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통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의 올해 최대 이슈와 목표는 통신망 안전이다. 지난 11월 24일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국사 통신구 80m(미터)가 화재로 소실되며 통신 장애 대란 현상이 일어나 5G와 초연결사회인 4차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우리나라에게 분명한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전국 50여개 KT 통신국(지)사 중 한 곳에서 발생한 화재가 비교적 규모가 큰 통신 장애 대란을 일으켰다. 5G를 통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였다면 그 피해는 더 컸다는 것은 분명하다.

KT 아현국사 통신구 화재로 서울 서대문구, 용산구, 마포구, 중구, 은평구 일대와 경기 고양시 덕양구 일부의 KT 유·무선통신망이 끊겼다. 이 지역에서는 휴대폰 통화는 물론 데이터도 차단되고 KT IPTV(인터넷TV) 이용도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피해가 크고 우려스러웠던 점은 경찰, 금융, 병원 등 기본적인 사회 인프라의 작동이 중지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곧바로 TF(태스크포스)까지 가동시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고 발생 후 바로 대책 회의가 시작됐고 약 한달 안에 대안이 나왔다. 이태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은 “KT가 C등급 상향에 대한 신고를 제대로 했고, C등급으로 정부관리 대상으로 운영됐다면 이렇게까지 통신 장애 현상이 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 관계자는 “통신정책국의 올해 최대 목표는 통신망 안전”이라며 “5G와 초연결사회인 4차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통신 안전이 가장 중요한 것은 맞다”고 강조했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이 통신재난 방지 및 통신 안정성 강화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이 통신재난 방지 및 통신 안정성 강화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T 아현국사 화재는 왜 발생했나 

KT 아현국사는 D등급 통신시설이다. 국내 D등급 통신시설은 총 835개다. KT아현지사 화재 전까지 정부가 실태조사를 한 적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 당일 KT아현지사에는 근무자 2명이 통신구에는 소화기 1대가 있었다. 스프링클러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스프링클러는 500미터 이상 통신구만 설치해야 하는 의무규정이 있다. 당시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은 “소방법 규정대로 따랐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정부는 지난 달 내놓은 대책 마련에서 법령을 개정해 500m 미만 통신구도 소방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아직까지 화재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과 소방당국이 조사 중이다. KT는 경영의 수익성과 효율화를 위해 하나의 국사에 기능을 집중시켰다. 남게 되는 국사는 매각하거나 개발했다. KT는 부동산 전문 회사인 KT에스테이트를 자회사로 갖고 있다. 이런 경영의 효율화가 결국 화재를 낳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K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신고한 2019년 방송통신재난관리계획에서 통신 대란을 일으킨 아현국사를 D등급으로 보고해 지도·점검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방송통신 사업자들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시행령(제 24조 제2항)에 따라 다음 연도의 방송통신재난관리계획을 수립해 7월31일까지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제출하고, 장관은 사업자의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을 종합해 다음 해의 기본 계획을 9월 30일까지 확정한다. KT는 2019년 계획에서도 아현국사를 D등급으로 분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7월에 방송통신재난관리계획을 신고할 때 아현국사를 D등급으로 가보고한 뒤, 이후 인터넷 통신망 집중화 추이를 보고 연말에 C등급으로 수정 보고를 할 계획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가보고 당시까지만 해도 관할 지역이 ‘2개구+3개구의 일부 지역’이어서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적용하는 C등급 기준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화재가 난 KT 아현국사 지하 통신구
화재가 난 KT 아현국사 지하 통신구

한 달 안에 대책 마련 내놓은 정부, 대책 이것으로 충분할까 

정부는 사고 발생 후 한 달 정도 지난 작년 12월 27일, 통신재난 방지·안정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한 달만에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에 너무 급하게 마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의 경우 정부와 사업자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담았다”며 “할 수 있는 대책을 다 담은 것인데 큰 그림은 다 그렸고, 세부적인 시행령만 정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5G와 초연결사회를 앞둔 상황에서 통신 장애 예방은 정말 중요하다”며 “정부의 대책이 모든 사고를 예방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면 사고는 안나도록, 만약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는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KT 아현국사 화재와 같은 통신 장애 대란이 발생했을 때 가입하지 않은 타사 통신망으로 전화나 인터넷 등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또 통신 장애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 이동통신사는 일반재난관리 대상시설인 D등급 통신국사까지 통신망 우회로를 의무적으로 확보하도록 했다. 화재가 난 KT 아현국사는 D등급이었다. 현재 A∼C등급은 정부 재난관리매뉴얼에 따라 백업 체계를 점검하고 있지만 D등급은 통신사가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정부는 통신사고 예방을 위해 일반 재난관리 대상시설인 D등급 통신구도 2년마다 직접 점검하기로 했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이동통신사들과 함께 통신재난 시 해당 지역에서 이용자가 기존 단말기로 다른 이통사의 무선 통신망을 이용(음성·문자)할 수 있도록 통신사간 로밍을 실시하기로 했다. 재난지역에는 각 통신사가 보유한 와이파이(Wi-Fi)망도 개방해 인터넷·모바일 앱전화(mVoIP) 등을 이용할 수도 있게 된다. 또한 정부는 법령을 개정해 500m 미만 통신구도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한다. 이동통신사는 법령 개정 전이라도 내년 상반기까지 500m 미만 통신구에 자동화재 탐지설비와 연소방지설비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통신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일반 재난관리 대상시설인 D등급 통신구도 2년마다 직접 점검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요 재난관리 대상시설인 A·B·C등급의 점검주기 역시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다.

앞으로 정부는 통신·재난 전문가 등으로 정보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등급지정 기준·이동통신사의 재난계획 수립지침 등을 심의·확정한다. 이 위원회는 이날 발표된 재난대책의 추진실적 등을 점검하고, 민간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재난대책을 계속 개선해 나가는 역할을 한다. 이동통신사가 통신장애 발생사실과 손해배상 기준·절차 등을 이용자에게 반드시 알리도록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화재나 통신 장애가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이통사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앞으로 실태점검을 하면 이번 대책에 따라서 실태점검 결과나 안전 정도를 공표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를 하도록 하겠다”며 “현행 규정에는 사업자 공표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현재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매년 실태점검을 하고 그 실태점검 결과나 보완 정도를 공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를 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미지=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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