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팅의 역사에는 네 번의 물결이 있었다. 메인 프레임 컴퓨터의 등장으로 첫 물결이 일었고, 개인 컴퓨팅 및 소프트웨어가 뒤를 이었다. 제3의 물결은 인터넷이었으며, 그 다음은 모바일 및 클라우드 컴퓨팅이었다.

이젠 다섯 번째 물결이다. Arm이 정의한 제5의 물결은 ‘데이터 중심의 컴퓨팅’이다. 10억개가 넘는 센서에서 실시간으로 수집된 데이터가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로 빠르게 전달돼 인공지능(AI)이 처리하는 것. 즉, 데이터 수집과 전송, 처리가 동시 발전하며 컴퓨팅의 또다른 역사를 쓰게 된다.

‘제5의 물결’에 대응, Arm은 13일 코엑스에서 개최된 ‘Arm 테크 심포지아’에서 엣지(Edge) 역할을 하는 단말기부터 네트워크 인프라, 인공지능(AI)을 포괄하는 ‘네오버스(Neoverse)’ 플랫폼 로드맵을 발표했다.

강한 것부터 키운다… 모바일, 자동차, 그리고 IoT

난단 나얌팔리 Arm 클라이언트 컴퓨팅 사업부 부사장이 ‘Arm 테크 심포지아’ 기자간담회에서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Arm
난단 나얌팔리 Arm 클라이언트 컴퓨팅 사업부 부사장이 ‘Arm 테크 심포지아’ 기자간담회에서 로드맵을 발표하고 있다. /Arm

먼저 모바일 기기용 코어 설계구조(Architecture)다. Arm은 전체 모바일 설계자산(IP)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Arm이 내놓은 모바일용 코어 아키텍처는 ‘코어텍스(Cortex)-A76’다. 기존 Arm 코어는 한 번에 최대 3개의 명령을 수행할 수 있었지만 ‘코어텍스-A76’은 한 번에 4개의 명령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를 통해 노트북PC만큼의 성능을 낼 수 있는 모바일 단말기를 구현할 수 있다고 Arm은 설명했다.

Arm은 내년 출시할 ‘데이모스(Deimos)’와 내후년 나오는 ‘헤라클레스(Hercules)’까지 세대마다 성능을 15% 개선할 계획이다. 헤라클레스와 작년 출시된 ‘Cortex-75’를 비교하면 성능을 2.5배 높이는 셈이다.

Arm의 ‘코어텍스’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 인포테인먼트시스템(IVI)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85%, 첨단운전지원시스템(ADAS) AP의 65%가 Arm 코어 기반이다. 인텔이 인수한 모빌아이도 Arm 기반 마이크로제어장치(MCU)를 쓰는 ST마이크로와 협력 중이다.

Arm은 올해 자율주행차용 코어 IP ‘코어텍스-A76AE’를 내놨다. 7나노에 최적화된 이 IP에는 AP용 코어 IP로는 처음으로 ‘스플릿록(Split-Lock)’ 기능이 적용됐다.

‘스플릿록’은 2개, 또는 4개의 코어가 서로 독립적으로 작동하면서 고사양 작업을 처리하는 ‘스플릿 모드’와 전체 코어의 한 쌍, 혹은 두 쌍만 활용할 수 있는 ‘락 모드’로 AP의 작동을 조절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이다. 부품이 고장나도 주행에는 영향이 없어 ISO26262의 ASIL-D등급을 준수한다.

컴퓨팅 성능과 전력 소모량도 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개선했다. ‘코어텍스-A76AE’의 성능은 250KDMIPS, 전력 소모량은 15W 미만이다.

차량용 시스템온칩(SoC)을 개발하는 고객사들이 빠르게 기능 안전을 적용, 검증받을 수 있도록 ‘Arm 세이프티 레디(Safety Ready)’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10억줄 이상이 될 코드를 단순화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 표준화 등에도 앞장서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시작한 ‘디자인 스타트’ 프로그램도 순항 중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디자인 스타트’ 프로그램은 현재까지 3500건이 다운로드됐고 300개 이상의 시제품이 나왔다.

