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바둑으로 꺾자, ‘알파고의 기업’이 어디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떠오른 이름은 딥마인드. 그리고 구글이었다. 

딥마인드는 2010년 데미스 하사비스가 창업했으며, 2014년 구글이 인수했다. 인수 가격은 약 4억 달러(4521억 원)에 달했다. 알파고 이후, 말로만 유행하던 AI(인공지능)는 주목받기 시작했고, 비로소 4차 산업혁명 기술 대전의 막을 올랐다.

그리고 지금 구글의 AI 기술력은 의료기록 데이터만 있으면 환자의 입원 기간, 재입원 확률, 심지어 사망 확률까지 예측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구글이 의료서비스 기업까지 된 셈이다.

구글은 딥마인드를 인수할 때, AI가 이렇게 쓰일 것이라는 걸 예상했을까?

지금 IT업계는 AI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확장하는, 즉 기업의 발전 가능성까지 결정하는 시대로 들어섰다.

글로벌 IT 기업, 너도나도 AI스타트업 인수

IT 기업 시장에서 가장 핫한 상품(?)은 역시 AI기업이다.

지난 9월, MS는 AI 딥러닝 모델링 스타트업 '로브(Lobe)’를 인수했다. 이전 6월에는 AI 알고리즘 제작 스타트업 ‘본사이(Bonsai)’를 인수했다. 당시 MS는 "AI를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보다 앞선 2017년에는 자연어 처리 특화 AI 스타트업 '말루바(Maluuba)’를, 2016년에는 AI 활용 가상키보드 솔루션 기업 스위프트키(SwiftKey)를 인수했다.

AI기업 인수 열정을 가진 기업은 MS만이 아니다. 

글로벌 IT 기업은 지속적으로 AI 스타트업을 인수해오고 있다.(자료=CMSC)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애플은 올초 AI 개발 기업 '실크 랩스(Silk Labs)’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크 랩스는 개인 정보 보호와 관련된 AI 기술을 가지고 있어, 페이스북이 최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과 액세스 토큰 해킹으로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전략으로 인수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AI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래티스 데이터(Lattice Data)’를, AI로 얼굴을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리얼페이스(RealFace)를 인수했다. 최근 5년간 9개의 AI 스타트업에 애플의 이름을 달아줬다. 

그중에서도 AI 스타트업 인수에 가장 열성인 곳은 구글이다. 2013~2017년 사이 구글이 품은 AI 스타트업은 11개에 달한다. 

늘어난 만큼 각 기업의 사업 영역도 넓어진 셈이다.

삼성전자, 네이버, 카카오...늦었지만, 빠르게

국내 IT 기업 역시 AI 스타트업 인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공식적으로 AI 스타트업 M&A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장 사장은 "국내외의 적합한 AI 업체들을 대상으로 적극 인수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며, "관련 인력도 우선 1차로 1천 명 이상의 AI 엔지니어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AI 스타트업 M&A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투자 형태로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해왔으며, 지난해 11월 국내 AI 스타트업 플런티(Fluenty)를 인수한 바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2017년을 기점으로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가담했다. 

2017년 네이버는 제록스리서치유럽, 컴퍼니AI, 퓨리오사AI, 딥픽셀, 크라우드웍스를, 카카오는 스켈터랩스와 래블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했다. 모두 각 산하 투자사인 D2스타트업팩토리(D2SF), 케이큐브벤처스를 통해 진행됐다.

"월급 걱정 없으니 좋다"

인수를 당하는 쪽도 스타트업의 이러한 인수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었다.

3년차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사실 노리는 부분도 없지 않다”고 솔직한 감정을 털어놨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빅사이닝을 낸 후, 회사 기술만 팔아버리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즉, 소속만 바뀐다는 것이다. 최근 오픈소스 기업 레드햇을 인수한 IBM도 “레드햇은 독립적인 사업부로 계속 존재할 것”이라며, 두 기업의 합병 후 미래에 대해 불안을 일축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예전에는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인수 후에 자신들의 사업 방향에 끼워 맞추려고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원래 업무를 계속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월급 고민 없이 일할 수 있다니, 상상만 해도 좋다.”

계륵이라고 하기엔...

그럼에도 불안감은 존재한다. 인수가 곧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영국 컴퍼니하우스에 따르면, 구글 딥마인드의 2017년 적자는 2억8190만 파운드(약 4180억 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확실한 매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게다가 2017년 딥마인드의 직원 인건비는 1억9700만 파운드(약 2921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 해 지출의 약 60%에 달하는 수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AI가 계륵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대한 기술 영역 아니겠냐”며, “결국 해당 기업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면, 또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IT시장에서 다른 기업에게 뺏기지 않으려면 역시 인수하고 보는 게 맞다”고 분석했다. “이제 자체적으로 개발하기엔 시간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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