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신비 인하 대책의 핵심인 보편 요금제가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할 때만 해도 올해 하반기의 통신 업계 최대 이슈는 보편 요금제일 것이라고 많은 이들은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단말기 완전 자급제 이슈에 묻혀 보편 요금제는 언론에서 크게 언급이 되지 못했습니다.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보편 요금제 대신 단말기 완전 자급제만 크게 다뤄졌습니다.
보편 요금제란 음성통화 200분 정도에 데이터 1GB 이상을 제공하는 요금제로, 정부는 선택약정할인 25% 적용을 통해 월 1만5000원 수준으로 보편 요금제의 가격을 정하는 것을 준비해왔습니다. 보편 요금제가 도입 될 경우 정부가 본격적으로 시장 개입을 하기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부는 가계 통신비 인하 대책의 핵심이라며 보편 요금제의 국회 통과에 대한 의지가 강력한 상황입니다.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면 일단 국회는 정부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듣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보편 요금제가 하반기에 이슈 자체가 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여당(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보편 요금제 도입에 대한 반대 의견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여야간 의견 대립이 있다면, 즉 야당이 반대하고 여당이 찬성한다면 서로 간의 협의와 양보를 통해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강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 관계자는 “국회에서 보편 요금제 논의를 하는 것에 대해 의원들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정부는 반드시 하겠다는 입장인데, 보편 요금제 규개위 법안 통과 이후 이통사가 출시했던 새로운 2만원대(선택약정할인25% 적용기준) 요금제 때문에 논의가 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여당 내에서 보편 요금제 반대 의견이 강한 것에는 1만원대의 보편 요금제 출시가 이통사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보편 요금제의 가격과 서비스 내용은 2년마다 정부가 정하게 되는데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의원들이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보편 요금제의 경우 지금은 음성 200분·데이터 1GB를 제공하지만 2년 후에는 음성 400분·데이터 2GB, 4년 후에는 음성 800분·데이터 4GB로 늘어날 수 있다”며 “정부의 강제적인 요금제 설계에 반대 생각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보편 요금제가 도입되면 현재 위기인 알뜰폰은 더 큰 피해를 볼 것은 분명합니다. 이통사와 알뜰폰은 이를 근거로 보편 요금제 반대 논리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오히려 알뜰폰을 위해 보편 요금제가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정부는 보편 요금제가 출시될 경우 알뜰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망도매대가에 대한 특혜를 주겠다는 내용을 법안에 담았습니다.
과기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알뜰폰 망도매대가 특례제도의 경우 보편 요금제 법안 통과시 시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알뜰폰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보편 요금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이통3사가 보편 요금제에 준하는 요금제를 출시한 상황에서, 보편 요금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해 망도매대가 특례제도가 시행되지 못하면 최대 피해자는 바로 알뜰폰”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보편 요금제는 선택약정할인25%, 취약계층 요금감면과 함께 정부 가계 통신비 대책의 핵심사항입니다. 알뜰폰을 위한 특혜 내용까지 담았습니다. 이런 정부의 법안이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안되고 있는 것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충분한 의견수렴과 논의, 토론 등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정부의 개입이 필요 없는 완벽한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