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CJ제일제당이 미국 대형식품업체 인수를 통해 최대 가공식품 시장인 북미로 진출할 교두보를 마련했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CJ제일제당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미국 냉동식품 전문기업인 '쉬완스 컴퍼니(이하 쉬완스)'를 인수키로 결정했다. 인수가격은 18억4000만달러(약 2조원)다. 이로써 미국 전역에도 식품 생산과 유통 기지를 확보하게 됐다.

적자사업부인 홈서비스를 인수대상에서 제외됐다. 재무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다. CJ제일제당은 인수 이후 사업의 안정적 운영과 확장을 위해 기존 대주주로부터 지분 20% 재투자를 유치했다. 이 가운데 13억 4000만 달러(약 1조 5000억원)는 CJ헬스케어 매각대금 등 자체 보유자금으로 활용한다. 나머지 5억 달러(약 5500억원)는 쉬완스의 자체 차입을 통해 조달한다. 양사는 기업결합 신고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내년 초 인수를 마무리한다.

쉬완스를 인수한 까닭

쉬완스는 지난 1952년 미국 미네소타주에 설립된 이래 미국 내 17개 생산공장과 10개의 물류센터를 보유 중이다. 피자, 파이, 동양식 식전 요리 등 식품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배달 서비스 사업을 제외한 올해 매출은 2조 3000억 원이며, 상각전이익(EBITDA)은 246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은 "현재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들 가운데 건강식과 한식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고 있는 미국을 공략하기 좋은 기업을 찾았다. 이 중 60년의 역사를 가지고 냉동식품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한 쉬완스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식문화 유사성으로 인해 캐나다와 멕시코 등 인접국가로도 확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 냉동식품 시장은 35조 원 규모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중 각국 전통식품과 클린 라벨(Clean Label·각종 식품첨가물을 넣지 않고 가공을 최소화한 원료로 생산된 제품) 중심으로 성장 중이다. 한식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한식 기반 냉동간편식과 '비비고'의 주요 제품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크다는 얘기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이번 쉬완스 인수를 통해 냉동식품사업 분야 주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핵심기술을 개발해 국내외에서 입지를 갖춘 냉동만두 부문을 다변화하고, 기존 제품의 현지화와 신규 한식 제품 개발에 힘쓸 예정이다.

CJ제일제당+쉬완스=동반상승 효과?

기존에 CJ제일제당은 캘리포니아와 뉴욕, 뉴저지, 오하이오 등 5곳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었다. 하지만 쉬완스 인수를 통해 생산기지가 네 곱절 이상인 22곳으로 확대된다. 미국 전역의 물류·유통·영업망도 확보된다. 이에 따라 코스트코와 같은 일부 대형 유통망에 집중되어 온 비비고 등 기존 CJ제일제당 브랜드 제품들이 북미 시장에 소개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미국 시장에서 '비비고 만두'의 매출이 4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만두와 면 중심의 간편식 품목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현지에서 대량 소비되는 피자, 파이, 식전 요리 등으로 집중 분야를 확대할 예정이다. 현지 인기 음식에 한식을 접목하는 신제품 개발도 가능해진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의 주력 냉장·냉동식품을 해외 시장에 진출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콜드체인(냉장·냉동에 의한 신선 식료품의 유통방식) 기반산업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쉬완스는 미국 전역에 콜드체인을 잘 구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수 후 얻는 동반상승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상장 시기와 기업공개(IPO) 등에 관해서는 현재까지 결정된 바 없다. 매각계약 종결(딜 클로징)은 내년 초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경영진이 쉬완스의 사업 부문을 담당할지 현지 관계인이 담당할지에 대해서도 계속해서 논의 중이며,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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