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지난해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행된 가운데, 이에 발 맞춰 근무시간 단축에 힘쓴 유통업계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근무시간 관련해선 롯데와 CJ, 신세계 등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제도가 많았다. 이들 기업의 행보는 유통업계 뿐만 아니라 재계 전반의 근무환경 변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 직원들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며 일 7시간 근무(점심시간 1시간 제외)를 경험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신세계는 유통 채널별 영업시간을 줄였다. 임금수준은 그대로 유지하고 매년 정기 임금 인상 또한 예정대로 진행했다.

제도개선을 통해 임직원의 업무 몰입력과 생산성을 높여 바람직한 근무문화를 자리잡기 위한 취지다.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매출 감소와 경쟁력 약화 우려는 직원 만족도와 업무 효율성 증대로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도입 당시 신세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은 지난 2016년부터 체계적으로 준비해온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며 "장시간 근로문화를 개선해 임직원들에게 휴식 있는 삶과 일과 삶의 균형을 제공하고 선진 근로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의 경우 오후 5시 20분부터 PC셧다운제(지정된 업무시간 외에는 PC가 자동종료돼 본래 근무시간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제도)가 적용돼 연장근무가 불가능하다. 5시 20분엔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고 30분이 되면 사무실 전체가 소등된다. 실제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해 새해 신년사를 통해 "주 35시간 근무제는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시행하는 것"이라며 "성공적인 사례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CJENM 상암사옥의 야외녹지, 휴게공간에서 임직원들이 미니게임을 즐기고 있다 ⓒCJENM
CJENM 상암사옥의 야외녹지, 휴게공간에서 임직원들이 미니게임을 즐기고 있다. ⓒCJENM

롯데그룹도 유연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갖은 사내제도를 도입하고 나섰다. 

롯데는 지난 2016년부터 그룹 내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유연근무제란 직원들이 직접 자신의 여건에 맞게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출근과 퇴근 시간이 각각 오전 8시와 5시로 구분돼 있고 이를 기점으로 30분 단위로 조절할 수 있다. 이가운데 임직원이 임의대로 편한 시간대를 택하면 된다. 이같은 현재 유연근무제는 롯데의 전 계열사에 확대 적용되고 있다.

아울러 PC셧다운제도 전 계열사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롯데지주에도 이 제도가 도임됨으로써 '전 계열사 도입'이 실현화했다. 만일 정해진 시간 이상으로 초과근무를 할 경우엔 해당 시간만큼 휴가로 사용 가능하다.

자녀입학 돌봄휴직 제도를 통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를 둔 여직원들은 최대 1년의 '돌봄휴직'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또 영·유아 양육을 해야 하는 직원들을 위한 육아휴직에 관해서는 최대 2년간의 육아휴직 사용기간을 준다. 이 제도는 지난 2017년부터 전 계열사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남성육아휴직제도도 장려되는 분위기다. 롯데는 지난 2017년부터 남직원에 육아 휴직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전 계열사로 확대 시도한 것은 대기업으로선 최초다. 아이 출산 후 3개월 이내에 최소 한 달 동안 육아휴직을 쓰도록 하는 것이다. 휴직기간 가운데 첫 한달은 임금 100%를 준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직원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2000명에 달한다. 실제로 롯데제과에 재직 중인 김모씨는 "육아휴직 이야기를 상사에게 조심스레 꺼냈는데 다들 흔쾌히 수용했고 오히려 빨리 쓰라며 장려하기까지 했다"면서 "쉬는 동안 내 업무까지 상사가 도맡아야 하는 상황인데 회사 내에선 이 제도를 장려하는 분위기라 쓰는 사람 입장에서 전혀 민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CJ그룹 또한 지난 2017년부터 부서별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며 자율근무 환경 조성에 힘쓰는 모양새다. 

CJ의 대표적인 복지제도는 '모성보호 플렉서블 타임제'다. 여직원들이 임신 초기부터 출산 후 1년까지 회사 재직 시 출퇴근 시간을 임의대로 조정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난임 부부에게 시술 비용을 주고 유산 시엔 휴가를 보장하는 제도도 시행 중이다.

지난해부터 PC셧다운제도 전 계열사에 걸쳐 운영되고 있다. 계열사, 부서별 업무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정해진 시간이 되면 'PC 꺼짐 알람'이 뜨고 이후 10분간 셈이 시작되는 방식이다. 부득이하게 연장 근무를 할 시 부서장 결재를 받아야만 한다. CJ그룹에 재직 중인 한 과장은 "유연근무제와 PC셧다운제 실시 이후 저녁 있는 삶을 보장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져 만족스럽다"고 했다.

김광석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유통업계는 소비자와의 접점과 빈도를 늘리는 게 매출 증대와 직결되기 때문에 여타 산업군보다도 '근무시간 조절'에 대한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롯데와 CJ, 신세계 등의 유통 대기업들이 선제적으로 주 52시간제 도입의 모범을 보이고 있어, 재계 전반에도 선도적 구실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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