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서지은 서포터즈 기자] 소개팅 어플에 사진을 올리면 순식간에 점수가 매겨진다. 1점부터 5점까지 다양한 점수를 받고, 합산한 나의 점수는 3.54점. 상위 30%인 것까지 알려주며, 내가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즉시 결과가 나온다. 

다행히, 합격. 다행인 건가? 마치 한우의 등급을 매기듯 나의 얼굴은 점수가 매겨진다. 등급을 가진 사람이 된다.

'내 딸의 남자들' 방송 중 소개팅 어플을 이용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내 딸의 남자들' 방송 중 소개팅 어플을 이용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소개팅 어플의 사용 방식은 몇 개의 셀카를 올리면, 점수와 등급이 매겨지고, 그 등급을 통해 매칭이 된다. 연예인의 딸들이 소개팅하는 모습을 다루는 프로그램 “내 딸의 남자들”은 소개팅 어플을 소개하는 광고성 방송을 찍기도 했다. 

해당 방송에서는 자신의 사진을 업로드 올리고, 몇 점인지 공유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비쳤다. 또한, 어플로 만나 소개팅까지 이어지는 커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보는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게 했다.

하지만 과연 재미로만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외모지상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겉모습으로만 상대방을 평가하는 것은 일상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흔하게 일어난다. 

외모를 우선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청소년이 가장 영향을 받고 있다. 2015년에 조사한 5~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비만율을 보면, 체질량지수 85% 이하의 여자 청소년 중 34.7%가 자신이 살이 찐 편이라고 생각했다. 비쩍 마른 체형의 여자 청소년 3명 중 한 명이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에서 말하는 ‘예쁘다’의 평균에 미치지 못하면, 자신을 비관하고, 평균으로 가기 위해 발버둥 친다.

또 소개팅 어플은 익명성 때문에 부작용을 유발한다.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해, 번호 인증만 받아도 쉽게 회원가입 할 수 있어 정확한 정보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허술한 자기인증 시스템이 헛점인 셈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조사 결과 소비자의 38.4%가 프로필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외모·직업·성격·취향·학력 등 프로필 정보를 허위로 입력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성범죄나 사기 등의 범죄를 위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49.8%의 소개팅 어플 이용자가 다양한 피해를 경험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피해 내용으로는 ‘원치 않는 계속된 연락’(24.4%)과 ‘음란한 대화 및 성적 접촉 유도’(23.8%)가 가장 많았다. 대표적으로 27살 박 모 씨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한 사건이 있다. 박 모 씨는 '소개팅 어플'에서 ‘조건만남’을 하자며 청소년 회원들에게 무작위로 쪽지를 보낸 뒤 문의를 해 온 여학생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소개팅 어플, 무조건 배척보다는 문제점 개선해야

그럼에도 소개팅 어플이 여전히 큰 인기를 끄는 것은 ‘인스턴트’같은 만남이 필요한 사회적 공간의 부족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모두 관계로 얽혀져 진짜 ‘남’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거미줄처럼 얽힌 관계에 피로를 느낀 사람들은 소개팅 어플을 찾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고, 맞지 않으면 주위 상황에 얽매임 없이 그 관계를 쉽게 끝낼 수 있다는 자체가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통로이자 소개팅 어플의 매력인 것. 그 매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선 ‘외모’에 치중하는 서비스와 '허술한 자기 인증 시스템’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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