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영욱 서포터즈 기자] 너무나도 방대한 양의 정보를 가진 인터넷을 마주했을 때, 첫 발걸음을 어디로 떼야 할지 막막한 순간이 있다. 그래서 등장한 묘수가 바로 ‘콘텐츠 큐레이션’이다.

“이번에 소개할 정보는요~”

큐레이션은 큐레이터에서 파생된 단어로, 미술관이나 박물관 전시 책임자인 큐레이터(curator)는 전시가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전시회를 기획한다. 

큐레이터가 작품을 소개하듯 콘텐츠 큐레이션은 네이버, 유튜브 등 포털사이트와 플랫폼이 이용자가 원할법한 정보를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인 것.

유도 과정에서 성별, 연령 등의 인구통계학적 요소뿐만 아니라 관심사, 기분, 사회적 상황까지도 고려해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정리하고, 재분류하는 전 과정을 콘텐츠 큐레이션이라 일컫는다. 

즉 이용자가 자주 보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비슷한 이용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좋아할 만한 콘텐츠들을 추천해주는 게 콘텐츠 큐레이션이다. 

빅데이터는 '#'을 타고 온다

큐레이션의 핵심은 이용자가 원할 법한 정보를 플랫폼이나 포털사이트가 먼저 제시한다는 점이다. ‘원할 법한 정보’는 이용자들의 검색기록과 관심사로 구성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삼는다. 

그리고 이러한 빅데이터를 일반인들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 기호가 있다. 바로 ‘#’기호다.

'#'는 입력 메시지를 출력값으로 압축시키는 함수로, 해시(hash)기호라고 불린다. 주로, 데이터의 무결성 검증, 메시지 인증에 사용된다.

메시지 인증에 사용되는 해시기호를 통해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의 데이터가 추려지는 것이다. 이후 많은 SNS 플랫폼들이 #을 수반한 검색 기능(#단어)을 높여, 기호 하나로 관심사를 모아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은 쉽게 관심사를 분류하고, 분류된 관심사를 빅데이터로 재구성해 이용자들이 원할 법한 정보를 제시하는 등 콘텐츠 큐레이션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콘텐츠 큐레이션의 진화 단계 (자료=메조미디어)

<큐레이션>의 작가 마이클 바스카는 ‘제9차 책 생태계 비전 포럼’에서 "수많은 정보들을 모아 새롭게 구조화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며, "부정적인 정보 속에서도 큐레이션을 통해 긍정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큐레이션 자체가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이용자로 하여금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다는 것.

이러한 큐레이션은 SNS뿐만 아니라, 멜론, 지니 등 음악 분야와 넷플릭스, 왓챠, 유튜브 등 영상 분야, 쇼핑·의류 대여 서비스·광고 분야 등 곳곳에서 각 서비스를 진화시키며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콘텐츠 큐레이션, 끌고 가는가? 끌려가는가?

이용자의 검색 기록과 구독 기록을 바탕으로 ‘좋아할 법한’ 콘텐츠를 알려주는 큐레이션, 이를 마냥 좋게만 바라볼 수 있을까.

김혜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현재 서비스 중인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는 비슷한 정보로 자극해 클릭 반응을 유발한다는 파블로프적 관점”으로 “(큐레이션은) 수용자들을 길들이려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큐레이션에는 사용자의 취향을 넘어 정보 제공자의 의도도 담겨 있다는 비판도 있다.

윤여광 충남대 교수는 “포털은 콘텐츠를 거르고, 골라 주요뉴스에 공시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의도를 직간접적으로 반영”한다”며, "가장 큰 쟁점 사항은 ‘포털이 어느 언론사의 어떤 콘텐츠를 선택하느냐’이다”라고 지적했다.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포털의 불투명한 언론 기능에 대한 우려인 것.

결국, 당장의 트래픽만을 목표로 하는 플랫폼이 사용자로 하여금 비슷한 정보만을 소비하도록 이끌 것이라는 뜻이었다. 정보 범람시대에 묘수로 나타난 콘텐츠 큐레이션, 능동적인 수용자를 위한 도우미 역할을 하는지, 오히려 수용자를 편협한 시각으로 몰지 않는지 짚어봐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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