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 여파로 미국이 중국 장비 기업인 화웨이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화웨이 통신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사용됐다는 미국 의회의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화웨이의 정보 유출, 안보 위협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다. 이후 중국 정부가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개인이나 단체를 감시할 수 있는 ‘국가정보법’을 발효(2017년 6월)하면서 세계적으로 정보보안 우려가 더욱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중국 정보기관은 정보 수집을 위해 개인 및 단체가 소유한 차량이나 통신 장비, 건축물 등에 도청장치·감시시설을 설치하거나 영장 없이 압수 수색이 가능하다. 즉, 화웨이가 해외 통신기업이나 관공서 등에 납품하는 장비에 백도어(back door)를 숨겨놓고 이를 통해 중국정보기관이 감청하더라도 ‘국가정보법’에 따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2018년 미국은 동맹국에게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요청했으며 캐나다·호주·뉴질랜드·일본 등 대다수 안보 동맹국(Five Eyes)이 동참하면서 反(반)화웨이 정서가 확대되고 있다. 반면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은 아직 화웨이 장비 배제 여부를 고민하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일부 동유럽 국가는 안보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본질적인 것은 미국이 중국의 첨단산업 육성을 견제하고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화웨이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정부의 경우 화웨이 보안사고 사례를 언급한 적은 한번도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화웨이 제품의 보안 문제보다 5G 표준이나 5G 시장 패권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입을 모은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 등 국제정치에서 중국이 미국의 위상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방을 동원해 무리한 압박을 하고 있는 상태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에 대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국내 전문가를 통해 보안 관련 70여개 가이드라인 검증을 완료했다. 화웨이도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 중 유일하게 LTE 장비 국제 보안인증을 받았다. 5G 장비에 대해서는 올해 3분기까지 보안검증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MWC 상하이 2018에서의 화웨이 전시관의 모습
MWC 상하이 2018에서의 화웨이 전시관의 모습

 

전방위 압박에 나선 미국 vs 신중한 입장의 EU vs 비교적 호의적인 동유럽

18일 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ICT(정보통신기술) Brief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미국  우방국들은 화웨이 장비에 대한 보안 문제를 언급하며 자국 민간 기업의 화웨이 장비 사용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월 중으로 화웨이 장비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화웨이에 대한 전방위적 공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지넌 2018년 8월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키며 공공기관에서 화웨이·ZTE 등의 제품 사용을 금지했는데 이를 민간 기업까지 확대한다는 취지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화웨이 장비를 배제할 것을 EU에 강력히 촉구했다.

캐나다는 지난 7일, 화웨이 장비가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할 가능성이 있어 5G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서 원천 배제한다고 언급하며 미국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지난 12월, 미국 당국의 요청으로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했으며 이에 맞서 중국은 캐나다 전직 외교관을 억류하는 등 중국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8월 외국 정부의 법적 절차에 의하지 않은 지시(extrajudicial directions)를 받을 가능성이 있는 통신 장비 업체의 5G용 제품 공급을 차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호주 안보 당국은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화웨이 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꾸준히 제기해왔기 때문에 이 같은 조치는 화웨이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1월 뉴질랜드 통신보안국은 5G 기술 채택과 관련해 네트워크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했다. 지난 1월 대만 경제부 산하 공업기술연구원(ITRI) 데이터센터는 화웨이 휴대전화 사용시 ITRI 무선 인트라넷 이용을 금지하는 지침 발표했다. 대만 정부가 중국 특정업체를 지정해 사용금지를 내린 첫 사례로, 대만 정부는 국가 과학기술의 기밀 유출 등 잠재적 위협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월 일본 총리·내각관방장관은 정보 유출과 국가 보안 위협 등 악의적 가능성이 있는 장비 구입을 지양하도록 권고하며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지난 7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일본 국가 기관, 공공기관에서 컴퓨터·통신기기 조달 시 사이버 공격 등의 위험 요소를 고려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즉, 정보 유출과 사이버 공격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장비는 조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독일은 지난 18년 화웨이를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최근 해외 통신 업체에 대한 보안 요구 사항을 강화해야한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지난 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내무장관 호르스트 제호퍼는 향후 5G 네트워크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장비 업체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을 시사했다.

영국은 아직 구체적인 관련 조치를 발표하지 않았으나 해외정보국(MI6) · 국방부 등 정부기관은 화웨이 제품의 안보 우려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프랑스는 공식적으로 화웨이 장비를 금지하지 않았으나 화웨이를 겨냥한 경고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보보안청(ANSSI)을 통해 주요 이통사에 통신 장비가 스파이 행위에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를 전달했다. 이 외 노르웨이·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도 화웨이와 중국 정부가 긴밀히 연계되어 있어 정보 유출의 위험성이 있다며 견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체코·폴란드·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는 오히려 화웨이 장비 도입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긍정적 의견도 제기하고 있다. 체코 일각에서는 화웨이 논란이 국가 안보에 위협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지만 또 한편에서는 對(대) 중국 투자·무역·비즈니스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의견도 대다수다.

