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이슬 같은 깨끗함. 한 광고 영상에 등장하는 멘트다. 이 문구만 가지고 소주 광고 중 일부라는 사실을 과연 몇명이나 짐작할 수 있을까. 실제로 참이슬 광고에는 깨끗하다 또는 비슷한 의미를 가진 이슬이라는 단어가 반복해서 나온다. TV 광고가 불가능한 담배에는 순하다라는 표현을 못쓰게 막은 것과는 정반대다. 심지어 참이슬을 비롯한 주류 광고에는 아이유와 수지 등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연예인이 출현한다. 때문에 "같은 죄악세로 묶인 술과 담배인데 왜 술은 경고 문구가 없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는 "담배가 술보다 해로운 것일까"라는 오해를 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담배와 술, 모두 몸에 좋지 않다. 일단 담배에는 일반적으로 담배에는 5000여가지가 넘는 유해물질이 배출된다고 알려졌다. 그중 가장 많이 배출되는 니코틴은 중독 증상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이밖에도 벤젠이나 벤조피렌 같은 발암 물질도 다수 검출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사망 원인은 암(27.6%, 10만명 당 사망률 153.9명)이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암 중에선 폐암(35.1명)이 가장 높았다. 국내 여성 암 사망률 1위도 폐암이다. 사망자 중 대다수가 비흡연자였다. 많은 사람들이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이는 간접흡연의 탓만은 아니다. 폐암은 흡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원인이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연구에 의하면 유전적 특성, 요리 매연, 라돈 등이 폐암 발생률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담배 경고그림을 넣은 이후로 흡연률은 줄었을까. 복지부는 2017년 흡연율 조사결과를 다음달에 발표한다고 전해 정확한 수치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궐련형 전자담배 덕분에 일반 담배에 소비량이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적인 흡연량 감소는 미비한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 미비한 수준마저 경고그림의 영향보다는 금연을 권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오히려 경고그림은 해당 그림을 가리기 위한 담배 케이스 산업만 늘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만 가중된 셈이다.

깨끗함을 강조하는 '참이슬' 광고(사진=하이트진로 홈페이지)
깨끗함을 강조하는 '참이슬' 광고(사진=하이트진로 홈페이지)

그럼 술은 어떨까. 술은 대장암을 비롯한 알코올성 간질환(지방간, 간경변)에 걸릴 확률을 높힌다. 정신적으로는 알코올 의존증을 유발한다. 통계청은 지난해 인구 10만명 당 알코올 관련 사망자는 9.4명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대비 1.1% 올라간 수치다. 지난해 대장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10만명 당 14.6명이었다. 

문제는 음주는 흡연과 달리 다른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힌다는 점이다. 바로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와 강력범죄 등이다. 도로교통공단은 음주운전으로 인해 월 평균 1620건의 사고가 발생한다고 발표했다. 하루 평 54.2건, 월평균 36명이 사망하고 2780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청에 의하면 지난해 폭력사범(37만8000명) 중 31.5%(11만9000명)이 주취 상에서 저질렀다. 일명 주폭 특별단속 기간 중 검거한 사람은 1만9010명이었다. 

공무집행방해사범 중 71.4%는 주취 상태였다. 응급실에서 일어난 폭언 폭행 성추행 등으로 인한 고소건수는 올 상반기 582건이다. 이 68%인 398건이 주취상태에서 일어났다. 주취자에게 폭행 당한 소방대원은 올 상반기에만 86건에 달한다. 특히 지난 5월에는 한 소방관이 주취자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사고가 전해지기도 했다.

음주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은 자식에게도 대물림 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 중 한 사람이 알코올 중독자일 경우 자녀가 커서 알코올 중독자가 될 확률은 1.5배에서 3배가량 높다. 이들이 알코올 중독자가 되지 않더라도 주의력 결핍장애,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알코올 치료센터 관계자는 "알코올 중독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다. 우리나라의 관대한 술에 대한 문화가 알코올 중독을 좀 더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사회적인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술과 담배에 대한 차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참고하면 보다 명확해진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2013년을 기준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9조4524억원이라고 발표했다. 흡연은 7조1258억원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12월23일부터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에 새로운 경고그림을 넣을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관계자에게 주류에는 경고그림이 들어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묻자 "국민건강진흥법 개정안에 따라 담배에는 경고그림이 들어가지만 현재 주류에 대해서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법이 제정되지 않는 이상 주류에는 경고그림을 넣은 계획이 아직 없다"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담배 경고그림(사진=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담배 경고그림(사진=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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