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이해선 코웨이 대표의 거취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웅진그룹의 주식 양수일과 코웨이의 정기 주주종회 시기가 맞물려서다. 웅진은 오는 3월 코웨이 주식을 양수해 지분 22.17%로 코웨이의 최대주주가 된다. 이후 웅진은 코웨이 임원의 유임·교체 관련, 주주종회 결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학계는 이 대표의 교체설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본래 임기인 올해 10월까지 자리를 보전하지 못한다는 것. 이 대표는 웅진의 코웨이 재인수 의지에 줄곧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그간의 경영 성과도 불안정하다. 지난 2016년 취임 이후 코웨이의 주요 사업군인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의 시장 점유율이 감소세에 접어 들었다. 이에 일각에선 윤석금 웅진 회장을 대신해 차남인 윤새봄 전무가 코웨이 경영진을 젊은 외부인사들로 교체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코웨이 매각' 이해선 거취는?... 측근 "평판 뒤집을 새판 구상 중"

지난해 10월 29일 웅진그룹은 코웨이 인수를 공식화했다. 웅진씽크빅은 코웨이홀딩스로부터 코웨이 주식 1635만8712만주를 1조6849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이는 총자산 대비 315.55% 규모다. 인수자금 가운데 절반은 웅진그룹과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나눠 부담한다. 나머지 자금 조달은 금융권 인수금융을 통해 해결한다. 양수 후 소유주식비율은 22.17%가 된다.

웅진의 코웨이 주식 양수일(인수 예정일)은 오는 3월15일이다. 공교롭게도 코웨이 대표의 연임이나 신임대표 선임이 결정되는 정기 주총도 3월 말에 열릴 예정다. 웅진이 3월 말 직전을 주식 양수일로 정한 것은, 최대주주로서 권한을 십분 활용해 코웨이 경영진 판도에 변화를 주기 위함으로 읽힌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왼쪽)과 이해선 코웨이 대표이사(오른쪽)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왼쪽)과 이해선 코웨이 대표이사(오른쪽)

이에 따라 이해선 대표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모인다. 이 대표는 웅진의 코웨이 재인수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지난해 9월 한 경제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업인수의 관건은 돈인데 지분 2조원을 약 1600억원으로 탐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웅진의 코웨이 인수가 실현될지 의문이다"고 했다. 코웨이의 웅진 재인수를 반대한 인물이 코웨이 대표직에 계속해 머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칙대로라면 이 대표의 임기는 오는 10월 끝난다. 반면 업계는 이 대표가 10월 전에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매각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경질될 가능성이 커서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 측근은 "이 대표는 10월인 임기 만료까지 자리를 보전한 후 명예롭게 나갈 생각이다"고 했다. 또 "최근에는 회사에 꾸준히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며 "눈에 띄는 성과 지표를 내놓기 위해 코웨이 경영전략의 새 판 짜기에 한창이다"고 귀띔했다.

학계 "이해선, 임기 끝나기 전에 교체될 것" 

학계는 이 대표가 임기 전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근거로는 방문판매 채널의 숙련도 부재와 미진한 경영성과 등이 거론된다.

