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태광그룹이 '정도경영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기업문화 쇄신에 나선다. 초대 위원장엔 검찰 출신 외부 인사를 전격 영입했다. 과거 경영진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어수선한 그룹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57)를 위원장으로하는 ‘정도경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를 통해 지난 8월 지배구조 개선작업으로 마련한 개혁의 밑그림 위에 그룹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도경영위원회는 임 위원장이 상근하는 상설기구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그룹 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정도경영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업문화를 구축하는데 중점을 둘 예정이다. 주요 경영활동에 탈·위법 요소가 없는지 사전 심의하고, 진행중인 사안도 일정한 기준을만들어 정기적인 점검을 함으로써 그룹 문화를 바꾼다.

임수빈 태광그룹 정도경영위원회 위원장.(사진=태광그룹)
임수빈 태광그룹 정도경영위원회 위원장.(사진=태광그룹)

임 위원장은 사법연수원 19기로 춘천지검 속초지청장, 대검찰청 공안과장을 거쳐 지난 2009년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를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났다. 임위원장은 재직시절 소신있는 개혁파 검사로 평판이 높았으며, 'PD수첩검사'로도 유명하다. 2009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으로 재직 시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관련한 상부 지시에 "언론의 자유 등에 비춰볼 때 보도제작진을기소하는 것은 무리"라며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겪다가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 2017년엔 검찰 개혁을 강조하는 논문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임 위원장은 '검찰권 남용 통제방안' 논문으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논문에서 "수사는 잘하는 것 보다 바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도경영을 실천함으로써 기업의 해묵은 관행을 고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등 기업문화를 일신하려는 태광그룹의 제안을 수락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임 위원장은 "처음엔 태광그룹의 제안을 받고 고민했지만, 지배구조 개선활동과 오너 개인 지분 무상증여 등에서 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느껴 수락하게 됏다"며 "특히 기업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던 저에게 수 차례 부탁했다는 것도 개혁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사회에 도움이 되고 국가발전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태광을 건강하게 만들어 국가와 사회에 책임을 다하는 모범적인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신용 전 SK하이닉스상무(49)도 정도경영위 위원(전무)으로 합류한다. 황 위원은 국회 보좌관과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SK하이닉스 정책협력을 담당했다.

정도경영은 고 이임용 태광그룹 창업주가 평생 지켜 온 경영철학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지금, 더욱 강조하고 지켜나가야할 가치다.

실제로 태광그룹은 2016년 12월부터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했으며, 이호진 전 회장 등이 소유했던 계열사들도 무상증여, 합병 등의 방식으로 정리했다. 당시 이 전 회장은 1300억원 상당의 개인 지분을 세화여중·고와 태광산업에 무상 증여한 바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도덕성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사를 영입한것은 객관적인 시각과 엄정한 잣대로 그룹을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임 위원장이그룹의 변화와 개혁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그룹이 위기에서 벗어나 재도약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태광그룹 사옥 전경.(사진=태광그룹)
태광그룹 사옥 전경.(사진=태광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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