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지난 여름은 유독 무더웠다. 거리는 뜨겁게 달아올랐고, 사람들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그런데 에어컨을 맘대로 켤 수도 없었다. 누진세 등으로 불어나는 전기세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다. 이럴 때 더위를 식혀준 가전제품이 바로 선풍기다. 에어컨에 비해 월등히 낮은 전기량을 소비한다. 밤새 켜둬도 부담이 없었다.

선풍기 시초는 부채로 거슬러 올라간다. 더위는 선풍기가 없던 시절에도 공평하게 찾아왔다. 초창기 부채는 나뭇잎과 새 깃털로 만들어졌다. 예전 기록이나 그림 등을 보면 왕 곁에 부채를 부치는 신하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당연하게도 부채는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시원한 바람을 얻기 위한 노력을 계속돼 왔다. 부채와 바람을 맞는 사람 사이에 물을 두고서 부채질을 하기도 했다. 이는 증발 냉각을 이용한 방법이었다. 특히 로마 황제는 여름에도 녹지 않는 알프스 눈을 이용해 시원함을 얻으려고 했다.

이런 부채는 동양으로 넘어와 새로운 모습을 맞는다. 중국에서는 부채에 우아한 그림을 그리는 방법이 유행했다. 또한 동물 날개를 본떠 만든 접이식 부채가 만들어졌다. 이 부채들은 다시 서양으로 건너가기도 했다.

이후 선풍기는 태엽이나 동물의 힘을 빌린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선풍기라고 부르기는 어려웠다. 순수 전기가 아닌 사람이나 동물의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누가 선풍기를 발명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현재 많은 나라에서 선풍기를 발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선풍기 원리를 처음 구상한 에디슨을 시초로 볼 건지도 의견이 나뉜다. 다만 많은 사람들은 1882년 미국의 발명가인 휠러가 선풍기를 발명했고 보고 있다.

휠러는 선풍기 날개를 돌리기 위해 기초적인 전기 과학을 적용하는 법을 고민했다. 이 고민은 결국 결실을 맺는다. 두개의 날개를 가진 선풍기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다만 초기 선풍기는 안전 장치가 없는 단순한 형태였다.

이후 선풍기는 독일 이민자인 디얼을 만나 더욱 발전하게 된다. 디얼은 천장에 설치하는 선풍기를 개발했으며, 이 선풍기에 조명을 달기도 했다. 또한 볼 조인트를 적용해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선풍기도 개발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 선풍기는 1960년대 금성사(현 LG전자)가 개발했다. 다른 가전 제품들과 동일하게 일본 기업인 히타치와 기술 제휴를 통해 개발됐다. 당시 선풍기는 튼튼한 내구성과 함께 강한 바람을 쐴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소음이 심한 편에 속했다.

신일 IoT 선풍기(사진=신일산업)
IoT 선풍기(사진=신일산업)

때문에 더위사 아닌 소음 때문에 잠을 자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선풍기는 소음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또한 안전 문제에 대한 소비자 요구도 늘어갔다. 빠르게 회전하는 날개에 손가락 등을 다치는 사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쇠로 만든 날개를 대체하는 플라스틱 재질의 날개가 만들어졌다. 여기에 날개에 손가락을 닿지 않도록 안전장치에 신경쓰기도 했다. 심지어 날개 없이 작동하는 선풍기가 개발되기도 한다.

최근 선풍기는 좀 더 휴대하기 편한 방향으로 발전했다. 몇년 사이에 유행하기 시작한 휴대용 선풍기가 그것이다. 배터리 발전과 모터의 발전은 이제 선풍기를 휴대할 수 있는 방향까지 진화했다.

또한 신기술이 적용되는 선풍기도 속속 나오고 있다. 신일산업은 지난해 국내 최초 음성인식 선풍기를 출시했다. 이어 올해는 IoT(사물인터넷) 기술이 접목된 선풍기를 시장에 내놨다. 해당 제품은 전원을 포함한 바람 세기, 회전 등을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이는 외출 시에도 작동상태를 확인이 가능하다.

선풍기가 가진 기술력도 그대로 유지한다. 선풍기에 최적화된 볼베어링 모터를 개발해 제품에 장착했다. 볼베어링 모터는 소음과 발열이 적지만 다른 제품에 못지않은 부드러운 바람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사 제품과 다르게 4엽 날개를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바람의 세기는 8단계로 수면풍과 자연풍까지 더해 다양한 모드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외부 온도에 따라 바람의 세기를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에코 기능을 적용한다. 이 밖에도 어린이가 선풍기와 리모컨 조작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하는 잠금장치을 더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LCD 디스플레이 창을 통해 작동 상태를 바로 확인 가능하다. 

향후 선풍기는 IoT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함과 동시에 온풍기 기능까지 갖추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다이슨 등 많은 업체에서 선풍기와 온풍기 기능을 겸한 제품을 속속 시장에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 휴대용 선풍기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가정용 선풍기는 온풍기나 공기청정기 등 다른 가전제품 기능을 겸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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