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이하 코트라)가 27일 서울 서초 JW메리어트호텔에서 글로벌 신통상포럼을 열었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고율 관세), 원화가치 절상 압박 등으로 해외 통상 환경이 악화하고 있다. 또 국경 간 전자상거래가 크게 확대되는 등 4차산업혁명 속 기술융합을 중심으로 디지털 통상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에 산업부와 코트라는 포럼에 국내외 통상전문가를 초청해 전 세계적인 통상정책을 점검하고 상호 자문했다. 우리 기업의 대응전략 수립 방안 등도 논의됐다.  

기조연설자는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였다. 안 교수는 최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통상문제의 흐름을 짚었다. 그는 "이번 APEC 정상회담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여하지 않은 사실에서도 갈등 유지의 조짐이 읽힌다"며 "자국 이기주의를 내건 미국과 고공성장을 통해 선진국 도약을 노리는 중국이 여전한 의견차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경제학자 시각에서 볼 때 미국이 주장하는 상품 무역 적자는 사실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이 그 예다. 급격한 경제성장을 일군 국가로 알려진 한국도 지난 1986년부터 1988년까지만 흑자를 기록했고 이외에는 무역수지 적자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상품 무역 수지 적자 지표만 갖고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통상 조치를 주문하는 것은 어폐라는 게 안 교수의 주장이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사진=신민경 기자)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주제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신민경 기자)

그는 "미국의 다우존스 지수는 꾸준이 오름세다. 이는 중간선거 선전의 토대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자국 일자리 활성화, 제조기업의 회귀 등이 실현화한다는 점에서는 트럼프의 통상정책이 이로울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무조건적인 제조기업의 미국 회귀 조치는 트럼프의 임기가 끝나면 철회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럴 경우 기업의 부담과 경제의 불안정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중국 경제는 거시적 차원에서 급등과 급락을 반복 중이다. 미·중 분쟁의 심화에 따라 중국 내 쉐도우 뱅킹(정부 통제를 넘어 고위험 채권에 투자해 고수익을 얻는 유사 금융) 등 갖가지 문제가 촉발할 것이다"고 밝혔다.

안 교수에 따르면 미·중 무역 분쟁 속 우리나라 입지를 바로 세우기 위한 관건은 기술력 향상과 구조조정이다. 그는 "일전에 독일이 중국의 '메이드인차이나 2025 정책'이 자국에 얼마나 위협적인지 암시하는 지표를 공개한 바 있는데, 도표에서 잠재 경제 위험성이 가장 높은 국가가 한국이었다"며 "국내 주력 산업들이 중국의 기술 추격에 따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의 2025 정책은 한국에 기회인 동시에 위기일 공산도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가변화지표를 보면 지난 2016년부터 우리나라와 중국의 주가 연동성이 커지고 있다. G2(미국, 중국)이 벌이는 통상 갈등 문제로 인해 중국의 경기가 불황에 접어들면, 중국과 연동성이 깊은 우리나라 또한 경제 위기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언급했다. 

이어 제프리 쇼트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 통상정책과 전망에 관해 발표했다. 쇼트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정권을 잡으며 미국의 통상정책에는 큰 변화가 일었다. 이전 정권에서는 전 세계의 국가들과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외국 지분 정리, 자국 제조기반 강화, 무역수지 강세 등 미국에 집중한 정책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 미국에 대한 장벽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트럼프가 추지하는 반덤핑관세, 상계관세는 중국의 대미수출 9%를 막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수입제한조치를 통해 중국의 대미수출 절반 가량이 막혔다"고 말했다. 이어 쇼트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중국이 미국 기술을 도용하는 일 잦은 점에 주목한다"며 중국의 대미 투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잇단 조치에도 오히려 미국의 해외 무역 적자는 심화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는 대중국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쇼트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가 세계무역기구(이하 WTO)에도 불만을 갖는 지점은 세 부분이다. 먼저 관세 인상에 대해 WTO가 일정 조율을 문제로 미루고 있다. 또 트럼프는 각국의 동의를 얻어야 최종 처리를 할 수 있는 WTO의 분쟁해소절차를 지적한다. 그는 절차를 간소화해 빠른 시일 내로 권고가 이뤄지도록 바뀌기를 원한다. 마지막으로 트럼프는 WTO가 '불공정한 무역 관행'인 국영기업의 보조금 지급 문제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쇼트 선임연구위원은 "특히 국영기업에 관한 보조금 지급 문제는 미국과 중국 간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은 문제"라며 "미국이 중국의 물품을 더 수입하거나, 중국이 보복조치를 줄이는 등 양국이 어떤 형태로든 이해를 도출해야 해당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진=신민경 기자)
(사진=신민경 기자)

뒤이어 단상에 오른 세바스 띠앙 미루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상농업부 통상정책분석관은 '급변하는 시장환경과 글로벌 산업 재편 동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띠앙 분석관은 현재 전 세계 시장이 구조적으로 '디지털화, 로보트화, 서비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사물인터넷 등 데이터 구성, 활용 수단이 확대양산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기업의 생산과 제조군에도 영향을 미친다. 적층 가공과 자율 기계, 인간·기계 통합 서비스 등이 나오고 있다"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제조의 서비스화가 불가피한 점을 역설했다. 띠앙 분석관은 "실제 제조사들이 만드는 재화는 줄어들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등 서비스업체가 재화를 만든 후 판매하는 추세다. 유통업체 다이슨의 진공청소기, 제조업체에서 프린팅 솔루션 제공업체로 바뀐 제록스 등이 그 예다. 생산이 소비자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으며 주문제작의 대중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벨류체인(기업의 부가가치 창출 활동)'이 미래 해외시장 산업의 주요 화두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띠앙 분석관은 삼성전자 스마트폰를 예로 들었다. 그는 "스마트폰 안에는 삼성 외에도 수많은 외국 기업들이 제조한 부품들이 들어 있다. 그리고 생산 이외에 디자인, 마케팅, 유통, 물류, 금융 등 다각적인 차원에서 협업이 이뤄졌다. 즉 스마트폰의 최종 판매로부터 혜택을 받는 이해당사자들이 막대하다는 것이다"며 벨류체인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GVC(글로벌 가치사슬) 소득 분포는 탈글로벌화 추세다. 부가가치 비율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지난 2005년에 4%였는데 11년이 지난 2016년에는 불과 6%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GVC 소득이 늘어난 산업은 서비스와 전기기계 부문이었다. 한국이 가장 높은 로봇 집약도를 가졌다는 점에서, 기계와 서비스 분야에서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띠앙 분석관은 미래의 GVC를 전망했다. 그는 "관세를 올려야 부가 증대되지는 않는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관세 보복 등은 정치적인 갈등에서 비롯된 협상 전략일 뿐이다. 타협점만 찾으면 무역 갈등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현재 미·중 무역 갈등이 보호주의의 연장선으로 나타난다면 GVC는 완전히 막힐 것이다. 더구나 중국은 아시아 GVC의 중심인데, 중국이 흔들린다면 아시아 국가 전체가 타격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국가 별로 자국 벨류콘텐츠를 강화하고 확대양산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또 소비자와 제조 간의 간격을 좁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리쇼어링(Reshoring)과 니어쇼어링(Nearshoring)이 벨류체인을 위한 각국의 전략이 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