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2018년을 뜨겁게 달군 키워드는 '갑질'이다. 갑질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이 신조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이후다. 갑질이란 이해당사자간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갑)가 사회적, 경제적 신분, 지위 등을 이용해 상대방(을)에게 하는 부당한 행위를 뜻한다.

원래 갑과 을의 관계는 계약이나 쌍방간 이해당사자를 지칭하는 수평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요즘에는 신분과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괴롭히는 비정상적 행위를 갑질로 통칭하고 있다. 파이터치 김강현 연구원은 "오늘날 기업 갑질문화는 경제성장과 함께 발전했다고 볼 수 있다"며 "우리사회가 급속한 경제발전을 통해 양적 성장은 이룩했지만 이 과정에서 승자가 모든 걸 독식하는 승자효과와 내가 남보다 우월하다는 차별적 과시 등 자본주의의 병폐가 고스란히 남았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조선일보 사장 손녀가 뱉은 모욕적인 언사, 박찬주 육군대장 공관병 사역논란,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의 직원 폭행 등이 대두됐다. 이에 대해 천안시의회 의정연구실 김종욱 박사는 "갑질 논란은 최근에 늘어난 게 아니라 그동안 수면에 숨겨져 있던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부당하더라도 참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억울함과 분노를 솔직히 표현하고, 서로를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온라인 발전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폭행 장면(사진=KBS 뉴스)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폭행 장면.(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직장갑질119가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해 본 직장인 10명 중 7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갑질은 어떻게 개선해 가야할까. 김강현 연구원은 제도적·정책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갑의 횡포를 폭로하고 고발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업 내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노동법, 민법(명예훼손)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적용함으로써 실효성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전발전연구원 김흥주 박사도 갑질문제가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계속 반복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는 법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졌다. 해당 법안은 현재 9월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의결됐다. 한국노동연구원 김근주 연구위원은 해당 법안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을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은 아니다. 그러나 갑질 방지를 위한 첫걸음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관련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그러나 현재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법안, 일명 '양진호 법'은 아직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정신적, 정서적 고통의 개념이 모호해 업장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처벌 근거와 수위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논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이다. 이에 김경선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직장 내 괴롭힘은 근로기준법상에 들어가 있지 않아 행정지도 차원에서 지도하겠지만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문화적·교육적 해법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제는 어느정도 정착한 직장 내 성희롱·폭력 교육과 같이 갑질근절 교육을 실시하고, 시민단체와 유관기관 관심 속에서 가치관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미 한국 사회는 위계적, 차별적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아 처벌 강화라는 제도적 장치만으로 쉽게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흥주 박사는 "갑질은 재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차별적 이해관계가 발생하는 일반 사람들에게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며 특정한 상황에서 어떠한 개인이나 집단이 을의 위치에 있다가도 다른 맥락에서는 갑의 위치에서 을에게 갑질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속적인 논의·토론을 통해 갑질문화가 근절될 수 있는 장기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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