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19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전시장, 스웨덴의 통신 장비 업체 에릭슨의 부스를 찾았다. 마침 에릭슨 부스 입구 근처에는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리드 기타와 드럼으로 구성한 2명의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는 것을 즐기는 순간, 위를 보니 다른 영상이 나왔다. 보다폰 부스에서 베이스 기타와 키보드 & 보컬이 공연하는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총 4명으로 이뤄진 밴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영상 중계를 통해 동시간대에 공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LTE였으면 어땠을까. 뉴스 생중계의 경우 음성 지연으로 앵커가 기자에게 질문하면 기자가 잠시 뒤에 알아듣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5G의 경우 초저지연성으로 홀로그램을 통해 동시 연주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다폰과 에릭슨은 보여준 것이다.

#MWC 2019 전시관 1홀에 위치한 화웨이 전시장. 최대 면적의 부스를 차지한 중국 업체 화웨이는 5G 기반의 스마트 양식장이라는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헬스케어, 원격 의료, VR·AR·게임 등 지난 MWC에서도 전시돼 신선함의 갈증을 느끼던 기자에게 스마트 양식장은 참신하게 다가왔다. 스마트 양식장이란 양식장 내 온도와 산소포화도,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센서로 모니터링하는 디지털 방식의 물고기 양식 기법이다. 물고기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문제가 있을 경우 금방 색상의 변화로 알아차린다. 실시간 모니터링은 5G의 특징인 초저지연성으로 가능한 것이다.

[바르셀로나(스페인)=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초저지연. 5G의 특징은 초고속, 초연결, 초저지연이다. 5G 상용화 초기는 아니지만 5G 망 구축이 다 이뤄질 경우 LTE(이론상 최대 속도 1Gbps) 대비 최대 20배 빠른 속도(20Gbps)가 가능하다. 5G의 지연 속도는 1ms(0.001초)로 LTE 대비 10분의 1로 줄어든다. 모바일 엣지 컴퓨팅 기술과 메시 구조 백본망 등으로 초저지연이 가능한 것이다. LTE 속도도 충분히 빠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5G만의 특징이자 최대 강점은 바로 이 초저지연이다. 5G 초기 서비스가 B2B(기업간거래)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도 5G 초기 속도는 LTE에 비해 크게 빠르지 않아 차별화가 되지 않지만 초저지연성이 B2B에서 널리 쓰이는 데다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MWC 2018에 이어 올해 MWC에서도 스마트 팩토리가 많이 전시된 것도 그 이유다.

MWC 2019에서의 에릭슨과 보다폰 부스의 동시 공연 영상
MWC 2019에서의 에릭슨과 보다폰 부스의 동시 공연 영상/사진=백연식 기자

MWC 2018에서 등장했던 5G 콘텐츠는 올해 MWC에서 더 현실화됐다. 국내 이통사인 KT의 경우 직장 내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주문하고 커피 등 음료를 마실 수 있는 AI 커피 로봇 비트 2.0버전을 선보였다. 또한 부산 해운대 상공을 비행하는 5G스카이십이 촬영한 고해상도 영상을 5G 등을 통해 MWC 2019 전시관에서 생중계해 관람객이 직접 스카이십을 조종할 수 있도록 했다. 실시간으로 원하는 각도에서의 부산 해운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노키아는 LTE와 5G의 속도를 비교할 수 있는 탁구 VR(가상현실) 게임을 시연하도록 했다. 또한 노키아는 5G 항만 시스템을 선보이도 했다. 에릭슨은 영상이 아닌 실물로 5G 스마트 팩토리와 트럭 자율 주행을 시연했다. 에릭슨은 AR(증강현실) 글래스에 이어, 5G 모바일 울트라 사운드 장갑도 소개했다.

NTT 도코모의 경우 움직이는 기차 안에 있는 의사가 달리는 트럭 안에 있는 수술실에 증강현실(AR)로 MRI 등 정보를 공유하면서 응급처치, 수술 등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소개했다. 의료용으로 개조된 트럭으로 환자를 운송하면서 집도의가 수술을 하는 동안, 뇌 분야 의사가 달리는 고속철에서 5G로 영상을 보며 수술을 지시하는 서비스(SCOT Mounted Truck)를 선보인 것이다. 또한 NTT 도코모는 실시간 축구중계를 시청하면서 앱을 작동시켜 내가 원하는 선수나 공의 움직임만을 따라가며 보거나 원하는 각도로 경기장을 보는 VR 서비스인 디오라마 스타디움도 공개했다.