먼저 이 대표가 코웨이 렌털제품의 방문판매 채널방식을 파악하지 못해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2016년 10월 MBK파트너스는 전문경영인으로 이 대표를 영입했다. 코웨이 얼음정수기 3종에서 니켈이 검출돼 논란이 된 직후다. 시기적으로 논란 중재라는 중역을 첫 임무로 받아 든 그는 얼음 제조방식이 상이한 정수기 신제품들을 내놓으며 신뢰를 회복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영업과 홍보에 능한 인물이었다. 빙그레 마케팅실 이사, 아모레퍼시픽 마케팅부문담당 상무이사와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렌털산업의 특수성에는 문외한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일부 제품의 경우 방문판매 채널을 이용하지만, 취재 결과 당시 이 대표가 맡고 있던 부문은 방문판매 채널과는 무관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의 측근 관계자는 "코웨이는 방문판매 채널과 코디조직을 적극 활용하는 렌털산업계다. 마케팅 능력이 좌우할 수 있는 부문이 아니다. 이 대표는 면대면 사업관계 사슬의 특수성을 잘 모르는 데다 현장 경험이 없어 코웨이 대표자격에 적격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원재환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도 "렌털산업의 방문판매 채널을 활용하는 데 있어 기존 윤 회장이 추구했던 바와 이해선 대표가 지향한 바는 상호 괴리가 있을 것"이라며 "대주주인 윤석금의 입장에서는 방문판매 채널 이해도가 높고 자신의 경영방침과 방향성이 일치하는 경영인을 새로 영입하고 싶을 것이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꾸준한 감소세에 있는 렌털 생활가전의 시장점유율도 문제점으로 언급된다. 일단 매출액과 영업익 등은 오름세를 띠며 호실적이다. 코웨이가 발행한 '2017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의 매출액은 전년비 5.9% 오른 2조5168억원을 기록했다. 또 영업익은 4725억원으로 전년비 39.5% 증가했다. 지난 2018년 매출액은 2조710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7.7% 올랐다. 영업익도 전년비 6.4% 상승한 5031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시장점유율은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해 4월 발간된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2017년 한 해의 각 주요부문별 시장점유율은 정수기시장 37%, 공기청정기시장 24%, 비데시장 28%다. 반면 지난 2016년의 경우 부문별로 정수기 39%, 공기청정기 32%, 비데 2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시장 장악력이 전년에 비해 각각 2%p, 8%p 감소했다. 

ⓒ신민경 기자
ⓒ신민경 기자

이 대표의 재임 기간 동안 코웨이의 전반적인 실적은 오르고 주력 제품군의 시장점유율은 줄어들었다. 실적과 시장점유율의 반비례 통계를 두고 이경묵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렌털산업에서 영업익을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다. 시장점유율이 가장 중요한데 수치가 낮아지고 있으니 경영 성과가 미진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렌털산업 시장에서는 적극적인 영업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영업익이 증가한다. 렌털산업에서 초도비용 부담이 가장 클 시기가 처음 신규소비자에게 가전을 대여해 줄 때이기 때문. 영업익이 증가하고 시장점유율이 축소했다는 것은 곧 신규소비자 확보를 위한 활발한 영업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영업익의 증가 지표를 이 대표의 경영성과로 볼 수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신규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집중했다면 과도한 초도비용 부담으로 인해 당해년도에는 적자가 나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에 이 대표의 경영 방식이 사모펀드 운용사의 관행인 바이아웃에 가깝기 때문에, 교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입장도 나온다.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3년 1월을 기점으로 코웨이를 품에 안았다. 사모펀드의 수익 창출방식은 특수하다. 특정 기업의 상당한 지분을 인수해 경영 정상화를 도와 기업가치를 높인 후, 보다 비싼 가격에 되파는 형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경영대학원 교수는 "MBK파트너스가 영입한 이해선 대표는 바이아웃 방식의 경영을 펼친 것"이라며 "이익을 남겨 되파는 것이 아니라 애정을 가지고 꾸준히 성장시키려는 기업 오너의 가치관과는 상이하다"고 했다.

이해선·윤석금의 최측근 "윤새봄이 나서 코웨이 경영진 물갈이할 가능성 높아"

웅진그룹 계열사의 대표직을 지낸 바 있는 최측근에 따르면, 윤 회장이 코웨이의 경영진 판도를 교체하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가장 확률이 높은 선택지는 윤새봄의 경영진 물갈이 행보다. 윤 회장은 올해 74세다. 계속해서 실무 경영을 맡기는 어렵다. 측근은 윤 회장의 차남인 윤새봄이 윤 회장의 대리 자격으로 나서 코웨이 경영진 구성에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또 "부자 모두 혁신 경영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자사 방향성과 맞는 외부 젊은 인력을 들이는 데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웅진의 코웨이 인수 시 외부 타인 자본이 많이 들어왔다"면서 "대주주 윤 회장도 눈치 보며 투자사들의 맥과도 상통하는 전문가를 영입할 공산이 크다"고 귀띔했다.

두 번째로 고려될 선택지는 웅진그룹 출신 임원에서 선임하는 것이다. 경영의 안전성을 고려한 선택이다. 하지만 측근은 "윤 회장이 재인수 후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경영 행보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임원보다는 새로운 전문 경영인을 영입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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