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지난 18일 올해 경제성장률을 2.9%에서 2.7%로 다시 한 번 낮췄다. 올해 7월 3%에서 2.9%로 하향한 이후 2번째다. 물론 경제성장률이 수정되는 일은 매년 반복됐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은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민간연구기관까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높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쏟아내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가 1년간 얼마나 성장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국내총생산량인 GDP가 얼마나 증가했는지가 실질적인 기준이다. GDP는 한 나라에서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가 창출한 부가가치와 최종 생산물을 평가한 합계를 뜻한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2년 이후 완만하지만 꾸준히 상승했다. 전년대비 2013년 2.9%, 2014년 3.3%, 2015년 2.8%, 2016년 2.9%, 2017년 3.1%로 평균 3%대 성장률을 유지했다. 이런 까닭에 한은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경제성장율이 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한은은 이후 7월과 10월에 걸쳐 두번이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해야 했다.

다른 경제관련 연구기관들도 마찬가지다. OECD는 0.3% 포인트 낮춘 2.7%로 발표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2.9%로 0.1%포인트 내렸다. 국내 대부분의 민간연구기관들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2% 중후반대로 점쳤다.

물론 지난 22일 국정감사에서 나온 지적처럼 기관의 예측과 실제 경제성장률에는 오차가 있다. 그러나 국내·외 모든 기관들이 하향을 예측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존재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LG경제연구원 강준구 연구원은 "한은이 경제성장률을 낮췄지만 이것이 경제침체기라기엔 아직 시기상조다"라면서도 "성장 정점을 지나 완만하게 낮아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어 대책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최근 10년간 경제성장률(자료=통계청)
최근 10년간 경제성장률(자료=네이버)

경제성장률이 떨어진 원인에 대해 강 연구원은 고용과 투자 악화를 지적했다. 실제 설비투자는 올해 3월 이후 계속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은 전달보다 1.4% 줄었다. 6개월째 이어진 감소세다. 앞서 정부가 사회간접자본 관련 예산을 줄인다고 발표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그간 악화된 부동산 시장에 건설 투자 위축까지 더했다. 반도체 업체의 투자 감소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달 반도체 생산설비 관련 기계류 투자는 3.8% 줄었다. 그만큼 우리 경제의 앞날이 장밋빛은 아니다. 반도체가 그동안 수출과 투자 부분에서 맏형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고용 흐름은 심각한 수준이다. 올 1월 33만4000명을 기록했던 취업자는 2월 들어 10만4000명으로 떨어졌다. 이후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다 7월과 8월에는 각각 5000명, 3000명으로 추락했다. 9월에는 취업자 수가 일부 회복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작년 평균 취업자는 31만6000명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금리 인상, 국제유가 상승 등이 대외 불확실성을 키웠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적을 받은 중국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9일 올해 3분기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6.5% 상승했다고 밝혔다.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미·중 간의 무역전쟁이 계속될 경우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과의 수출 비율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한은을 비롯한 다른 기관들은 내년 경제성장률도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한은은 2.7%로 예상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은 2.6%에 불과하다. 다수 기관에서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3.7%대로 예측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내년에도 경기가 살아나기 어렵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강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지난 24일 정부가 내놓은 방안처럼 일자리를 늘리거나 유류세를 인하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이외에 국내 인구 고령화 문제, 소득주도 성장 등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잠재성장률을 높여주는 사회 구조조정을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국제수지 기자간담회를 하는 노충식 금융통계부장(사진=한국은행 홈페이지 관련 영상 갈무리)
지난 8월 국제수지 기자간담회를 하는 노충식 금융통계부장.(사진=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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