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항공운송사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 중 하나다. 과거에는 자본과 기술력이 있다고 해도 쉽게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었다. 1999년 이전까지 항공사업은 면허제로 진행됐다. 때문에 2000년전까지 우리나라의 항공운송사업을 하는 업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밖에 없었다. 현재 독과점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오랜 기간 경쟁사 없이 발전할 수 있었다. 2009년 신규 항공사업 발급 기준이 낮아지기 전까지 이야기다. 기존 신규 항공사업 발급 기준이 항공기 5대와 자본금 200억원에서 항공기 3대, 자본금 150억원으로 낮아졌다. 이후 제주항공, 이스타, 티웨이 등 다양한 저비용 항공사(LCC)가 등장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좀 더 선택의 폭이 넓어진 셈이다.  

현재 국토교통부(국토부)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가진 국적항공사는 모두 9곳이다. 작년 국내선 기준 대형 항공사의 점유율은 43.14%, 저가 항공사 점유율은 56.86%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두 항공사의 독과점은 깨지지 않았다.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각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대형항공사 점유율을 절반이 넘는 6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에 국토부 관행혁신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주도하는 독과점 체제로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유착의혹이다. 특히 혁신위는 특정 항공사 출신이 항공안전감독관으로 많이 임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현재 국토부에 재직 중인 특정 항공사 출신 항공안전감독관은 총 32명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유착의혹은 여러 곳에서 징후를 드러냈다. 앞서 '물컵 갑질'을 저지른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갑질 사태 이후 조 전 부사장의 등기이사 재직이 불법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현행 항공법상 외국인 신분인 조 전 부사장이 항공사의 이사로 재직할 수 없다. 이는 항공사업 면허 취소에 해당되는 사유다. 그러나 국토부는 심의를 거쳐 진에어의 면허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갑작스러운 면허취소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여기에는 국토부의 특혜가 작용했다는 의혹이 많다. 국토부 항공기 면허자문회의가 자문의원과 회의록 등을 공개하지 않는 밀실 회의이기 때문이다. 국토부 항공정책과 관계자는 "항공안전감독관은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실제 항공기를 몰아본 경험이 있는 '경력자'만 뽑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특정 항공사 출신들을 뽑을 수 밖에 없다. 국토부 항공 관련 직원이 총 130여명인데 그 중 일부"라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신규 항공사업 면허 관련된 회의도 밀실에서 진행됐다. 당초 국토부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 2015년 아시아나항공의 에어서울에 대해서는 면허를 승인한 반면, 이후 신규 항공사업 면허 신청권에 대해서는 모두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그 이유로 과당경쟁 우려, 항공업계 인력난 심화 등을 뽑았다.

최근 5년간 국내항공운송산업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객운송실적은 연평균 8.4%, 국제선여객운송실적은 연평균 10%다. 여기에 연도별 항공 이용객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항공사업 면허를 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이런 비판이 이어지자 국토부는 지난 10월 신규 항공사업 심사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구설수를 피할 수는 없었다. 면허 발급 기준을 다시 항공기 5대, 자본금 200억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권고에 따라 바꿨을 뿐, 기준을 높인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내년 1월 신규 항공사 발표

국토부에 따르면 신규 항공사업에 관한 발표는 내년 1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진 관련 내용은 베일 속이 감춰져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이번 항공사업 면허를 몇개나 승인할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고 했다. 현재로선 과거 국토부가 발언 등으로 봤을 때 1개에서 많아도 2개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대형항공사와 관련 계열사가 국내선 6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업체가 제대로 자리잡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는 아시아나 항공 계열사인 에어서울을 통해 드러난다. 에어서울은 올해 2분기 영업손실 53억원을 기록했다.

항공은 초반 마케팅 비용과 감당해야할 적자폭이 크다. 게다가 초반 부진을 이겨내도 얼마나 많은 점유율을 확보할지 미지수다. 현재 국내 많은 LCC의 국내 점유율은 10% 이하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최소한 2개 이상의 신규 항공사업 면허를 승인해야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항공사 독과점과 밀실회의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되자,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항공면허자문회의를 항공사업법에 근거한 심의위원회로 전환하는 내용의 항공사업법 개정안을 지난 6일 대표발의했다.

티웨이에서 운용 중인 항공기(사진=티웨이홈페이지)
티웨이에서 운용 중인 항공기(사진=티웨이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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