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열 달 임신하여 하루에 출산한다.’ 장기간 조사하여 준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빗댄 중국 속담이다. 중국 ICT의 출산일이 다가오고 있다. 출산 예정일은 2019년으로 정해진 듯하다

양적 확산에 질적 성장을 계속하는 중국 ICT 굴기가 엄청나다. 

화웨이가 받고, 샤오미가 친다

우선 ICT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양자 구도를 중국이 깼다. 그동안 스마트폰은 갤럭시 아니면 아이폰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가트너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는 2018년 2분기 약 4984만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해, 애플을 앞질렀다. 삼성전자의 출하 대수는 7,232만 대였다. 화웨이는 이러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2019년에는 확실한 2위, 2020년에는 1위 사업자로 오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화웨이가 기존 시장을 파고들었다면, 미래 시장에서는 샤오미(XIAOMI)가 치고 오르고 있다. 

샤오미는 13억 시장으로 불리는 인도에서 삼성전자를 꺾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샤오미의 2018년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7%로, 삼성전자에 4% 가량 앞섰다.

지난 (사진=청와대)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은 삼성전자의
인도 제2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사진=청와대)

화웨이, 오포, 비보, 샤오미가 이미 중국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인도 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삼성전자의 위기감은 지난 7월 열린 노이다 제2공장 준공식에서 드러난다.

당시 준공식에는 문재인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참석해 그 중요성을 더했다. 삼성전자는 6800만 대 연 생산능력을 1억 2천만 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모두 중국 ICT의 팽창이 부른 결과다.

중국의 반도체 궐기, 그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의 궐기는 거세다. 지난 8월, ‘플래시 메모리 서밋 2018’ 행사에서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YMTC)는 2세대 32단 3D 낸드플래시 시제품을 선보이고, 2019년부터 양산할 것이라 발표했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하는 4세대 64~72단 3D낸드와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YMTC가 2016년 설립된 이래 3여 년 만에 3D 낸드를 생산해낸 속도를 보면, 64단 3D 낸드 생산도 머지않았다는 업계의 분석이다.

이외에도 중국 푸젠진화(JHICC)는 서버용 D램을, 이노트론은 모바일 D램을 개발 중인데, 양사 모두 2019년 양산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중국 반도체의 급격한 성장 뒤에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YMTC 역시 중국 국영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의 자회사로, 보조금‧세제 혜택 등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2025’ 전략 아래,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2017년도 중국의 반도체 수입 규모는 2601억 달러(293조 4000억 원)로, 농산물 수입의 2배에 달한다. 이를 뒤집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반도체 굴기’다.

중국 ICT 역량은 기존 시장에서만 드러나지 않는다. 2018년 하반기 바이두·알리바바·화웨이는 차례대로 AI 반도체를 발표 및 출시 예고하며 컴퓨팅 업계에 야심을 드러냈다. 

(사진=화웨이)
광범위한 소비 시장이 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력과 만나 중국 ICT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사진=화웨이)

바이두는 바이두 AI 개발자 콘퍼런스(BaiduCreate 2018) 행사에서 AI 반도체 ‘쿤룬(Kunlun)’을 공개했고, 알리바바는 자사의 첫 번째 AI 반도체 ‘알리(Ali)-NPU’를  2019년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화웨이는 지난 10월 열린 ‘화웨이 커넥트 2018’ 행사에서 2019년 출시할 서버용 AI 반도체 ‘어센드 910’과 에지용 AI 반도체 ‘어센드 310’ 2종을 공개하였으며, IFA 2018 행사에서는 차세대 스마트폰에 탑재될 모바일용 AI 반도체 ‘기린 980’을 공개했다.

시스템 반도체에 해당하는 AI 반도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AI 반도체는 향후 엣지컴퓨팅은 물론 자율주행차 분야에 이르기까지 IoT 관련된 모든 곳에서 쓰일 예정이라 점점 경쟁이 달아오를 전망이다. 이미 MS는 '브레인웨이브(Brainwave)’, 구글은 'TPU(Tensor Processing Unit)’라는 이름의 AI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지원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중국의 ICT 굴기로 인해 가장 위협받는 국가는 다름 아닌 우리나라다. 독일 싱크탱크 메릭스(merics)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중국제조2025' 계획으로 인해 위협받는 국가 중 위험도가 가장 높은 국가로 한국이 꼽혔다.

특히 우리나라 ICT 수출에 있어 5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어, 만약 중국의 성장은 곧 한국의 후퇴다. 

게다가 ICT 응용 기술력에서도 뒤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의 분석에 따르면, AI,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각 분야에서 중국 기술 수준에 뒤처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중국의 '제조2025' 계획에 가장 위험군에 속해 있다. (자료=merics)
우리나라는 IoT 외에 AI, 블록체인 분야 기술에서 중국이 뒤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료=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국내 ICT 기업의 한 고위 임원은 “더 이상 한국과 중국의 국가 구도는 의미가 없다”며, “이미 ICT 업계는 각 기업이 국가를 넘어 협력과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걱정되는 건 중국 기업에 대한 정부의 물량 지원은 엄청난데, 우리 정부는 규제 하나 풀고, 관련 법 하나 바꾸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지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막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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