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운항 20년이 넘은 노후 항공기 고장 이력을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국적 항공사 중 노후 항공기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번 대책은 그동안 발생한 항공기 회항, 장기 지연 등으로 인한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27일 국토부와 항공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적사 보유 항공기는 총 398대다. 이 중 20년 넘게 운행된 일명 '노후 항공기'는 41대나 된다. 더욱이 노후 항공기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 문제시되고 있다. 그만큼 항공 안전에 대한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에는 국적사 보유 항공기 327대 중 13대가 노후 항공기였다. 

 노후 항공기는 기령 20년 이하 항공기보다 정비요인에 의한 지연, 결항 등 비정상운항이 더 많다. 실제 항공기 1대당 정비요인으로 인한 회항 발생건수는 기령 20년 이하 항공기 1대당 0.17건을 기록한 반면, 노후 항공기는 대당 0.32건이었다. 약 1.9배 차이다.

또한 지난해 김포-제주 노선의 경우 정비요인으로 30분 이상 지연된 결항 건수는 노후 항공기 1대당 15.7건을 기록했다. 이는 20년 이하 항공기 1대당 3.2건보다 약 4.9배 높은 수치다.

B747 (사진=대한항공 홈페이지)
B747 (사진=대한항공 홈페이지)

지연시간도 노후 항공기는 1건당 평균 100.5분으로, 20년 이하 항공기(77.5분)보다 길었다. 이런 노후 항공기 기체결함은 주로 랜딩기어, 출입문 등 움직임이 잦은 부위에서 나타났다. 즉 장시간 사용으로 인해 항공기에 피로균열이 누적됐다는 의미다. 

그동안 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노후 항공기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 1월 아시아나항공 B747 화물기는 회항 2회, 이륙 중단 1회, 장기 지연 1회 등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사고는 기체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됐다. 현재 정부 안전 감독관이 항공사에서 정비상황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국토부는 그동안 소홀했던 항공기 안전관리 강화에 나섰다. 항공기 정비방식을 보강하고 이행관리에 필요한 감독방식과 법률근거를 강화할 예정이다. 또한 항공사 대외 이미지에 영향을 줌으로써 실효적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한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항공사가 항공기 운항 연차에 따라 결함이 많아지는 부위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부품교환 기준 등을 마련하는 세부계획이 담긴 특별정비프로그램 6종을 만들 계획이다. 해당 내용에 따르면 소속 정비사는 항공기 주요 결함유형, 정비작업 시 유의사항 관련 교육을 매년 10시간 이상 받아야 한다.

또한 기체에 관련된 안전감독도 강화한다. 정부는 기체 결함률을 상시 감시해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해당 항공기에 대한 기체 점검, 부품 교환 등 정비시간을 가지도록 지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항공기는 예정된 비행 스케줄을 소화할 수 없다. 또한 정비 분야 항공안전감독관 9명 중 1명을 경년기 전담 감독관으로 지정해 밀착 점검한다.

이외에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승객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도 도입한다. 그동안 승객 입장에서는 항공기가 몇년 또한 운행됐는지, 어떤 결함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국토부는 자사 홈페이지에 항공사별 경년기 보유대수와 노선별 투입횟수, 기령 등을 공개한다. 

또한 비행 편마다 경년기 배정 여부를 승객들에게 사전 고지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만약 승객이 항공기 배정에 불만을 갖고 탑승 거부나 환불을 요구할 경우, 항공사가 요금 환불 또는 대체항공편 등을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 되고 있다.

국토부는 항공안전법 시행규칙 개정을 완료하는 대로 즉각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법 개정 전이더라도 안전감독 방식을 강화에 따라 항공안전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항공기술과 오성운 과장은 "항공사들이 경년기를 사용하려면 완벽한 정비와 충분한 안전투자를 통해 기령이 낮은 항공기와 결함률이 차이가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며 "필요 시 추가대책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업체별 항공기 현황 (자료=국토교통부)
업체별 항공기 현황 (자료=국토교통부)

현재 항공사별 노후 항공기는 대한항공 15대(여객기), 아시아나항공 19대(여객기 9대, 화물기 10대), 이스타항공 3대(모두 여객기), 티웨이항공 1대(모두 여객기), 에어인천 3대(모두 화물기) 등이다. 기종별로는 B747이 13대로 가장 많다. 이어 B767 9대, A330 7대, B777 6대, B737 6대 순이다. 가장 오래된 항공기는 아시아나항공 HL7247(25년 2개월)과 HL7248(23년 6개월)다.

현재 이스타와 티웨이는 올해 노후 항공기를 모두 해외로 송출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항공기는 모두 대여한 것으로, 올해 대여기간이 만료된다. 구체적으로 이스타는 노후 항공기 3대 중 1기를 이미 반납했으며, 올해 하반기에 나머지 2대도 반납할 예정이다. 티웨이는 항공 반납 예정 시기를 올해 6월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노후 항공기 해외 송출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재 국토부와 경년항공기 송출을 위한 세부계획 및 일정에 대해 협의를 거치고 있다"며 "이외에도 경년항공기 관리 지침에 따라 점검 프로그램을 강화해 수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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