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지난 4월 네이버노조가 설립된 데 이어 카카오에도 노조가 생겼다. 지난 24일 저녁,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카카오 지회는 노조 별칭을 '크루 유니언'으로 정하고 창립을 선언했다. 카카오가 직원을 부르는 명칭 ‘크루’에 노조, 조합(union)을 합성한 것이다.

크루 유니언은 "공개와 공유를 통한 소통을 최선의 가치로 삼고 있던 카카오에서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해지고 있다"며 창립선언문을 시작했다. 이어 "최근 카카오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포괄임금제 폐지나 분사에 따른 동의 과정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이 아니라면 크루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며 "당장 분노를 표현해야만 하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함께하여 우리의 삶을 진전시킬 수 있다면 부딪치고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 또한 "올 봄 싹 틔운 인터넷 업계 첫 노동조합이라는 새싹이 청명한 가을 카카오 크루 유니온이라는 열매로 이어진 것처럼 카카오 크루 유니온이 IT업계에 변화를 일으키리라 기대합니다. 그 변화는 다시 한 번 IT업계를 진전시키는 힘이 될 것"이라며 카카오 노조 설립에 힘을 보탰다.

카카오 노조의 출범으로 네이버, 넥슨, 스마일게이트에 이어 판교의 노조 바람이 더욱 거세졌다.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다음은 '크루 유니언'의 창립선언문 전문이다.

크루와 함께 성장하는 카카오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카카오는 안녕한가요?  

공개와 공유를 통한 소통을 최선의 가치로 삼고 있던 카카오에서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해지고 있습니다. 책임 있는 결정과 비판은 보기 어려워졌고 신뢰/충돌/헌신의 가치는 기성세대의 유행가처럼 입안에서 맴돌 뿐 현실의 삶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는 기대와 설렘은 잊히고 답답한 마음에 이직이 최선의 대안이 되는 현실입니다.

우리의 카카오는 정말 안녕한가요. 

우리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위와 같은 독백이 주위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각자의 의문과 고민을 가지고 있지만 공동체 내에서 이야기되지 못하고 점점 더 많은 크루들이 카카오라는 공동체에서 밀려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정리해고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노동조합은 일상처럼 회사에 존재하는, 지극히 합법적인 공동체의 한 요소입니다. 최근 카카오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포괄임금제 폐지나 분사에 따른 동의 과정에 대해서도 노동조합이 아니라면 크루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습니다. 모두가 당장 분노를 표현해야만 하는 문제가 아니더라도, 함께하여 우리의 삶을 진전시킬 수 있다면 부딪치고 움직여야 합니다. 

크루의 성장에 노동조합이 함께하겠습니다.  

그동안 IT업계에 노조가 없었던 것은 개인주의적 분위기 때문이 아니라 탄력적인 사업구조로 인한 불안한 고용환경이 근본적인 원인입니다. 빈번한 업무 변화에 적응하며 상대평가를 받아야 하고 성과보상에 관해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개인이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는 환경에서 회사와 크루가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개인의 기량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집단의 힘과 의지가 뒷받침되어야 크루의 발언력이 커지고 회사와의 실질적인 대화와 협의가 가능할 것입니다.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복원하고 카카오의 중요한 결정에 크루의 의견을 담을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일방적인 지시가 아닌 인권과 자존을 지키며 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충분한 정보와 충분하지 않은 피드백을 통한 성과보상 방식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어야 합니다. 회사의 성장만이 아닌 크루와 함께 성장하는 카카오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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