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2016년 '알파고 충격'으로 인공지능(AI) 개발을 시작한 NHN엔터테인먼트가 토종 AI '한돌'을 내놨다. 바둑프로기사들과의 대전 이벤트를 벌인 결과 5전 5승이었다.

NHN엔터는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긴 것에 자극 받아 바둑 AI 개발을 시작했다. 

NHN엔터는 2016년부터 50여명의 연구 인력을 확보한 기술연구센터를 조직하고 검색/NLP, 추천, 게임AI, 멀티미디어 분석 등의 AI 기술을 연구해 왔다. 데이터를 직접 가까이에서 보며 실시간 적용해야 하는 AI기술들은 서비스에서 직접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기술연구센터 내 머신러닝 랩에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핵심기술 확보를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해 기술 발굴과 함께 사업에 적용, 현재 이미 게임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사업영역의 많은 부분에서 AI기술을 서비스에 적용하고 있다. 벅스의 음악검색/추천, 게임의 이상탐지, 페이코/AD의 광고 데이터 분석, 그리고 운수도원의 관상/손금 분석 등이다. 

한돌 왼쪽에 신진석 9단과 NHN엔터 관계자들
한돌 왼쪽에 신진석 9단과 NHN엔터 관계자들

게임 AI 분야에서는 바둑AI ‘한돌’로 첫 스타트를 끊었다. 10개월의 개발기간을 거쳐 2017년 12월 '한게임 바둑'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2018년 12월부터 출시 1주년을 기념해 한달 간 총 다섯 명의 최상위 랭킹 바둑 프로기사들과 릴레이 대국을 펼치는 ‘프로기사 TOP5 vs 한돌 빅매치’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신민준 9단, 이동훈 9단, 김지석 9단을 상대로 불계승을 거둔 한돌은 현재 국내 바둑랭킹 1위인 박정환 9단마저 2.5집 승으로 4연승했다. 마지막 경기는 23일 오후 5시에 신진서 9단과 함께 했다. 신진서 9단은 박정환 9단이 59개월 연속으로 차지하고 있었던 1위 자리를 2달 동안 뺐기도한 20살 신예다. 대국 전부터 "인공지능이랑 대국한다고 생각하니 무의식 중에 약간 위축이 되기도 해 그런 (심리적인 부분에서) 준비를 많이 했다"고 소감을 밝힌 신진수 9단은 190수 끝에 불계패했다. 

신진석 9단은 "사람과 대국할 때는 실수를 찾는 재미가 있었지만, 인공지능은 기본적으로 실수가 없기 때문에 답답했다"며 "가장 크게 불리하다고 느꼈을 때는 중앙에서 돌이 몰리면서"라고 전했다. NHN엔터의 승패분석기에 따르면 한돌은 이미 42수 때 승리를 예상한 것으로 보여진다.  

한돌을 알파고 마스터 버전과 비교했을 때 약간 부족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진단한 신 9단은 "제 세대 프로기사들은 많이 노력을 해도 인공지능을 이기기까진 무리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바둑 처음 시작할 때부터 인공지능 연구해서 계속 바둑 익히다보면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본인의 생각대로 경기를 진행해 독창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돌 알고리즘 (이미지=NHN엔터테인먼트)
한돌 알고리즘 (이미지=NHN엔터테인먼트)

'한돌' 어디까지 왔나...스스로 학습해 현재 '알파고 리' 뛰어넘어

개발 초기 ‘한돌’은 '한게임 바둑' 데이터와 사람이 둔 기보를 학습해서 다음 수를 예측하는 정책망을 사용했다. 출시 시점에는 사람이 둔 기보로 학습한 정책망으로 후보 수를 선택한 후, 자가 대국을 한 기보로 학습한 가치망과, 패턴 으로 끝까지 빠르게 둔 롤아웃 으로 다음 수에 대한 승리 확률을 얻었다. 이렇게 선택하고 얻은 수에 대한 승리 확률에 MCTS 라는 수읽기 알고리듬을 사용해 다음 수를 예측했다. 

2019년 현재 버전의 ‘한돌’은 롤아웃 없이 무작위/자가대국으로 만든 기보로부터 학습한 정책망과 보다 정확해진 가치망만을 통해 다음 수를 예측한다. 여기에 자가 대국을 통해 생성한 기보를 이용해 학습하는 셀프플레이(self play)과정을 반복해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선시키고 있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한 것이다.

NHN엔터에 따르면 ‘한돌’은 1년 전 인간 프로기사 9단의 기력과 비슷한 수준에서 현재 2016년 이세돌과 겨뤘던 알파고 리(AlphaGo Lee)의 수준을 넘어서는 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Elo는 바둑이나 체스에서 승패에 따라 환산한 점수로, 기사들의 순위를 매기는 데 사용된다. 400점이 넘을 경우, 승률은 90%로 한 측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현재 한돌2.1은 4000점이 넘고, 알파고 리의 경우 3500점을 상회하는 정도다.

한돌을 개발한 이창율 게임AI팀장은 "대국 후 더욱 성장한 알파고 제로와는 격차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알파고도 성장하는 구간이 있고, 시간 흐르면 알파고 수준과 비슷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돌 기력 (이미지=NHN엔터테인먼트)
한돌 기력 (이미지=NHN엔터테인먼트)

일반인들도 '한돌' 이용할 수 있다

송은영 GB기획팀장은 "지난 일년간 한돌을 어떻게 하면 이용자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서비스로 만들까 고민한 한돌의 어머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NHN엔터는 점진적으로 바둑 이용자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게임 바둑' 내에서 ▲대국 중 한돌이 알려주는 강력한 다음 수 힌트 서비스인 ‘한돌 찬스’, ▲ 종료된 대국에 대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패착/승착을 확인하고 승부 흐름 파악을 도와주는 ‘한돌 승률 그래프’ 등 바둑 이용자들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추후 이창호풍 ‘한돌’, 이세돌풍 ‘한돌’ 등의 기풍 변경을 통한 대국 고도화, 바둑 입문자 및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 등 지속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들이 추가될 예정이다.

AI는 기존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 문제를 보다 빠른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바둑으로 기술 개발을 시작했지만 다양한 분야에 확대 적용 가능성이 큰 이유다.

NHN엔터는 현재 일반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AI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후 영역을 확대하여 ‘행동의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환경’과 ‘해당 상태 정보’를 모두 알 수 있는 다른 문제들에 순차 적용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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