MWC 2019에서 화웨이는 현재 30개 업체와 5G 관련 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MWC 2019에서 화웨이는 현재 30개 업체와 5G 관련 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사진=백연식 기자

보다폰 역시 5G 의료 수술 생중계를 MWC에서 선보였다. 보다폰은 온라인 교육 포털 AIS 채널과 의료기관들이 협업해 의료 시술을 생중계했다. 5G 네트워크로 연결된 수술실이 MWC 라이브 극장에서 상영된 것이다. 의료 분야는 재난관리, 경찰, 소방 분야 등과 함께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활용한 5G 서비스가 가장 먼저 적용될 것이 유력하다. 보다폰은 이외에도 커넥티드 응급 구조 등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구급차 상황을 환자가 병원에 도달하기 전까지 병원에 알려준다. 구급차에 실린 환자 상태를 측정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병원에 전송해 환자를 응급처치할 수 있다.

ZTE는 5G 혁신을 이끈다(Leading 5G innovations)라는 주제로 부스를 구성했다. 전시관 입구에 피아노를 치고, 드럼을 연주하는 로봇을 전시했다. 로봇은 다섯 손가락이 아닌 한 개의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쳤다. 관람객들의 환호가 이어지면 화답하듯 옆에 있는 또 다른 로봇이 드럼을 치며 연주를 이어갔다. 5G의 저지연성 때문에 실시간으로 악보를 받아 공연을 펼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ZTE는 모션리더도 선보였다. 모션리더란 카메라 센서로 사용자를 인식, 스케치 기능을 통해 사용자의 모습을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만들어주는 것을 말한다. 카메라 센서를 통해 몸의 건강 상태를 살펴보는 것도 가능하다.

인텔은 종이비행기를 접는 로봇을 선보였다. 로봇은 손가락을 움직여 바닥에 흩어져 있는 종이 중 한 장을 집고 크게 반을 접고, 대각선으로 2번 접은 후 종이비행기를 완성한다. 완성된 종이비행기는 관람객에게 비행기를 날리는 동작을 한다.

도이치텔레콤이 선보인 스마트 캠퍼스
도이치텔레콤이 선보인 스마트 캠퍼스/사진=백연식 기자

도이치텔레콤 역시 스마트 캠퍼스와 AR/VR 게임을 꺼내들었다. 특히 도이치텔레콤은 5G 특징을 살려 여러 명이 동시에 게임(Multi-Gamer and shared)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AT&T는 5G로 인한 스마트 시티, 엣지-투-엣지, 헬스케어 등을 소개했다. 프랑스 이통사 오렌지는 IoT(사물인터넷)와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선보였다. 퀄컴은 NSA(논스탠드얼론)와 SA(스탠드얼론)가 동시 지원되는 5G 모뎀인 X55와 스냅드래곤 855 후속 모델인 5G 통합 모바일 플랫폼으로 5G 현실화에 앞장섰다.

삼성전자는 오렌지, 시스코와 함께 5G 망을 통해 자사 데이터 센터를 통해 드론과 로봇을 제어하는 솔루션을 만들었다. 바르셀로나에서 프랑스 하늘에 떠있는 드론을 실시간 조종하는 것이 가능했다.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기반 미디어 품질개선 솔루션 슈퍼노바를 공개했다. 집게손 모양을 한 로봇은 수시로 반도체 웨이퍼를 점검했다. 슈퍼노바는 영상이나 음원을 개선해 품질을 높이고 작업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준다.

정리하면, MWC 2019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보다 진화된 5G, 현실로 다가온 5G’다. 이것의 중심에는 초저지연이 있다. 에릭슨이나 화웨이, 노키아 등 장비 업체들은 그래픽을 통해 저지연성을 관람객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NTT 도코모의 디오라마 스타디움
NTT 도코모의 디오라마 스타디움/사진=백연식 기자

 

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제품)는 에릭슨이 선보인 테이프를 통한 안테나다. 5G 기지국의 경우 전파의 특징으로 인해 스몰셀이 좀더 많아지고, 스몰셀을 포함한 기지국을 더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 이를 가정(홈)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에릭슨은 테이프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가구나 가전제품에 스몰셀 등 기지국을 설치하면 디자인 측면에서 이용도가 떨어진다.

삼성전자는 네트워크 사업부문 전시관에서 AI 스피커 디자인의 스몰셀을 네트워크 사업 부스에 전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정에서 널리 쓰이는 테이프 안에 안테나가 장착된다면 효율적인 배치가 아닐 수 없을뿐 더러 활용도가 매우 높아진다.

김동구 5G 포럼 집행위원장(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은 “5G는 지능을 사람, 자동차, 공장, 로봇 등에 연결시키고 하는 것”이라며 “LTE(4G)로 지능과 디바이스를 연결시키기는 어렵고, 이번 MWC 2019는 5G로는 그것이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MWC 2019 현장에서 만난 통신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 MWC만 해도 단말(스마트폰)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장비 업체는 물론 통신 서비스, 콘텐츠가 MWC의 메인으로 등장한 것 같다”며 “다음 달, 5G 본격 상용화가 이뤄지고 올해가 5G 원년인 만큼 MWC 2019에서는 생활과 가까운 5G 서비스가 많이 전시됐다”고 설명했다.

테이프에 안테나가 담겨 가정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테이프에 안테나가 담겨 가정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사진=백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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