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그동안 금호아시아나는 부채비율을 꾸준히 줄여왔다. 관련 업계에서는 금호아시아나가 곧 경영정상화에 돌입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그러나 현재 금호아시아나 위기는 심각하다. 계열사와 광화문 사옥 등을 정리한데 이어 항공사 운행에 핵심이라고 불리는 격납고까지 담보로 내걸었을 정도다.

금호아시아나의 위기는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건설업계 1위인 대우건설을 품고자 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은 계열사 자금까지 끌어모아 결국 인수에 성공한다.

그러나 인수 2년 만에 위기가 찾아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업계 전반을 덮친 것이다. 호황이던 경기가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여기에 무리한 중국 시설 투자도 발목을 잡았다. 앞서 금호 아시아나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에 대규모 증설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같은 악재가 겹쳐 총체적 자금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2009년 기준 금호아시아나 부채는 3조6000억원 규모다. 결국 금호아시아나는 그해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금호아시아나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구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한번 기운 형세는 회복이 쉽지 않았다.

이에 금호아시아나는 계열사 정리에 나섰다. 가장 먼저 거론된 곳은 금호타이어였다. 금호타이어는 2011년 '3.15리콜' 사태 이후 중국 내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다. 3.15리콜은 세계소비자권리 날인 3월 15일, 중국에 한 방송이 금호타이어가 불량 타이어를 사용한다는 의혹이 제기하며 촉발된 사건이다. 결국 금호타이어 중국 법인 대표가 방송에 나와 정식 사과했다. 이후 대규모 리콜이 이어져 매출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 사건 여파로 금호타이어의 경영 건전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금호아시아나는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8000억원 이상을 중국 법인에 투자하며 정상화를 꿈꿨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금호아시아나는 세계 14위 타이어업체라고 평가받던 금호타이어를 팔기로 결정한다. 해당 매물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곳은 해외업체인 더블스타다. 한때 협상이 결렬되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끝내 채권단이 매각을 강행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홈페이지)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홈페이지)

이후 금호아시아나는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였다. 2016년부터 지점 통폐합을 시작으로, 비수익 노선 정리, 비핵심자산 매각, 희망 퇴직 등을 시행했다. 여기에 금호아시아나 사옥, CJ대한통운 주식 매각 등이 이어졌다.

또한 아시아나 IDT 상장 등을 통해 만기 차입금 총 2조1000억원을 상환했다. 특히 지난해 연말 기준 차입금 8939억원을 줄였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번 떨어진 신용등급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신용등급은 BBB- 로, 여전히 낮은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1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추가로 자산유동화증권과 영구채 발행, 인천공항 제2 격납고를 통한 담보부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격납고를 담보 삼아 자금을 유용하려던 시도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격납고는 항공기 수리와 정비 등에 사용되는 건물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3년에 인천공항에서 규모가 가장 큰 격납고를 완공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5월부터 제2 격납고를 담보로 내세워 여러 증권사들과 접촉했다. 그러나 대부분 증권사들은 격납고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담보와 달리 격납고 특성상 매각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2 격납고를 구입할 여력이 되는 곳은 대한항공이 유일하다"며 "그러나 현재 대한항공에는 김포와 인천, 부산에 격납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알려진 바에 의하면 격납고에 담보가치는 당초 아시아나항공이 책정했던 1200억원에서 600억원까지 내려간 상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메리츠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담보부사채 발행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담보가치와 금리 등에 대한 의견차이가 커 담보부사채가 발행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제2 격납고(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아시아나항공 제2 격납고 조감도.(사진=금호아시아나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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