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지난 2017년 12월, 대한민국은 가상화폐의 광풍에 휩쓸리고 있었다. 곧 2018년 1월이 되자, 가상화폐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은 1BTC에 2660만 원을 기록했다. 최고가였다.

이후, 1년 만에 2000만 원이 하락했다. 12월 21일의 1BTC 시세는 약 450만원. 

투기를 막기 위한 정부 규제, 가상화폐 거래소 보안 문제 등 여러 요인이 결부된 결과였다. 거품 아닌 거품이 꺼지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사라져갔다. 

블록체인 관련 정부의 정책 방향은 ‘가상화폐 투기는 막되, 블록체인 기술은 살린다.’ 현재 상황을 보면, 적어도 전자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비트코인 시세는 2017년 이후,
1년 만에 2000만 원이 하락했다. (사진=코인마켓캡)

문제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야기도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정부, "투기는 막고, 기술은 살린다"

지난 20일, 과기정통부와 KISA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 아이디어를 찾는 ‘2019 블록체인 민간주도 국민 프로젝트’ 공모전을 발표했다. 3개 프로젝트 과제를 선정해, 최대 90억 원 규모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정부 방향의 후자 격인 ‘기술을 살리는’ 데 방점이 찍힌다. 나름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 부분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8년 정부는 42억 원을 들여 개인통관(관세청), 부동산(국토부), 축산물이력(농식품부), 전자 투표(선관위), 문서 인증(외교부), 컨테이너 관리(해수부) 등 6개 공공분야를 대상으로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사업은 착실히 추진돼, 지난 18일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해양수산부는 항만 물류에 블록체인을 도입한 ‘블록체인 기반 컨테이너 부두 간 반출입증 통합 발급 서비스’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또 2019년에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12개의 공공 사업을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기도 하다. 이번 공모전은 민간 부문에서 수요를 찾아내서 지원하려는 계획이라 볼 수 있다. 

블록체인 “뭘 알아야 참여하지”

그러나 여전히 국민들은 블록체인을 모른다.

사회복지재단에서 근무하는 유영신(가명, 29)씨는 “모금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사례를 들었다”며, “하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 씨가 말한 사례는 유엔세계식량계획의 시리아 난민 구호 지원금 프로젝트다.

유엔세계식량계획은 난민 구호 프로그램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 (사진=WFP)

유엔세계식량계획은 블록체인 안에 난민의 지갑을 생성하고, 가상화폐 형태의 바우처를 지급했다. 난민은 구입한 물품 대금을 가상화폐 지갑 내 가상화폐로 결제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지원 과정에서 중개 수수료를 없애는 한편, 수정 불가능한 기록이 남아 후원자는 난민에게 자신의 후원금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동시에 난민 데이터 관리까지도 가능하다.

스타트업 대표인 육성문(가명, 35)씨는 “파기나 수정이 불가능하니 회사 운영 기록용으로 괜찮지 않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헷갈린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의 특징은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실제로 어떻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해선 말할 수 없었다.

이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구글에 따르면, 2018년 구글 검색어 순위 '무엇인가요(What is...?)' 부문에서 1위는 "비트코인이 무엇인가요?"였다. 블록체인은 전 세계적으로 모른다.

이렇게 된 이유에는 ‘가상화폐’ 탓이 크다.

“마치 죄 지은 것 같더라고요.” IT에 관심이 많아 블록체인 기술을 일찍 접하고, 가상화폐로 이익을 본 직장인 국태랑(가명, 39)씨는 말을 아꼈다. 그는 “어디 가서 블록체인 말만 꺼내도 가상화폐 투기가 대화 주제를 잠식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대한 난해함도 한몫했다.

어느 세미나에서 어느 교수는 “자꾸 쉽게만 설명해달라는데, 이건 어려운 개념”이라며, “여러분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고 저도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블록체인 대국민 공모 프로젝트,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정부도 어려움은 가지고 있다. 블록체인에 ‘블’만 꺼내도, 따라오는 게 가상화폐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한말에 개화하자는 세력은 사회에서 폐악으로 매도됐다”며, “가상화폐에 대한 시각도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가 서양 문물처럼 발전됐다는 건 아니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KISA 관계자는 “2018년 초에 카드뉴스 등을 만들어 블록체인 기술을 알리기도 했다”며, “최대한 국민 생활에 밀접한 부분에서 경험을 통해 블록체인을 알리려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블록체인과 관련된, 2018년 6개의 시범사업, 2019년 12개 사업, 그리고 3개의 민간 공모 프로젝트는 블록체인 기술 진흥 정책이자 홍보 정책인 셈이다.

“뭘 알아야 참여하지”라는 시민의 불만은 해소되지 않더라도, 무지를 빌미로 검증되지 않는 정보가 판치는 지금의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시장을 고려하면 실제를 보여주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이번 대국민 블록체인 공모 프로젝트에 개인은 참가하기 어려울 것 같다. KISA의 공모전 사업 심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실현 가능성에 대한 기술 검증 등이 심사 요소로 포함된다”며, “개인이 가진 아이디어로는 힘들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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