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창선 기자] 자살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유튜브 키즈에 올라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소아과 전문의가 아이들의 안전을 주제로 운영하는 페디맘(Pedimom) 사이트에 아이들이 주로 보는 유튜브 키즈에 자살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이 올라왔다는 글이 올라왔다. CBS, CNN 등에서 이를 보도하면서 이 소식은 널리 퍼졌고, 해당 글이 공유된 게시판마다 댓글이 넘쳐났다. 

페디맘에 올라온 관련 글들을 읽어 보면 걱정이 좀 과하다는 느낌도 든다.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고 해결책을 고민한다기보다 이슈를 부풀리는 그런 소재로 가득하다. 가령 마인드크레프트 게임에서 총을 쏘는 장면, 애니메이션에서 남자 친구와 해어진 여자아이가 자살하는 장면 등을 조목조목 짚어가면 문제를 제기한다. 

하지만 여러모로 깊이 생각해보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꼼꼼히 상황을 살펴봐야 할 때는 맞는 것 같다. 이번 소식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을 놀라게 한 것은 어린이 전용 채널이라 안전하다고 믿었던 유튜브 키즈에 유해 영상이 올라왔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다. 아이가 보챌 때마다, 심심하니 놀아 달라고 할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 영상을 보게 한 자신의 모습을 떠올라 부모들이 속을 태우는 것이다. 

서비스 업체에서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자체 검열을 하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유해물은 모두 없앨 수는 없다. 이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보게 둘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못 쓰게 하면 해결되는 문제 아닌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폰압’이 답이 될 수 없음을 잘 알 것이다. 

엄마, 아빠 몰래 유해물을 보지 못하게 막는 서비스도 있지만, 이 역시 100% 확신을 주는 해결책은 아니다. 청소년 유해정보 필터링 소프트웨어인 그린아이넷을 설치하면 유해 사이트 차단과 함께 해로운 정보를 볼 때 해당 사실을 부모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창이 있으면 방패도 있는 법, 아이들은 부모의 감시를 무력화할 방법을 열심히 찾아 공유한다. 

그렇다면 인터넷에 올라오는 영상물이 어린이들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영유아, 미취학 아동, 청소년을 아우르는 표현으로 영상 검색 세대라고 말한다. 이는 주변을 둘러보면 바로 실감할 수 있다. 어린아이들은 갖고 싶은 장난감,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어린이 방송, 친구보다 잘하고 싶은 게임 공략법 등을 유튜브에서 찾는다. 초등학교, 중학교에 가면 남자아이들은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여자아이들은 화장과 패션 쪽에 푹 빠져 산다. 자라는 동안 유튜브는 부모와 학교가 채워주지 못하는 일상의 친구이자 선생님 노릇을 한다. 

여기에 요즘 불고 있는 1인 미디어 열풍 덕에 아이들은 더 이상 소비에 만족하지 않는다.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의 수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유명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은 다들 한 번쯤 한다.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인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플랫폼 사업자와 정부는 차단과 검열 같은 통제 수단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하고, 부모는 아이들이 접하는 콘텐츠에 늘 관심을 두는 노력을 함께 하지 않으면 유해물 논쟁은 무한히 반복될 것이다.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면 어린이에게 해로운 것을 보면 신고 버튼을 꼭 누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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