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달 25일,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회장의 한마디에 정말로 월급이 고스란히 포인트로 적립되어 있었다.”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최근 판교의 스타트업 노동자 사이에 화제가 된 단편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장류진, 창작과비평)의 한 구절이다. 소설은 회장에게 밉보여 월급을 카드포인트로 받은 직원의 이야기를 주요 모티브로 한다.

설마 월급이 카드 포인트로 지급될 일이 있겠냐 싶지만, ‘월급의 포인트 지급’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지난 2015년, 현대카드의 한 임원은 회사 포인트 활용성을 경험해보기 위해 월급을 포인트로 받았다. 이유는 포인트 제도 담당으로 직접 체험해본다는 뜻이였다.

그러나 이제 의도와 상관 없이 모바일 결제 수단의 확장과 현금 없는 사회의 움직임은 일반 시민에까지 ‘월급의 포인트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어차피 결제만 하면 되지 않나?...이미 현금은 없다

우리 사회에서 현금은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행의 ‘2016년 지급수단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성인 기준으로 50.6%가 신용카드를, 15.6%가 체크·직불카드를 사용했다. 현금을 대금 지급수단으로 이용하는 비율은 약 25%에 그쳤다. 

이마저도 줄어드는 추세다. 그 방증은 현금 결제를 피하는 소비시장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현금 없는 매장’을 선언한 이래, 전국 403개 매장에서 현금 결제 시스템을 없앴다. 전국 1240여 개 스타벅스 전체 매장의 약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금이 없는 월급' 즉, 직장인이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의 활용성만 보장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사진=플리커)
'현금이 없는 월급' 즉, 직장인이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의 활용성만 보장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사진=플리커)

“제발 카드로 결제하라고 외치죠” 

당시 스타벅스는 “현금 결제 비율이 평균 0.2%로 대폭 줄었다”고 ‘현금 없는 매장’의 확장 이유를 밝혔다.

스타벅스는 현금 사용자를 위해 ‘스타벅스 카드’를 통한 충전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모바일 주문과 연동되기 때문에 사실상 ‘현금 없는 결제’에 가깝다. 

카페 뿐만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현금은 사라지고 있다. CU에 따르면, 2010년 초반 10%에 불과했던 카드 결제 비중은 2016년 55.1%를 기록했으며, 점점 상승하고 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카드 결제를 반긴다.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손님이 오면 제발 카드로 결제하라고 속으로 외친다”며, “카드로 해야 정산도 쉽고, 일하기도 편하다”고 말했다.

점점 실생활에서 있어 현금이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포인트를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은 세계가 도래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현금 없는 매장'를 선언하며 결제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있다.(사진=플리커)
스타벅스는 '현금 없는 매장'를 선언하며 결제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있다.(사진=플리커)

월급, 노예가 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소설의 사례처럼 현금 없는 사회를 앞서가는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든'이라는 ICT의 연동성과 연계성은 ‘결제에 현금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결론을 만들어낸 셈이다.

그 계기는 블록체인으로 촉발된 가상화폐가 대표적이다.

최근 투자·증권 전문 회사 토마토그룹은 임직원에게 급여의 일정 부분을 가상화폐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현금 대신 지급되는 가상화폐는 ‘통통코인’이라는 그룹에서 발행한 코인이다.

토마토그룹은 공지 메일을 통해 “통통코인의 저변확대와 성공적인 안착을 위하여 이제 우리 임직원 여러분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할 때”라면서 “회사에서는 통통코인의 유통 확대와 임직원의 사용 기회 증진 및 실질적인 혜택을 위하여 확대 방안을 시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팀장, 부서장, 임원급은 급여 수령액의 30% 이상, 팀장 외 직원 등은 10% 이상 월급 대신 ‘통통코인’으로 지급된다. 

물론 전체 임직원 중에서 희망자를 대상이며, 5% 이상의 추가 혜택을 줄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반응은 좋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회사의 지급 정책에 대해 '의견 없다'고 답변하겠다”며, “아무리 블록체인와 가상화폐가 대세인 것은 알지만 아직 월급을 대체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일에는 “임직원 여러분들의 열린 마음과 회사의 사업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애사심을 기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토마토그룹은 월급 일부를 통통코인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코인통 갈무리)
토마토그룹은 월급 일부를 통통코인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코인통 갈무리)

토마토그룹 직원은 ‘통통 코인’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처분할 수 있으며, 사내 식당과 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식당과 카페는 오직 통통코인으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가상화폐 ‘통통 코인’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통'에서 거래할 수 있다. 코인통은 증권정보 전문업체 이토마토를 대주주로 둔 주식회사로, 토마토그룹 소속이다.

지난 9월 4일부터 거래 시작한 ‘통통코인’은 150원으로 시작, 10월 24일 기준으로 149원이다. 지금까지 상한가 159원, 하한가 135원을 기록 중이다.

카드포인트도 세금을 내야 하나요?

'현금 없는 사회' 기조 때문이 아니라도 가상화폐를 비롯해 포인트 등의 '준'화폐의 월급 침탈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은 신용카드 포인트를 1원처럼 현금화할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일정 규모 이상 포인트가 적립되지 않으면 사용이 어렵게 제한한 카드사의 꼼수를 푼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11월까지 각 카드사의 포인트를 현금화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포인트의 현금화'은 자연스럽게 ‘현금의 포인트화’를 가능케 한다. 대표적으로 복지포인트가 있다.

2005년 만들어진 ‘복지포인트’란 공무원 연금매장과 병원, 피트니스클럽, 서점, 등산용품점, 의류점, 일부 백화점 및 식당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 지급액은 지자체마다 다르며, 박남춘 인천시장이 2017년 국회의원 당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략 1인당 300∼2881포인트 사이다. 1포인트당 1000원처럼 사용할 수 있음으로, 30만원에서 288만원 가량이다.

이는 반대로 보면, 월급 대신 연간 포인트를 받는 꼴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한 지자체 공무원의 경우, 연간 기본 160만원 가량을 받는다면, 이는 매달 약 14만원 현금을 포인트로 받는 것이다.

문제는 월급은 원천징수 대상이 되지만, 복지포인트는 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민간기업은 물론 공기업, 사립학교 교원이 받는 복지포인트는 과세하면서도 공무원 포인트에는 징수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제도의 ICT 기술 방관이 기업의 꼼수를 부른다

카드포인트도 마찬가지로 관련 과세 제도는 없다. 

세무법인 한 관계자는 “일부 자영업자가 현금으로 탈세했듯 항상 과세의 빈틈은 있다”며,  “현금와 포인트가 같이 사용되는 상황에서 핀테크, 가상화폐 등 결제 영역의 확장도 역시 빈틈”이라고 지적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포인트 월급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월급 즉, 직장인이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의 활용성만 보장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물론 가능하지 않더라도 강제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현재 정부는 가상화폐를 비롯해 포인트 등 현금 이외의 수단에 대해 현물 가치나 통화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마땅히 과세 대책을 만들 필요도 없는 셈이다.

세금 징수 관련 업계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기존 금융제도 영역의 ICT 방관은 결국 기업으로 하여금 탈세 꼼수를 부추기는 셈”이라며, “과세 대책 또한 관련 기술 발전에 맞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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