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KT 화재 사건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KT 아현국사가 C등급이 아닌 D등급으로 설정된 것에 대해 KT가 제때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부 측 주장인데, KT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 뉘앙스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 과방위는 해당 건과 관련해, 이날 출석한 황창규 KT 회장이나 오성목 KT 네트워크 사장에게 제대로 해명할 기회를 주지 않는 등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과방위는 KT 화재 청문회를 조만간 열 계획인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 사고 원인 규명과 관련된 증인도 채택하기로 했다.

국회 과방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민원기 과기정통부 2차관, 황창규 KT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해 11월 24일 발생한 KT 화재에 대해 현안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과방위 의원들은 현재 KT 아현국사의 등급 문제를 지적했다. 아현국사는 2015년부터 C등급으로 상향됐어야 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KT가 정부에 보고하지 않은 점과 정부는 제대로 감독했는 지에 대해 논의가 됐다.

정부 "KT가 C등급 상향 신고했어야" vs KT "4년간 준비, 완벽 추구"

노웅래 과방위 위원장은 “아현지사는 2015년에 3개 국사와 통합해 C등급으로 등급을 상향했어야 하는데 이를 안 지킨 것은 KT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이철희 더불어 민주당 의원은 “C등급이 됐더라면 정부가 직접 관리해 통신 재난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통신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도 이를 인정했다. 유영민 장관은 “C등급으로 상향했어야 했지만 (KT가)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라며, “이를 챙기지 못한 과기정통부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아현국사에서 C등급으로 상향하는 것을 4년간 준비했다. 최근 사고가 났는데, 이게 이중화 등 이원화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며 “(C등급으로 신고하지 않은 것은)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황 회장의 발언에 과방위 위원들은 책임회피라며 질타를 쏟아냈다. 노웅래 위원장은 “황 회장 답변을 들으니 책임을 거의 느끼지 않는 것 같다”며 “KT 화재는 통신시설 등급 축소 조작이 있어 불법행위로 인한 인재”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민원기 과기정통부 2차관,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황창규 KT 회장
(왼쪽부터) 민원기 과기정통부 2차관,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황창규 KT 회장

끊임 없는 정쟁 여야 의원들, KT 털기에는 합심

과방위 의원들이 반발하자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문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이 의원은 “국회법 65조에 따라 청문회를 추진하자는 제안을 드린다. 여야 간사가 합의하는 것이 어떠냐. 황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어떻게 잘못을 한 것인지 한번 따져보자”고 말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간사간 청문회 문제를 논의해 가능하면 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노웅래 위원장은 “이자리에서 청문회 개최를 의결하도록 하겠다”며 “황 회장의 발언을 보면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보여 청문회를 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KT는 삼성전자가 아니라 국가통신기간망 회사다. 여기는 황의 법칙이 작용하지 않는다”며 “답변을 보면 여전히 삼성전자 사장처럼 행동하시는 것 같다. 답변을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해당 시설(아현국사)은 2015년에 통합됐고, 그 때 C등급으로 바로 신고했어야 했다”며 KT 신고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부 내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의견을 달리했던 여야 의원들이지만, KT 건에 대해서는 모처럼 의견을 모아서 '열일'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정치적인 큰 성과라고 봐야 할까? 화재 사고가 발생한 KT에 대한 지적은 의원들의 당연한 처사였다. 그러나 지적을 위한 지적, 해명 기회 조차 제대로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기업인을 몰아세우는 그들의 고압적인 자세는 여전했다.

4차산업혁명 여러 가지 민생법안과 혁신과제가 산적해 있는 과방위이다. KT 화재사건에 대해 일사분란하게 청문회 개최를 합의한 것 처럼, 그들의 본연의 임무에 있어서도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고압적인 마음가짐으로 임하기를 기대해 본다.

변재일 의원이 황창규 KT 회장에게 화재 사건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변재일 의원이 황창규 KT 회장에게 화재 사건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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