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유커(중국인 단체 관광객)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416만명보다 약 80만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단체관광이 곧 재개될 거라는 징후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앞서 중국은 지난해 3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확정되자 한국단체관광 금지령을 내렸다.

최근 중국 최대 온라인여행사 씨트립은 1년 8개월만에 한국 단체관광 상품을 판매했다가 하루 만에 취소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는 중국 내 반한 감정이 수그러들었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중국의 직접투자(FDI) 규모도 늘어났다. 지난해 8억1000만달러(9140억원)에 비해 올해는 3분기 23억9000만달러(2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양국이 발표한 한중 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와 올해 양국은 번갈아 고위급 인사들이 방문하며 화해 무드가 조성돼 왔다.

그러나 아직은 사드보복 조치가 모두 풀린 게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현재 단체관광 금지는 산둥성과 베이징 등 6개 지역에서만 한정적으로 해제됐기 때문이다. 사드 갈등 이전인 2015년 600만명, 2016년 80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다. 여기에 비교하면 아직까지는 정상 궤도에 올라오지 못했다는 평가다. 

문화산업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완화 기류가 만들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중국 내 채널에서 한국 프로그램과 연예인 등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중국관광객으로 인해 호황을 누렸던 화장품, 면세점 업계 등은 더욱 어려워졌다. 이 중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2분기 매출액 1조2050억원, 영업이익 10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6.5%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인 57.8%가 감소했다.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곳은 롯데그룹이다. 그동안 롯데는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 내 불매 운동 1순위로 거론됐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2분기 영업손실 297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롯데는 그동안 늘렸던 중국사업을 사실상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양국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 문재인 대통령
지난해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양국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 문재인 대통령

사드 보복 해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긍정적, 부정적인 부분으로 나눠진다. 긍정적인 의견은 중국이 조금씩 개선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만큼 차분히 기다려볼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면세점 등 관련 업계의 실적이 나아지고 있어 조급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사드 갈등 봉합은 표면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부정적인 주장도 있다. 사드배치가 철회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갈등이 지속된지 2년이 넘은 상태다. 이런 갈등은 양국 국민들에게 혐중, 혐한 감정을 남겼다. 따라서 언제든 재점화될 수 있다.

이는 과거 한일 관계와 비슷하다. 평소 양국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지만, 다케시마의 날, 역사 교과서 문제 등이 불거질 때마다 다시 냉각되기도 했다. 

최근 한일관계, 사드보복,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인해 국내 기업이 계속 손해를 보고 있는 만큼 기업의 체질을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체질 변화에는 매출처의 다양화,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모범적인 답안으로는 국내 관광산업이 꼽힌다. 그동안 유커가 빠진 국내 관광업계는 부진에 시달렸다. 이에 정부는 국내 관광 시장 타깃을 일본, 동남아 등으로 옮겼다. 한국문화관광대전, 관광 통역사 양성 확대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웠다.

이에 지난해 1분기 국내를 찾은 관광객은 3.2% 증가한 372만명을 기록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줄었지만 중국 이외 관광객은 14.1%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시장 다각화를 시행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사드보복으로 인한 피해를 직격으로 맞은 업체로 뽑힌다. 아모레퍼시픽은 기존 중국에 집중됐던 마케팅을 동남아, 중동 등으로 확대했다.

전국경제인연합 경제정책팀 홍성일 팀장은 이럴 때일수록 기업과 기업 간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치적 이슈는 기업인들이 판단하거나, 해결하기 어렵다. 이에 기업간 교류를 확대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홍 팀장은 "기업은 사드 등으로 대표되는 정치 리스크를 미리 확인할 필요는 있다. 이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냐가 기업이 쌓아야할 노하우"라고 조언했다.

그동안 유커로 인해 호황을 누렸던 산업이 거품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유커가 끊기고 국내 산업에 충격이 온 점이 거론된다. 이 충격 자체가 경쟁력 대비 과한 수요가 있었다는 증거라는 의미다.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 강중구 팀장은 "어떤 사업이든 거품이 발생하면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충격을 통해 기업은 시장의 판로를 다방면으로 고민하게 된다. 이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결국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평소 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화장품 업계 중에서도 면세 채널을 크게 강타했다. (이미지=PxHere)
중국의 사드 보복은 화장품 업계 중에서도 면세 채널을 크게 강타했다. (이미지=PxHere)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