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①] 끊이지 않는 '甲의 횡포'…계속 흐르는 '乙의 눈물'
[갑질①] 끊이지 않는 '甲의 횡포'…계속 흐르는 '乙의 눈물'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8.12.10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굽네-미스터피자-남양유업 등 '갑질 기업', 병폐 해소 위해 동분서주
"오너가 솔선수범해 협력사를 존경하는 마음 보여야 직원도 배운다"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이제 갑질은 완전한 보통명사다. 조어가 보통명사화되기란 쉽지 않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입에 담아야 한다. 갑질이란 단어는 지난 2013년 4월, 왕희성 포스코에너지 당시 상무이사가 승무원을 폭행한 사건에서 처음 생겨났다. 이때 시민들은 '사회적으로 우월적인 위치에 있는 자가 그렇지 않은 자에게 부당한 권력을 휘두르는 행태'를 '갑질'이라고 부르기로 약속했다. 이후 5년간 갑질은 줄곧 사람들의 말거리가 돼 왔고, 사회 곳곳에 포진한 갑들의 흑막을 폭로하는 제보가 잇따랐다.

오너와 임원, 혹은 기업 차원의 갑질이 밝혀져 사회적으로 맹비난을 받았던 기업들이 있다. 갑질의 가해자로 지목된 기업들이 고질적인 자사 구조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아봤다.

대기업 갑질 논란... 사후 대책은 어떻게 세웠나

굽네치킨은 3년 전 가맹점주 갑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굽네치킨 브랜드를 운영하는 지엔푸드가 지난 2008년 12월부터 2010년 8월 사이 지점 130곳과 재계약하는 과정에서 영업지역 축소를 강요했다. 기존 가맹점의 영업면적을 줄이면 본부는 해당 면적에 새로운 점주를 들여 로열티, 광고·판촉비 등을 더 취할 수 있다. 당시 공정위는 사업자의 영업지역을 임의대로 줄인 지엔푸드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2억17000만을 부과했다.

굽네치킨 측은 갑질 제재 이후 현재까지 가맹점과 본사의 협력 작업에 진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본부와 점주 간 간담회를 통해 가맹점의 애로사항을 듣고 개선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맹점 청결 관리를 위한 클린데이와 굽네 아카데미 교육 시스템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슈퍼바이저가 가맹점에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환경 개선을 위한 관리교육을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12일 민주노총이 항공대기업의 갑질을 규탄하고 있다. ⓒ신민경 기자
지난 10월 12일 민주노총이 항공대기업의 갑질을 규탄하고 있다. ⓒ신민경 기자

지난 2015년에는 미스터피자 가맹점주 약 100명이 부당한 광고비를 항의하고 나서자 본부가 이승우 가맹점주협의회 회장과의 가맹점계약을 해지했다.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켜서다. 지난해 4월에는 미스터피자 등을 MP그룹(옛 MPK그룹)의 정우현 전 회장은 음주 후 60대 경비원의 뺨을 두 차례 때렸다. 본인이 건물 안에 있는데 1층 출입문을 잠궜기 때문. 또 정 전 회장은 미스터피자를 탈퇴한 가맹점주 가게 근처에 직영점을 열어 비교적 싼 값에 파는 보복 영업을 하게 한 혐의도 받았다. 당시 탈퇴한 가맹점주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정 전 회장의 갑질은 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대해 MP그룹 측은 "잇단 사건의 관계인은 모두 경영선에서 배제됐다. 투명경영위원회를 통해 사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맹점주들의 필수품목 관련 불만을 수용하기 위해 상생협약을 맺어 점주들이 자체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밀어내기'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2013년 5월, 남양유업의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며 강매를 유도한 사실이 밝혀졌다. 사측은 대리점이 주문하지도 않은 제품을 임의대로 할당해 떠넘겼다. 점주는 빚을 내서라도 본사가 밀어낸 물건들을 구입해야 했다. 현재까지도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파문의 여파로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에 부닥친 상태다.

이와 관련해 남양유업 관계자는 "5년 전 일어난 밀어내기 사건 이후 회사 전반의 영업시스템을 개선해 공정위 등의 외부기관으로부터 수차례 검증받았다. 대리점주가 직접 주문물량을 입력하게 하고, 만일 원하지 않는 주문이 이뤄졌을 경우 즉각 반송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인센티브제도와 장학금 복지제도, 분기별 대리점 상생회의 등을 활성화해 대리점과의 상생협력을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이 승무원들을 상대로 지속적인 성추행을 범한 사실이 드러났다. 신입 승무원들은 이른바 '박삼구 기쁨조'의 일원으로 자주 불려나갔다. 당시 공개된 제보 내용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이 매월 본사를 찾는 날이면 승무원들은 반갑게 맞으며 찬양하는 말을 내뱉어야 했고 원치 않게 살갗이 닿는 일도 허다했다.

논란과 관련해 구조적 개선 여부를 묻는 질문에 금호아시아나 측은 "성추행 사건 이후 불필요한 행사를 줄이고 승무원 복장을 간소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직도 조직문화 개선으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 중이다. 기존에 운영하던 고충상담실을 직원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고충상담실은 부서와 직급에 관계 없이 문제 제기가 되면 바로 해당 직원에 대한 조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갑질 논란 기업들..."오너 나서 갑을관계 인식 바꿔야"

강종열 울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전 울산항만공사 사장)는 "갑질의 기저에는 상대편에 대한 우월적 권리주의가 깔려있다. 실제로 대기업들은 협력업체나 가맹점주와 상호 협의 후 결정해야 할 사항도 일방적인 업무 지시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거래의 당사자가 아닌 하위 개념으로 인식해서다. 사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이전에 오너와 관계인, 본부 직원들의 윤리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현실적 윤리강령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갑질 논란 이후 기업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직원들에 대한 교육이다. 협력업체와 가맹점 등은 본부와 대등한 관계에 있으며 이들이 성장해야 본부의 사업성과도 함께 높아진다는 것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기업의 오너가 솔선수범해 협력사들을 존경하는 마음을 보여야 직원들도 보고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뉴스 스탠드에서 디지털투데이를 만나보세요. 디지털투데이 뉴스스탠드 바로가기 - MY 뉴스 설정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