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마오쩌둥은 “누가 우리의 운명을 지배하는지 나는 가없는 대지에게 묻는다”고 말했다.
마오쩌둥은 중국 공산당을 이끌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했다. 지금 중국을 시작한 인물인 셈. 그런 그에게 중국의 끝없는(가없는) 대륙, 그리고 그 위의 13억 인구는 곧 한 나라를 세우기 위한 질문이자 답변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반세기가 흐른 2018년, 그의 예언은 IT 시장에서 다시 반복됐다.
BAT(Baidu·바이두, Alibaba·알리바바, Tencent·텐센트)가 거대 중국의 배경을 바탕으로 인터넷 세상을 잠식하고 있다.
중국 자체가 경쟁력
BAT의 성장동력은 중국 그 자체. 세 기업은 중국인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바로 O2O서비스, BAT는 자신들의 핵심 경쟁력을 바탕으로 13억 인구에게 지갑을 제공했다.
지난 11월, 텐센트는 자사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WeChat Pay)’의 사용자가 6억 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10억 명 이상이 사용 중인 위챗에 모바일 결제를 결합해 강력한 추진력을 낸 것.
핀테크의 원조 격인 미국 페이팔 사용자가 2억 1000만 명임을 감안하면, 출시 4년 만에 위챗페이의 성장은 단순한 위챗 덕분이라고 보기만도 어렵다.
위챗페이는 중국인의 삶 속에서 깊숙하게 진입했다. 일반적인 결제는 물론, 송금, 비행기 및 기차 예약, 콜택시 호출, 각종 공과금 납부까지 모두 위챗페이로 가능하다. ‘중국 거지도 적선은 QR코드로 받는다’는 말은 농담이 아니다.
여기에 알리바바의 ‘알리페이(AliPay)’로 추격하고 있다. IT조사기관 머천트 머신에 따르면, 알리페이의 사용자는 약 4억 명. 알리페이는 알리바의 자회사인 앤트파이낸셜에 운영하고 있다.
알리페이의 강력한 전자상거래 서비스와의 결합에서 나온다. 알리페이에 따르면, 광군제 기간 모바일 결제 비율이 90%를 웃돈다. 알리바바라는 싸고 다양한 상품 시장과 알리페이라는 편리한 결제 수단의 결합이 시너지를 발휘한다.
게다가 알리바바의 IT 기술 투자 또한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 11월 11일 열린 '2018 광군제’에서 지문과 얼굴 등 생체 인식을 통한 알리페이 결제 비율이 60%를 상회했다.
알리바바는 보안 수준을 높이는 한편, 클라우드의 AI 관제를 통해 방대한 트래픽을 분산시켰다. 이번 광군제는 24시간 만에 약 34조 원의 매출액을 기록할 만큼 사용자가 몰렸다. 사이트 마비는 일어나지 않았다.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서비스 계열사인 알리클라우드는 수퍼 컴퓨터 '페이티엔(Apsara)을 자체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알리바바의 AI 시스템 '다링(Daring)’은 컴퓨팅 자원의 분배율을 90%까지 높이는 효과를 냈다.
텐센트의 위챗페이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가 양대 산맥이라면, 바이두의 바이월렛은 떠오로는 신성이다.
바이두의 핵심경쟁력은 바로 검색 엔진에서 나온다. 바이두 포털 사이트는 중국 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그 점유율은 약 70%에 달한다. 매일 약 8억 명이 바이두로 인터넷 세상으로 진입하는 셈이다.
강력한 사용자 데이터에서 오는 바이두의 경쟁력으로 AI와 결합, 알리바바와 텐센트를 추격하고 있다. 바이두는 최근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발명, 특허, 글로벌 진출, 영향력 기준으로 선정한 중국 100대 혁신 기업의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큰 술을 담기 위해선 큰 술부대가 필요한 법. BAT가 단순히 거대한 중국 자원으로만 성장한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중국에서만 머물고자 하지 않는다
이제 BAT는 더 큰 야망을 꿈꾼다. 그 징조는 2017년부터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말, 중국 과학기술부는 바이두가 자율주행차를, 알리바바는 스마트 시티를, 텐센트는 AI 의료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한 ‘혁신 플랫폼(Open innovation platforms)’ 구상안을 발표한 바 있다.
2018년은 그 구상을 점진적으로 실현한 해였다.
바이두는 중국 천진에서 자율주행차 시험 주행을 시행했으며, 향후 시안 지방 정부와 자율주행차, 스마트 교통 시스템, 안면 인식, 센서 장착 도로로 포장된 AI 도시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알리바바는 교통 관리 등을 예측하는 AI 클라우드 플랫폼인 ‘ET City Brain’을 기반으로, ‘City Brain’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말레이시아 정부와 첫 협력을 기점으로, 늘어갈 예정이다.
게다가 스마트 시티의 기초인 양자컴퓨팅, AI 기술 연구를 위해 알리바바의 R&D 센터인 DAMO아카데미를 텔아비브 등 6개 도시에 설립할 예정이며, 200여 개국에 150억 달러(16조 8,900억 원)를 투자하는 DAMO 이니셔티브도 시작했다.
텐센트 역시 거침 없다.
텐센트에 따르면, 현재 약 38,000개의 의료기관이 위챗을 계정을 가지고 있으며, 그 중 60%가 위챗으로 온라인 예약이 가능하고, 2,000개 이상의 병원은 위챗으로 병원비를 지불할 수 있다.
강력한 위챗 플랫폼 아래, 텐센트는 AI 의료까지 실현하려 한다. 텐센트는 지난 4월 영국의 가상 의료 스타트업 바빌론 헬스와 제휴를 맺어, 사용자가 증상을 위챗으로 알려 즉각적인 의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 미국의 의료 AI 스타트업인 아이카본X(iCarbonX)를 인수해 의학 기술까지 확장하려고 한다.
이제 BAT의 시장은 단순히 중국 내에 머물지 않는다. 세계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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