폴란드는 최근 화웨이 직원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으나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기 위한 조치는 없는 상황이다. 헝가리는 소방·구급(119) 네트워크 구축 사업에 화웨이가 참여하는 등 우호적인 입장이다.

표=IITP
표=IITP

민간 기업과 학계에서도 '화웨이 포비아' 확산, 反화웨이 정서 대응하기 위한 화웨이 움직임도 분주

영국 통신회사 BT(브리티시텔레콤), 이통사업자 보다폰, 프랑스 최대 통신기업 오렌지, 독일 도이치텔레콤 등이 핵심 네트워크에서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하거나 검토 중이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도 향후 5G 네트워크 구축 시 화웨이 장비 대신 에릭슨·노키아 제품으로 전환 예정이다.

지난 1월 영국 옥스퍼드대학은 최소 3∼6개월 간 화웨이가 제공하는 연구비와 장학금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며 향후 기술연구와 교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시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은 화웨이와 공동 연구를 금지하고 화웨이의 37개 자회사·관계회사로부터 재정지원과 기부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화웨이의 비디오 컨퍼런스 시스템을 대학 캠퍼스에서 철거했지만 기존에 화웨이와 진행하던 AI 공동연구는 지속할 계획이다. 미국 교육부는 주요 대학들이 화웨이로부터 어떤 기부금을 어떤 조건으로 받았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지난 1월 화웨이 설립자이자 회장인 런정페이가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며 백도어 적용을 부인하는 등 미국 공세에 맞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민·관과 협력해 세계 5G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자신감도 적극 표출하고 있다.

또한 캐나다·일본에 화웨이 제품 배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으며 영국 정부에는 서한을 보내는 등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화웨이는 캐나다 정부에 5G 장비 사업자 선정 시 화웨이를 임의로 배제하지 말 것으로 촉구했으며 만약 배제한다면 그에 따른 반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2월 주일 중국대사관은 일본의 화웨이 장비 배제 결정은 중·일 경제협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공개했다. 또한 화웨이는 영국 정부가 우려하는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W 엔지니어링 등 개선에 최대 5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서한을 영국 의회에 전달했다.

이미지=IITP
이미지=IITP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화웨이 장비는 LG유플러스 사용..."보안 문제 없다"..."정부는 업체 선정 관여하지 말아야" 

우리나라의 경우 LG유플러스가 5G 장비를 구축 중이다. SK텔레콤과 KT는 일단 5G 장비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3년부터 수도권 LTE 네트워크를 화웨이 장비로 바꿔 구축했다. 5G 초기의 경우 LTE 네트워크와 5G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NSA(논스탠드얼론)이기 때문에 이미 구축된 LTE 장비 업체의 제품을 5G에서도 사용할 수 밖에 없다. LG유플러스는 2013년부터 화웨이 무선 장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보안문제가 발생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SK텔레콤과 KT도 화웨이 유선 전송장비를 수년 째 사용하고 있으나 보안 관련 사고가 발생한 바 없다”며 “화웨이는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28% 점유율을 차지하는 1위 사업자로 170여개국 이상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5G 상용협력계약을 체결한 곳도 중동 동남아 미주 등 22개국에 달한다. 국내 뿐 아니라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해외 국가에서도 현재까지 보안사고가 일어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입자 정보를 식별/관리하는 것은 모두 유선 코어망에서 이뤄지는데 LG유플러스는 코어망 장비를 삼성전자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유무선 네트워크 장비는 LG유플러스 직원이 직접 유지보수 관리하고 있어 5G 무선 기지국 장비에서 백도어를 통한 가입자 정보 유출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과 KT도 이미 유선망에서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보안 우려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IITP 기술 정책단은 보고서를 통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화웨이 장비 도입 여부, 철저한 검토와 신중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 정부도 각국 정책 기조를 고려한 반사이익이나 부정적 영향 등을 다양한 시나리오별로 예측하며 합리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중립적 입장을 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작년 보고서를 통해 “장비 선정에 대한 권한은 이동통신사업자에게 있으므로 정부가 나서서 장비 선택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던지 특정 장비를 선정하도록 배후에서 조종하려는 식의 구시대적 발상을 가져서는 안된다”며 “정부는 오로지 최상의 기술력, 최고급 품질과 최상의 가성비를 갖춘 통신장비 도입과 최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세계 최초의 5G시대 구현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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