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차세대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가 꾸준히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올해 삼성화재와 한화손보가 차세대시스템을 개통했으며 현대해상과 LIG손해보험,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등이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내년에는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그린화재, 교보생명, 대한생명 등이 차세대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거나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위한 ISP 수립에 들어갈 전망이다. 또 교보생명의 경우는 신보험시스템 교체 시기가 도래해 곧 ISP 수립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2년 교보생명은 기간계 부분의 신보험 시스템을 개통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시스템 교체 주기를 5년으로 봤을 때 내년이 바로 그 시기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의 신보험시스템 교체 시기가 도래했다고 보고 곧 시스템 교체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올해 ISP를 수립하고 본격적으로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보험업체도 여럿이다. 

동부화재는 지난 8월 RFP를 발송하고 EA컨설팅을 추진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차세대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보고 기대를 걸고 있다. 또, 동부화재는 현재 메인프레임 기반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보험업계가 리호스팅이나 다운사이징을 통해 유닉스 시스템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동부화재 측은 좀 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현재 수많은 보험사들이 차세대 시스템 열풍에 휘말려 고급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근교 동부화재 CIO는 “최근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위해 많은 금융기업들이 인력들을 모두 그쪽에 배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 때문에 인력도 부족하고 투자대비 효과를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함으로 심사숙고 중”이라고 말했다. 즉, 현재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ISP 수립 컨설팅을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반드시 차세대 시스템을 진행하지는 않을 것이란 방침인 것이다. 

동부화재의 ISP는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된다. ERP 업그레이드, BPM, 여신관리 시스템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도 현재 유닉스 시스템을 도입하고 리호스팅 작업 막바지에 한창이다. 내년 1분기 중으로 차세대 프로젝트 가동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알리안츠생명은 액센츄어와 내년부터 향후 3년간의 정보시스템에 대한 틀을 짜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이번 정보전략 컨설팅은 알리안츠생명이 진행해야 하는 크고 작은 시스템 구축이 망라돼 있으며 여기에 차세대 시스템도 포함된다. 차세대 시스템은 빅뱅 방식이 아닌 순차적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든 시스템을 한꺼번에 바꾸는 빅뱅방식에는 회사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알리안츠생명의 내년에 추진할 차세대시스템은 영업지원 분야를 강화해 매출증가와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린화재는 ISP 수립을 통해 차세대 시스템 구축 그림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그린화재의 현 시스템은 메인프레임. 지난 20년간 사용해 왔다. 따라서 현재 웹 환경에 만족을 못시키고 있다는 것이 현업 담당자의 의견이다. 하지만 아직 경영진에서 ISP 수립에 대한 구체적 일정이 잡힌 것이 없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대한생명 역시 현재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놓고 검토 중이다. 다만 아직 구체화 된 것은 없는 상황. 내년 정보전략 컨설팅 여부에 따라 차세대시스템 구축 여부가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권오근 대한생명 IT기획팀 차장은 “분위기에 편승해 차세대를 해야 할 것인지는 ISP 수립 후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는 IT환경과 금융 환경이 바뀌면서 현 시스템으로 대응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ISP 이후 대응 여부에 따라 차세대 시스템 구축 여부도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사업 IT 인력 부족 심각
“좀 더 신중한 판단 필요하다

“최근 보험업계에서는 차세대시스템이 가장 큰 이슈다. 올해도 그랬고 내년에도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따라가는 것은 너무도 큰 리스크를 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인력들이 차세대 시스템에 매진하고 배치되어 있다. 이는 분명 문제다. 따라서 지금은 다른 경쟁사들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더 낫다.”

한 화재보험사의 CIO 얘기다. 그는 이와 같은 이유로 당장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는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 금융권에서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에 투입할 IT 인력 확보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일부에서는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가 너무 많아 IT인력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라고까지 말한다. 

보험업계에서만 생보사와 손보사를 따졌을 때 올해와 내년 차세대 프로젝트 진행 건수가 15건에 이른다. 보험사 건수만 이러하니 전체 금융권을 포괄하면 30여개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SI업체들의 IT개발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 눈에 보인다. 이미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나선 많은 금융업체들이 한입으로 프로젝트 인원이 모자르다고까지 지적한다. 

한 대형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300여명의 SI업체 IT 인력이 투입된 사례로 볼 때 모든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필요 인원은 5000여명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융기관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1000여명을 넘지 못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때문에 아직까지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계획하지 않은 일부 보험사들은 ISP를 수립해 이 모든 것을 적절히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대한생명은 과연 분위기에 편승해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나서야 할 것인지를 내년 초 ISP를 수립한 후 고민할 계획이다. 권오근 대한생명 IT기획팀 차장은 “ISP 수립 후 변화하는 IT환경과 비즈니스 환경을 비교해 대응 여부에 따라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할 지의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린화재 측 역시 아직은 차세대 시스템을 논할 단계가 아니라며, “향후 ISP를 거쳐 적절한 시기에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인현 동부화재 시스템 기획파트 과장은 “너무 많은 보험사들이 차세대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어 고급인력이 없다고 판단했고 투자대비 효과를 봐야 하는데, 과연 얼마나 될지는 심사숙해야 할 문제”라며, “내년 ISP를 수립 후 차세대 시스템 도입 및 방식을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겉과 속 다른 보험업계 ‘속사정’
방카 4단계 준비 작업 진행 중

오는 2008년 4월이 되면 4단계 방카슈랑스가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 4단계 확대에 대한 발표가 나온 이후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반대하는 겉모습과는 달리 각 보험사별로 여기에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남몰래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4단계 방카슈랑스는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의 핵심상품인 자동차보험과 보장성 상품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방카슈랑스의 완결판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2005년 정부는 3단계(2006년 10월)부터는 만기 환급금 있는 보험을 은행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했으며, 최종 4단계(2008년 4월부터)는 개인 자동차보험과 일반 장기보장성 보험, 종신, 치명적 질병(CI)보험 등 일반 개인보장성 보험을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종신보험과 치명적 질병(CI)보험 등 보장성 보험과 자동차 보험을 은행창구에서 판매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보험 업계가 방카 4단계를 반대하는 이유는 은행의 우월적 지위남용, 보험설계사의 대량실직, 불완전 판매, 불균형 심화 등 다양한 이유를 들며 은행만이 이득을 볼 뿐 보험사와 소비자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각 보험사들은 4단계 방카슈랑스 확대에 앞서 겉으로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안으로는 여기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이미 은행과 보험사 전산 담당 실무자들은 4차례에 걸쳐 은행연합회에서 4단계 방카슈랑스 시행에 따른 공동시스템 구축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외국계 은행은 물론 보험사 관계자 등 약 20여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는 겉으로는 반대하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정부에서 강력한 의지를 표하고 있는 만큼 방카슈랑스 4단계가 무리 없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실제 방카 4단계가 실시됐는데 미리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경쟁사에 밀릴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적극 반영된 것이다. 

국내 대부분의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 4단계 준비 사항에 대해 정확히 말해줄 순 없지만 강력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손해보험사 전략 기획 담당자는 “공통의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준비해 놓지 않으면 방카 시행과 경쟁사와의 대응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4단계 방카슈랑스는 아무리 보험사들이 반대를 한다고 해도 정부에서는 그대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위해 은행과 연계해 준비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적어도 4개월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4월에 예정된 시행 시점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ittoday.co.kr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