난단 나얌팔리(Nandan Nayampally) Arm 클라이언트 컴퓨팅 사업부 부사장은 “모바일 AP는 물론 자동차 AP도 ‘네오버스’ 플랫폼 아래 성능이 한차원 강화된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며 “그래픽처리장치(GPU) IP인 ‘말리(Mali)’ 또한 차량용 AP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 네트워크 인프라

모바일 기기, 자동차 등 엣지에서 모인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려면 네트워크 인프라가 필요하다.

Arm은 네트워크 인프라용 코어 IP 또한 ‘네오버스’ 플랫폼에 포함시켰다. 단말기용 코어 IP와 인프라용 코어 IP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운용할 수 있도록 해 확장성을 높이고 작업을 단순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Arm이 내놓은 네트워크 인프라 코어 IP는 ‘코스모스(Cosmos)’다. 내년에는 ‘아레스(Ares)’, 2020년에는 제우스(Zeus), 2021년에는 포세이돈(Poseidon)이 나온다. 코스모스는 16나노 기반이었지만, 내년 내놓는 아레스부터는 최첨단 공정을 쓴다. 엣지 컴퓨팅 때문이다.

Arm은 5G와 맞물려 엣지 컴퓨팅이 급속하게 확산될 것이라 설명했다. 엣지 컴퓨팅은 각 단말에서 모인 데이터 중 빠르게 처리해야되는 작업은 중앙 서버가 아닌 중간 로컬 서버에서 처리해 응답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Arm은 엣지 컴퓨팅을 위한 네트워크가 매일 구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응답속도나 효율성 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3년 후에는 10억개의 HD급 비디오 센서가 클라우드에 연결돼 매달 400EB의 데이터가 생성된다. 이를 전송하려면 4000만대의 서버가 필요하다. 현재 구축된 모든 퍼블릭 클라우드용 서버보다 많은 양이다.

나얌팔리 부사장은 “현재 클라우드 서버는 애플리케이션과 네트워킹, 스토리지, 보안 기능 모두 하나의 랙에 넣는 방식”이라며 “하지만 엣지 컴퓨팅을 구현하려면 각각이 모두 발전해야해 서버 구조도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엣지 기기에 ‘지능’을 더하다

Arm은 엣지 기기에 지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계학습(ML) 프로세서 IP도 내놨다.

서버가 ML 알고리즘을 각 기기에 보내주는 형태로는 추가 투자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스’를 3분씩만 더 사용하더라도 구글은 데이터센터를 증설해야한다.

Arm의 ML 프로세서는 언제 어디서 등장할지 모르는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도 처리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로 기능을 정의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블레이어엔진(PLE)을 넣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PLE 내부에는 CPU 코어와 S램도 들어있다. 각각의 데이터 유형마다 별도의 S램을 써야 데이터 처리 효율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데이터 처리량을 늘리기 위해 메모리 대역폭을 높여야 한다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메모리 압축 기술도 개발했다. 가중치(weight)를 둔 데이터와 입력(input)되기 직전의 활성화된(Activation) 데이터를 각각 구분해 기존보다 3~4배 정도 압축할 수 있게 했다.

소모 전력 대비 성능도 1W당 4TOPS로 높다. 이 정도면 엣지 기기가 충분히 ML 알고리즘을 구현할 수 있다고 Arm은 설명했다.

젬 데이비스 (Jem Davies) Arm 머신러닝 사업부 부장은 “이전까지 나온 신기술은 프리미엄급 제품이 아닌 저가형 제품으로 확산되는데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지만 AI는 모든 영역에서 급격히 도입되고 있다”며 “Arm의 ML 프로세서는 GPU와 달리 면적도 적고 확장성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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