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쓰지 않는 데이터는 불필요한 데이터다. 클라우드가 시대를 바꾸는 기술로 주목 받는 이유는 비용을 넘어, 그 활용성이다. 연결됐다면 언제라도, 어디서라도 클라우드에 접속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폐쇄된 저장 장치에 갇힌 데이터의 한계를 클라우드로 극복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데이터는 역사와 닮았다. 그래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저장장치에 고이 담겨 쓰이지 않는 데이터처럼, 역사 또한 박물관에 있다 해서 다른 미래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조선시대에도 침략의 역사는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됐으나, 일제강점기는 시작됐다.

이렇듯 데이터와 다르게, 역사는 전적으로 사람에 달려있다. 역사를 폐쇄된 저장장치에 두고 묵힐 것인지, 열린 클라우드에서 활용할 것인지는 기억하는 사람의 의지인 것이다.

100년 전, 3.1운동의 역사는 한 세기를 남아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역사는 지울수록 선명해진다’는 시대를 뛰어넘는 교훈은 지금도 유효하다. 하지만 역사는 남았더라도, 우리 사회가 역사를 품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역사가 데이터라면, 박물관은 클라우드다. 그래서 우리는 박물관을 찾아 역사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사진=서울역사박물관)

100년을 지나 다시 모여든 사람들

용산구 청파로에 위치한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함께하자 독립운동” 행사가 오는 1일 열린다. 관람객들은 독립선언서를 받아 만세운동에 참여하거나, 당시 독립운동 열사들이 받아야 했던 신문조서 등 이벤트를 체험할 수 있다. 

더불어 ‘일제는 왜 한반도를 침략했을까’, '과거를 이겨내는 힘,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등 4부로 구성된 상설전시도 관람할 수 있다.

조금 더 당시의 현장을 느끼고자 한다면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으로 발걸음하자. 1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는 '독립문 - 서대문 사거리 - 세종로 - 광화문'까지 이르는 만세행진 행사를 기획했다. 참가를 원한다면 8시 30분까지 서대문 독립공원 3.1독립선언기념탑으로 가면 된다. 100년 전, 2월 28일에도 운동 참여를 독려하는 편지가 돌았고, 다음날 삼삼오오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전시된 3.1독립선언서, 윤봉실 선언서, 이육사 친필원고, 임시정부 법규 등을 찾아보는 것도 100년의 역사를 다시 찾는 길이다. 근처 서울역사박물관에서도 1일부터 '서울과 평양의 3.1운동' 전시를 찾아보는 것도 좋다.

역사는 희생자의 서사...아직 끝나지 않아

故 황현산 교수는 “역사의 발전은 늘 희생자의 서사로부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일제강점기라는 역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마포구에 위치한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은 그 역사가 담겨 있는 공간이다.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끌려감' (사진=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끌려감' (사진=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광복이 이뤄진 1945년으로부터 67년이 지난, 2012년에서야 열린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은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이 겪었던 역사를 기억하고 교육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하고, 그 기록을 담고 있다.

100주년을 맞아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에서는 특별한 행사를 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조용하게 기억하고 소리 없이 저항하는 공간이다. 만약 조용하게 그때의 역사와 그 역사를 잊고 묻으려고 했던 또 다른 역사의 기록을 보고자 한다면 전쟁과여성인권 박물관을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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