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기술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발전 속도가 더뎌지면서 ‘무어의 법칙’도 폐기됐다. 요소 기술을 꽁꽁 숨겨가며 설계·제조로 세계 반도체 기술을 선도했던 국내 반도체 대기업도 소재·장비 협력사에 문을 열었다. 

국내에는 이미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테스트학회 등 다양한 반도체 관련 학회가 존재한다. 대한전자공학회 안에도 반도체소사이어티가 별도로 있다. 다른 학회들이 상용 기술 중심으로 연구를 한다면, 이 학회는 좀 더 미래 기술에 집중한다. 

대한전자공학회 반도체소사이어티 SoC설계연구회가 한국반도체산업협회, 한국반도체연구조합과 함께 지난 25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제1회 반도체 산·학·연 교류 워크샵’에서 오간 미래 반도체 기술에 대해 정리해봤다. 

제1회 반도체 산학연 교류 워크샵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KIPOST
제1회 반도체 산학연 교류 워크샵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KIPOST

손보익 실리콘웍스 대표는 세계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처한 현실을 소개하고,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해야할 일을 현장의 관점에서 제안했다. 

손 대표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이 중심이 되는 시대가 오면서 업계 간 협업 및 산업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고 그만큼 기존 반도체 업계도 위험을 느끼고 있다”며 “하지만 기회는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부품과 부품 사이 신호를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석해주는 인터페이스와 친환경 에너지를 위한 핵심 반도체인 전력 반도체, 아날로그 신호를 세밀하게 분석해주는 알고리즘 및 디지털 회로에 기회가 있다고 점찍었다.

자동차, AI 등 중소업체들이 쉽게 진입할 수 없는 시장은 핵심 설계자산(IP)부터 확보, 칩리스(Chipless)에서 반도체 설계(Fabless)로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산·학·연·관의 선순환 생태계도 제시했다. 완성품 업체들은 주도적으로 협력을 이끌어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정부는 기업들이 여력을 투입하기 힘든 장기 협력 연구개발(R&D) 과제를 내 요소 기술 확보 및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며, 학계에서는 현장에 걸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식이다.

손 대표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기술 난이도가 높아 각자 전공한 부분 외엔 알지 못하는데, 실질적으로는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설계 구조(Architecture)를 중심으로 반도체 설계부터 세트까지 아우르고 기술 마케팅까지 할 수 있는 양수겸장의 인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와 학계를 넘나들며 국내 반도체 연구를 이끌었던 박영준 지파랑 창업자(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도 기조연설자로 나서 ‘무어의 법칙’ 이후 업계 기술 변화를 설명했다.

먼저 반도체 회로가 미세화되면서 ‘패킷’에 불과했던 전자는 기술 발전의 장벽이 될 수도 있고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전자가 결합(bond)된 분자와 전자띠(band electrons)가 각각 국지(local), 비국지(nonlocal)적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기존 반도체에 적용해왔던 물리학의 범위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전공정 업체들이 후공정으로 진입하면서 재배선층(RDL) 등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내고 있고, 칩과 칩 사이, 시스템인패키지(SiP) 사이, 인쇄회로기판(PCB) 사이를 연결해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는 광커넥터도 각광받고 있다.

박 교수는 “물리학 등 반도체의 기초 학문을 다시 들여다보고 반도체 전공책을 다시 써야할지도 모른다”며 “양자 컴퓨팅 등도 물리학과 반도체의 역량이 합쳐져야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행사에서는 업계 최신 소식은 물론, 반도체 분야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우수 연구결과를 공유했다. 한편 기업설명회와 취업간담회도 진행됐다. 올해 첫 행사는 업계와 학계를 중심으로 개최됐지만, 내년에는 정부와 연구기관도 행사에 참여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업계를, SoC설계연구회는 학계를, 한국반도체연구조합은 연구계를 각각 대표한다. 이들은 이 행사를 매년 개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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