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작년 초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주최한 ‘ICT정책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 생태계 조성과 데이터경제의 중요성을 발표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디지털 사회의 화두로 ‘데이터의 재산성’을 이야기했고, 나름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러한 문제의식이 흐릿해져갈 즈음 지난 12월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가정보화 기본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다시 한 번 ‘데이터의 재산성’ 논의가 등장함에 따라 지면을 통해 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을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마찬가지로 얼마 전 개최된 제6차 OECD세계포럼에서는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의 산업적 배치로 일자리 감소가 예상되며, 이에 대한 해법으로 그간 논의된 기본소득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다. 필자는 사석을 통해 OECD정책담당자에게 기본소득 이외에 ‘경제시스템 내에서의 정당화된 수입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으며, OECD담당자도 종래의 기본소득 논의를 넘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주지하다시피, 다가올 미래에는 자동화 장비의 산업적 배치 확산에 따라 기술적 실업(technological unemployment)과 사회적 불평등 구조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향후 개인의 새로운 소득 원천을 발굴할 필요가 있으며, 이런 이유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로봇세’ 부과를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로봇세’ 주장의 유의미성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회배려적 접근은 시장경제 내에서의 개인 소득을 정당화시켜 주는 논리체계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강철하 한국IT법학연구소장(법학박사)
강철하 한국IT법학연구소장(법학박사)

그렇다면 ‘데이터의 재산성’ 인정이 왜 중요할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개인이 생산해 내는 데이터가 있어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을 활용하여 기업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데이터의 재산성이 강조될 경우, 개인은 기업으로부터 데이터 제공의 대가를 취득하게 되고 이는 거래시스템 내에서 정당화된 수입이 된다(예컨대, 회원가입 시 또는 블로그에 자신의 레시피를 올린 때 일정 대가를 지급받는 경우). 하지만 현재는 페이스북, 구글 등 소수 플랫폼사업자가 고객정보를 활용하여 서비스하는 구조에서 ‘대가 없이’ 고객정보를 독점하여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으며, 일부 유튜브의 경우 광고수익을 주고 있으나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은 ‘데이터의 원활한 유통’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의 인격적 가치만 강조할 경우 개인은 대가 없이 자신의 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데이터 기반 혁신은 태생적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이와 달리 정보(데이터)의 재산적 가치 인정 시 광범위한 데이터 유통과 혁신이 발생할 수 있으며, 다만 정보의 인격적 가치는 그대로 내재하기 때문에 사업자는 프라이버시 보호의무를 동시에 준수해야 한다.

한편 데이터는 새로운 복지 재원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소득원으로 귀속되겠지만,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고 특정인의 저작물로 귀속될 수 없는 데이터(공동체가 생산해 낸 도시데이터 등)를 기업이 활용할 경우 기업은 일정한 데이터세를 납부할 수 있다. (기존의 ‘로봇세’ 논의 → ‘데이터세’ 논의로 전환)

나아가 ‘데이터의 재산성’ 인정은 데이터 미터링기술, 데이터 가치평가기술, 데이터 거래기술 등 새로운 혁신기술을 촉발할 수 있으며, 데이터가 개인의 새로운 소득원이 됨에 따라 기술적 실업 문제 완화는 물론 개인은 좀 더 창조적인 일(데이터 생산)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어쩌면 이러한 이야기가 허황된 소설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영국의 midata, 프랑스의 Mes Infos와 같은 개인정보 자율유통 프로그램에서는 기업의 경제적 이익제공(할인, 포인트 제공 등)을 전제로 정보유통 협력모델이 시행되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민법의 재산권 조항이나 불법행위법을 근거로 개인정보, 비개인정보(자동화 기계생산 데이터, non-personal data)의 재산권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도 이른바 ‘데이터 자본주의(Data Capitalism)’로 접어드는 새로운 경제 변화에 주목하면서 ‘데이터의 재산성’에 기반한 사회변화 연구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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