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자그만치 16조 3500억 원.

2019년 들어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클라우드 컴퓨팅 실행 계획', '데이터 · AI경제 활성화 계획’에 투입되는 예산이다. 비록 공사비만 22조 원이었던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보다는 못하지만, 하나의 산업군을 활성화한다는 측면에서 그에 버금가는 거대 계획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실질적인 IT 인프라 투자 계획이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이미 3년차 정권이기는 하나, 2018년 예산은 2017년 박근혜 정부 때 작성됐다. 2019년 예산이야말로 현 정부가 추구하는 청사진이라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중 있게 추진되는 분야는 클라우드 컴퓨팅. 2018년으로 종료된 ‘제1차 클라우드 컴퓨팅 기본 계획’에 이어 추진되는 '클라우드 컴퓨팅 실행 계획’은 21년까지 3년 동안 약 8조 60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그 클라우드 기반 위에 올려지는 ‘데이터 · AI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계획에는 23년까지 7조 7500억 원이 투입되며, 이를 보완하는 ‘민간 정보보호 종합 계획’에는 약 8500억 원이 집행된다.

여기도 플랫폼, 저기도 플랫폼

정부가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플랫폼 구축이다. ‘플랫폼'이라는 명칭이 붙은 제도만 해도 21개에 달한다. 이미 자원은 충분하니, 그 순환 구조를 필요하다는 것.

우선 ‘클라우드 컴퓨팅 실행 계획’에서 살펴보면,

정부 내에서 공통으로 쓰이는 인프라와 SW를 클라우드로 제공하는 '전자정부 클라우드 플랫폼',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를 지자체, 공공기관에 공급하기 쉽게 하는 목적의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 유통 플랫폼’이 만들어진다.

공공데이터를 정부과 민간 기업 사이 연계·활용하도록 도울 ‘멀티 클라우드 플랫폼’이 있고, 그 위 수준의 한국전력, 농촌진흥청, KT 등과 현존하는 공공과 민간 주체가 공동으로 클라우드를 구축하는 '개방형 PaaS(Platform as a Service)’가 생긴다.

또 제조 · 서비스 등 주요 산업 데이터를 활용해 경쟁력을 키운다는 목적의 ‘신기술 융합형 산업 특화 클라우드 플랫폼’, 마지막으로 클라우드 혁신센터의 창업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구축한다는 '창업·성장 클라우드 플랫폼’이 있다.

정부 부처 별로 세부화하면 더 많은 플랫폼이 있다. 전통산업, 서비스업, 공공 등 세 분야 나눠진 부처 주요 과제에는 11개의 플랫폼이 존재한다. ‘시스템’ ‘인프라 구축’이라는 다른 표현으로 적히긴 했으나, 그 내용은 동일하다.

'데이터 · AI경제 활성화 계획’도 플랫폼이 많다. 

743억 원을 들여 빅데이터 센터 100개소와 함께 만들어지는 10개의 '빅데이터 플랫폼’이 있다. 이 플랫폼에서는 교통, 금융, 에너지 등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가 AI가 머신러닝이 가능한 형태로 축적될 예정이다.

또 정부가 지원하는 R&D 사업 성과를 담는, 즉 연구 데이터를 관리·공유하는 ‘국가연구데이터 플랫폼’이 생긴다. 과기정통부의 2019년도 과학기술·ICT 분야 R&D 예산은 약 4조 3000억 원에 달한다. '데이터 · AI경제 활성화 계획’이 지속되는 2021년까지 3년 동안 쌓일 데이터를 고려하면 ‘국가연구데이터 플랫폼’의 규모는 10조 원 가치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범정부 공공 데이터 플랫폼’도 구축한다. 그 골자는 공공데이터 전수조사를 통해 데이터맵과 활용성이 높은 안전, 산업 등의 데이터를 국가중점 데이터로 지정하고 개방하겠다는 것.

심지어 경진대회도 플랫폼의 이름을 달았다. 정부는 우수 AI 알고리즘을 공개 경쟁하고 인재를 발굴하는 ‘개방형 온라인 경쟁 플랫폼’을 18억 원을 들여 구축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빅데이터 센터 100개소와 빅데이터 플랫폼 10개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자료=과기정통부)
정부는 빅데이터 센터 100개소와 빅데이터 플랫폼 10개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자료=과기정통부)

왜 이렇게 플랫폼이 많은 것일까?

한 IT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은 시스템 아키텍처, 결국 운영체제”라며, “지금 정부는 조만간 쏟아져 나올 데이터 시대를 대비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 11월 데이터 경제 활성화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정보 주체의 ‘개인신용정보 이동권’ 및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산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신용정보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또 무인자동차, 드론 등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사물위치정보 수집·이용·제공 시 사전 동의를 면제하는 제도도 추진 중이다. 

"플랫폼은 운영체제, 빅데이터 시대 대비"

이미 스마트시티 내에서는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서비스 제공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가 수집된 개인정보를 익명처리하여 정보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 관련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더불어 가명 정보의 이용·제공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여 활용할 수 있는 개인 정보의 범위를 확대하고자 한다. 

가명 정보는 원 데이터만으로는 식별할 수 없으나, 다른 데이터를 결합하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다. 반면, 익명 정보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어떤 수단을 사용해도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데이터가 익명 정보로 지정되기만 하면 기업은 해당 데이터를 제공 주체의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다. 

정권 끝나도 업데이트 가능할까?

하지만 정부 주도 활성화의 이면도 존재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가면을 쓴 '대기업 살리기'라는 비판이다.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은 기술과 자본이 필수라,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으로서는 경쟁 자체가 어렵다. 더이상 ‘카카오톡’은 등장할 수 없다는 우려다.

그 관계자는 “그래도 지금 정부가 나서 지원도 해주고 토대를 만드는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대부분 계획들이 문재인 정권이 끝나는 2022년까지라는 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어떤 운영체제라도 OS 업데이트가 필요할텐데, 임기가 끝나면 그 지원도 끝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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