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청정하다'고 소문 난 술에서 총대장균군이 나왔고, 막 개봉한 분유에서 털이 묻은 코딱지가 나왔다. 벌써 우리 뱃 속에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햄에서는 대장균이 검출됐다고 한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먹거리 이물질' 논란이 소비자들의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반면 이른바 '가해자'로 지목된 기업들은 대체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물 혼입 원인을 밝히기 위해 외부 용역 조사를 의뢰하는 등 시정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수질 부적합 판정' 한라산소주…"확실한 점검 위해 자발적 의뢰"  

지난 8월에는 한라산소주의 본사 생산 공장 지하수 수질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한라산소주에 사용된 지하수의 pH농도는 8.7로, 기준치인 5.8~8.5를 넘었다. 또 분뇨배수 등에서 발견되는 총대장균군도 함께 검출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근 양돈농가들에서 축산폐수가 흘러 들어와 오염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에 지난달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한라산소주에 시설 개보수 명령을 내렸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한라산소주는 해저 95m의 화산암반수를 사용해 만드는 청정한 술이라고 잘 알려져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이 받은 배신감은 더 컸다. 하지만 한라산소주 측은 논란 이후 "다시 수질 검사를 받아 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지하수 오염 논란은 억측이라고 주장했다. 

지하수 수질 부적합 판정에 대한 원인을 묻는 질문에 한라산소주 관계자는 "신공장을 준공하는 과정에서 기존 공장 부지 내 기계설비를 이전해야 했다. 위생이 우려돼 물량을 미리 확보한 상태에서 생산과 운영을 20일 동안 중단했다. 이번 검사 역시 우리 측에서 공사 이후 위생을 재점검하기 위해 보건환경연구원에 자발적으로 의뢰한 것이었다"며 "부적합 판정은 물의 장시간 미사용으로 인해 발생한 결과였다.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고 못 박았다. 

한라산소주가 축산폐수로 오염된 지하수로 소주를 만든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한라산소주의 경우 수소이온농도가 8.7이 나왔는데, 일반적으로 pH 7이하일 경우 산성이고 pH 7이상일 때는 알칼리성을 띤다. 오히려 산성보다 알칼리성에 더 가까운 수치이기 때문에 축산폐수와는 무관하다는 게 한라산소주 측 입장이다. 

한라산소주는 논란 불식을 위해 윤성택 고려대 환경지구화학 교수에 수질 관련 전문용역을 위탁한 상태다. 연구용역의 최종결과는 이달 내로 나올 예정이다. 

한라산소주 측은 "식약처의 시설 개보수 명령에 따라 설비 보강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오존설비 추가 마련에 힘 쓰고 있다"고 했다.

(이미지=한라산소주)
(이미지=한라산소주)

'세균 검출' 청정원 런천미트 "공정 하자 無…원인 규명할 것"

대상 청정원의 런천미트 제품에서도 세균이 검출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청정원 런천미트 제품 가운데  2016년 5월17일자 제조품에서 세균발육 양성 판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대상 캔햄 전 제품의 생산과 판매가 잠정 중단됐다. 통조림은 멸균 제품으로 분류돼 세균이 검출돼선 안된다. 대상 청정원 측은 "멸균 등 제조 공정에 하자는 없었다"며 "정확한 원인 규명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런천미트 세균 논란은 앞서 한 소비자가 제품에서 이물질을 발견하고 이를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시민들은 멸균제품에서 세균이 발견된 것에 대해 불안감을 드러냈고, 이는 멸균 식품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식약처는 세균 검출로 회수 조치된 청정원의 런천미트 제품에 대해 "충남 소재의 동물현장시험소를 현장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상 관계자는 "회사 내에서도 자체적으로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주 말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여타 검사 결과를 보고 기업 차원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앞서 대상은 지난달 24일 임정배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회수 대상 제품에 대해 전량 환불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 외에도 캔햄 전 제품에 대해 원할 경우 환불 조치할 방침이다.

(이미지=대상 청정원)
(이미지=대상 청정원)

'이물 발견' 분유 임페리얼XO...남양유업, '사과'보단 '정면돌파'

남양유업 분유 제품에서도 이물질이 발견됐다. 지난달 말 한 소비자가 막 개봉한 남양유업의 '임페리얼XO' 분유에서 코딱지로 추정되는 이물질을 발견했다고 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남양유업 측은 지난달 30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분유 제조 공정상 이물질 혼입은 불가하다"며 외부기관의 이물질 정밀검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정인 남양유업 대표이사는 "전공정 자동화된 분유생산과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해당 이물질이 혼입됐다는 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인 주장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최근 분유 이물질 억측이 소비자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면서 "이번 논란을 오히려 기회 삼아 남양유업의 분유 설비와 생산과정의 투명성을 입증하겠다"고 덧붙인 바 있다.

남양유업에 따르면, 분유제품의 원료 투입부터 제품 포장까지 25단계의 전공정이 자동화돼 있어 외부 이물질 혼입이 봉쇄된 상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원인 규명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지난 9일, 세스코 식품안전연구소와 고려대 생명자원연구소로부터 분유 제조 공정상 이물질 혼입이 불가능하다는 정밀검사 의뢰 결과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남양유업은 보도자료를 통해 두 검사기관이 해당 분유이물질을 '섬유질과 털이 용고된 동물성 이물'로 판단해 공정 상 유입 가능성을 희박하게 측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외부 차단의 인라인 생산방식을 통한 제조공정에서, 해당 이물이 현재의 형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번 논란은 그 자체만으로 분유 이물질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을 확산시켰다. 남양유업은 진화를 위해 오는 20일과 22일,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공장과 분유생산라인의 견학 일정을 제공하고, 공정 평가를 위탁할 예정이다. 아울러 일반인도 분유 제조 공정을 볼 수 있도록 공장을 상시 개방하기로 했다. 관련 영상도 제작해 많은 사람들이 생산설비의 철저한 공정을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미지=남양유업)
(이미지=남양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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