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바보 상자'는 한때 텔레비전(TV)을 일컫는 단어였다. 어른들이 주로 사용했던 단어로, 아이들에게 텔레비전을 많이 보면 바보가 된다는 의미로 사용됐다. 당시 텔레비전은 방송국에서 보내주는 영상을 단순히 보기만 하면 됐으니 아예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요즘은 세상이 바뀌었다. 단순히 방송사가 보내준 영상을 보는 것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원하는 영상만 골라 보는 시대다.

텔레비전이란 용어를 처음 정착시킨 사람은 미국 출신 기술자인 판즈워스다. 1922년 고등학생 때 전자식 텔레비전 설계도를 작성할 정도로 천재였다. 1927년 판즈워스는 투자를 받아 만든 송신기와 수신기를 시연하기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다음해 그의 업적이 실린 기사에서 처음으로 텔레비전이라는 단어가 사용됐다. 

텔레비전을 처음으로 상업화한 사람은 영국 출신인 베어드다. 1925년 베어드는 니프코브 원판과 브라운관을 활용한 텔레바이저라는 이름을 가진 텔레비전을 발명했다. 이 텔레바이저는 전 세계적으로 1900대 정도가 팔렸다.

이후 러시아 출신 기술자인 즈보라킨은 1923년 아이코노스코프라는 송신기를 개발해 특허를 신청했다. 1년 후에는 키네스코프라는 카메라 튜브를 발명했다. 기술적으로 완전하지는 못했지만, 컬러텔레비전 시스템에 대한 특허도 출원할 정도였다.

텔레비전은 제2차 세계대전을 만나며 개발에 난항을 겪는다.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독일이다. 독일은 1935년부터 히틀러를 비롯한 나치를 광고하는데 텔레비전을 이용했다. 또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위해 자국 내 기계공장을 무기 공장을 전환했다. 따라서 방송국들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텔레비전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40년대 후반부터다. 1947년 17만대 가량을 팔았던 텔레비전은 1950년에 700만대로 급증했다. 절반이 넘는 제품이 RCA제품이었다. 1960년대 텔레비전은 가장 인기 있는 매중매체로 부상했다. 한때 라디오가 차지했던 자리를 텔레비전이 대체하기 시작한 것이다. 1960년대 미국 텔레비전 판매수는 4570만대를 넘었다. 당시 RCA는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기록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방송을 시작한 곳도 RCA다. 당시 텔레비전을 생산할 여력이 없던 우리나라는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한 제품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LG전자 전신인 금성사가 일본 하타치 사와 기술 도입을 통해 국내 최초로 텔레비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거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 추첨에 당첨되지 않으면  구매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후 1974년 우리나라 최초의 컬러 텔레비전이 아남산업에서 생산됐다. 마쓰시타전기와 합작해 만든 제품이다. CT-201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제품은 14인치와 20인치로 두 가지 종류의 제품이 판매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컬러 방송을 볼 순 없었다. 컬러 텔레비전 방송이 1980년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해 8월 정부가 국내 컬러 판매를 허용했고, 12월부터 KBS에서 컬러 텔레비전 방송이 시작됐다. 이후 텔레비전은 점점 보급화되기 시작한다.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가정마다 1대씩 텔레비전이 보급됐다.

삼성 QLED 8K TV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삼성 QLED 8K TV (사진=삼성전자 홈페이지)

이후 텔레비전은 부피는 줄이고, 화면 크기는 늘리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여기에 화질 선명도와 음향 부분에서도 발전이 이어졌다. 한때 '바보 상자'라고 불렸지만 이제는 영상과 음향 등 많은 기술들이 집약된 '가전의 꽃'이 된 것이다.

이는 최근 발매된 제품들을 통해 알 수 있다. 현재 텔레비전 화질은 HD를 넘어서 4K, 8K까지 구현하고 있다.

특히 LG전자 올레드 TV는 독자 개발한 인공지능 화질엔진 알파9을 통해 보다 선명한 화질을 제공한다. 알파9는 정확한 색상을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색좌표 기준 색상을 일반 TV 대비 7배 이상 촘촘하게 나눴다. 또한 최적의 명암비와 채도를 찾아 값을 조정한다. 사물은 선명해지고 배경은 원근감이 더해져 더욱 입체적인 영상이 만들어진다.

삼성전자 QLED TV는 업계 최초로 개발한 인공지능(AI) 화질엔진 퀀텀 프로세서 8K를 탑재했다. 수백만 개 영상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찾아낸 알고리즘을 통해 저화질 영상이 입력돼도 스스로 8K 수준 고화질로 변환한다. 또한 화질뿐만 아니라 사운드까지 영상에 맞춰 자동으로 최적화한다. 예를들면 스포츠 경기를 볼 때 청중 환호성을 크게 해 현장감을 높이는 방식이다.

또한 텔레비전은 기존 단방향 정보를 수용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쌍뱡향 채널로 발전했다. 바로 스마트 TV라고 불리는 물건이다. 스마트TV란 인터넷에 접속해 앱과 웹 서핑,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쌍방향 채널을 말한다. 앞서 발표된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보다 더 발전된 방식이다.

LG전자는 최근 온라인 TV·영화 서비스 POOQ(푹)과 협력해 LG 스마트 TV로 볼 수 있는 채널플러스 무료 채널을 62개로 늘렸다. 또한 여기에 시청자 성향에 따라 계절별 추천 여행지 사진을 추가로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기존 휴대전화에 사용되는 인공지능 시스템인 빅스비를 가져왔다. 자주 보는 콘텐츠를 통해 연관 콘텐츠를 추천받을 수 있고, 원하는 정보를 바로 물어볼 수 있다. 또한 IoT(사물인터넷)가 적용돼 다른 전자기기까지 제어가 가능하다.

이렇듯 텔레비전은 향후 컴퓨터의 기능을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점차 개선되는 화질과 음향 등으로 인해 텔레비전이 영화관을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정용 TV의 화질이 극장용 화면을 이미 뛰어넘었다"며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앞으로도 점점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다른 가전 제품과 연결되거나, 방송을 알아서 찾아주는 AI기능도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사진=LG전자 홈페이지)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사진=LG전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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