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모두가 즐거워야할 설 연휴,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사건 초기 사망원인으로 지병이 거론됐다. 그러나 부검 이후 결과가 달라졌다. 근로 중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사망 원인을 개인 탓으로 돌린 포스코에 수많은 질타가 쏟아진다.

지난 2일 오후 5시께 35m 높이 부두 하역기에서 근무하던 김선진 씨가 혼자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인턴 직원을 상대로 교육을 진행하는 중이었다.

최초 목격자인 인턴직원 A 씨는 김 씨를 서둘러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끝내 병원에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사건 초기 포스코측은 사내 재해 속보 등을 통해 김 씨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여기에서 “고용노동부에서 초기 조사를 통해 산업재해 흔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포항제철소 1문 앞에 설치된 분향소(사진=포스코 노동조합)
포항제철소 1문 앞에 설치된 분향소(사진=포스코 노동조합)

사건이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한 건 부검 이후다. 김 씨 사망 원인에 의혹을 품은 유족은 부검을 요청했다. 부검 결과 김 씨는 췌장과 장기막 등 장기파열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추락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경찰도 부검 이후 장기 파열로 인한 과다출혈로 사망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현재 경찰은 명확한 사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연구원에 다시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정확한 사인은 2주 뒤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김 씨 죽음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심장마비로 보인다"는 포스코측 주장과는 달리 김 씨 작업복은 윤활유가 묻어 있고, 기계에 찢긴 흔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고 목격자인 인턴 직원 진술이 3번이나 반복된 점도 수상하다. 여기에 유족과 함께한 현장조사에서 포스코가 실제 사고 발생 장소와 다른 장소를 보여줬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측은 애도를 표하는 한편, “사실을 왜곡할 이유가 전혀 없다. 허위사실 확산과 함께 사건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신속한 상황수습과 함께 관계기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포스코바로잡기운동본부다. 이들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포스코는 산재사고 은폐 의혹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고, 고인과 유족에게 공식 사죄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고용노동부와 경찰도 사건 축소, 은폐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코바로잡기운동본부는 과거 포스코에서 발생한 산재의 재조사를 위해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했다.

노조측도 즉시 반발에 나섰다. 지난 11일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포스코노동조합은 포항제철소 1문과 광양제철소 복지센터 앞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사진=포스코)
포스코 최정우 회장(사진=포스코)

다른 직원들이 분향소를 통해 조문할 수 있도록 하고, 장례절차와 별개로 원인 규명과 대책 수립이 만들어질 때까지 분향소를 유지하기로 했다. 김 씨는 한국노총 계열 노조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스코노조 관계자는 "(포스코측) 입장이 어쨌든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또한 "현재 인턴직원 말에 수사가 휘둘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사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용부는 경찰과 함께 김 씨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조사에 들어갔다. 기기 작동 기록과 cctv  영상 등 관련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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