 농사를 짓지 않고 물로 농사를 짓기 위해 작물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양액시스템을 도입했다. 양액시스템은 물과 영양액을 혼합하여 재배시설로 자동공급하고 균일한 품질의 작물과 수확시기를 조절할 수 있으며, 물부족 문제를 고려하여 공급된 물은 재활용이 가능하다.재활용 방식으로 3500명분의 식수를 아낄 수 있다.

또한, 모종 재배와 작물 재배를 위한 하이베드 시스템을 적용했으며, AR글라스를 활용해 시설 운영자에게 ICT 교육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작물재배 교육을 실시한다. 이와 함께 ICT 센서를 바탕으로 하우스 내부와 외부의 데이터를 수집해 원격으로 시설을 제어하도록 했다. 향후 수집된 데이터는 UAE에 적합한 하우스 설계와 자동제어에 활용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압둘라씨는 “2년째 농부로 일하고 있다. 나는 농업을 좋아한다. 농사는 인생에서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라며 “여기가 스마트팜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무엇인가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안다. 차이점은 새로운 것을 심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약초처럼 새로운 종류의 식물을 심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재미있게 일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선주 KT 지속가능경영단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통해 “SCHS가 제공한 땅에 한국에서 공수한 자재로 비닐하우스 등 시설을 구축했다”며 “농작물 재배를 통해 현지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자립심 함양, 재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작년 11월부터 교육을 받은 10여명의 SCHS 운영자가 향후 장애인 농부들과 함께 자체적으로 스마트팜을 운영할 계획이다. 허브 작물은 차, 비누, 향신료 등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윤종진 KT 홍보실장(부사장)은 “황창규 회장이 MWC 2019 기조연설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5G 및 혁신기술을 사람을 위한 기술, 인류의 복지증진에 기여하는 기술이 돼야 한다”며 “UAE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은 척박한 환경에서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이자 동시에 장애인들의 자립과 재활을 돕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UAE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에서 현지 학교 운영 매니저가 ICT 시스템을 작동하고 있다 (사진=KT)
UAE 장애인 맞춤형 스마트팜에서 현지 학교 운영 매니저가 ICT 시스템을 작동하고 있다 (사진=KT)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