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오비맥주의 발포주 '필굿(FiLGOOD)'이 지난 7일을 기점으로 드디어 시장에 유통되기 시작했다. 이제 관심은 '필굿'이 하이트진로 '필라이트(Filite)'의 독점 체제를 깨고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지에 모인다. 오비맥주는 필굿을 초기엔 서울 위주로 판매하고 점차적으로 지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15일 현재 필굿은 CU 등 편의점보단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다. 초기 물량은  5만 박스. 한 박스에 355ml 기준으로 24캔이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120만캔 정도가 초기 물량으로 풀린 셈이다.

필굿이 대형마트에서 주로 팔리는 건 GS25, 세븐일레븐 등 여타 편의점과의 협의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진 필라이트에 비해 유통 채널을 다양화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현재 CU와는 협의가 끝났고, 추후 다른 편의점에도 납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일대 대형마트에서 유통되고 있는 필굿.
서울 일대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필굿.

디자인과 가격, 맛 등 제품 자체의 경쟁력은 어떨까. 필굿의 디자인은 경쟁 제품인 필라이트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게 첫인상이다. 캐릭터와 글씨 폰트까지 전체적인 모양새가 한 눈에 보기에도 많이 닮아 있다. '일반 소비자는 같은 계열 제품으로 오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가격도 마찬가지다. 오비맥주는 355ml 캔 기준으로 필라이트와 동일한 '12캔에 1만원' 마케팅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같은 전략은 지난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필라이트를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마트 판매원은 "아직 필굿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소비자들이 종종 같은 제품이냐고 묻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사실 '필굿이 필라이트를 따라했다'는 논란은 출시 전부터 있어 왔다. 제품 디자인과 가격뿐 아니라 아로마홉을 사용했다는 점까지 비슷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논란에 오비맥주는 출시 당시, "아로마홉과 크리스탈 몰트를 사용해 기존 제품과 차별성을 뒀다"고 밝힌 바 있다.

필굿은 다만, 맛에선 필라이트와 다소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호불호는 극명히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필굿은 '국내 원조 발포주'인 필라이트보다 아로마홉 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아로마향은 끝 맛에서도 강하게 남는다. 이는 기존 맥주에 익숙한 이들에겐 어색할 수 있다.

필굿(왼쪽)과 필라이트.

필라이트에 비해 탄산감이 적은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마시는 '소맥'은 탄산이 좌우한다. 그런데 탄산은 적고 맛은 무거운 필굿이 소주와의 궁합에서 합격점을 받을 지는 의문이다. 30대 직장인 A 씨는 "필굿은 맥주 그 자체로 즐기기엔 괜찮지만, 소주와 섞었을 때는 향이 강할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점을 종합해 봤을 때 필굿은 '필라이트 아류'라는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맛에선 어느정도 차별성을 두는데 성공했지만, 뚜렷하게 느껴질 정도까진 아니다. 필라이트와 비교해 마시지 않으면 '비슷하다'고 여기고 넘어갈 정도다.

현재 하이트진로는 자사 제품과 유사하게 나온 필굿 출시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주류 업계에서도 "따라해도 너무 따라했다"는 말이 나온다.

이같은 지적에 오비맥주 측은 "그동안 필굿이 타사 제품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많긴 했다"면서도 "시장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발포주 이미지를 형상화해 디자인을 정했고 맛에서도 차별성을 두려고 노력했다. 타사 제품을 모방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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