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환율보고서, 뜸들였지만 결과는 현상유지...한국은 또 '환율 조작 후보국'
美 환율보고서, 뜸들였지만 결과는 현상유지...한국은 또 '환율 조작 후보국'
  • 신민경 기자
  • 승인 2018.10.1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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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 17일(현지시각) 환율보고서를 발표한 가운데, 중국이 환율 조작국 미지정으로 결론 났다. 미·중 무역 전쟁의 격화로 일각에서 제기되던 중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 우려도 불식됐다. 우리나라는 중국, 일본 등 5개국과 함께 '환율 조작 후보국'으로 분류됐다. 지난 9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안이 발표된 이후 정부가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를 위해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이 다시 환율 조작 후보국으로 선정된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미국 환율보고서는 매년 4월과 10월, 1년에 두 차례 발간된다. 환율 조작 여부 판단 시 미국은 각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외환시장 개입 규모' 등 세 가지 항목을 고려한다. 

주요국 평가 (자료=기재부)
주요국 평가 (자료=기재부)

먼저 '무역수지'는 대미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값을 일컫는다. 미국은 무역수지의 기준을 200달러로 두고, 이를 넘기는 국가는 환율 조작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미 무역흑자가 210억 달러로, 229억 달러을 기록했던 4월 보고서 대비 감소하며 감소추세로 전환됐다. 이는 사실상 서비스수지 적자를 포함할 경우 70억 달러 수준이다.

그리고 '경상수지' 항목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GDP 대비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국가에 한해, 재재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정한 기준은 3%다. 우리나라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5.1%를 기록하며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이번에도 4.6%로 기준 비율보다는 높은 수치지만 매회 발표되는 보고서에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띠고 있다.

마지막으로 '외환시장 개입 규모' 항목이다. 미국은 달러 순매수 규모가 GDP 대비 2%를 넘는 국가의 경우, 지속적 일방향 시장개입을 통해 환율을 조작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나라는 0.3%를 기록하며 기준에 미달했다. 미국은 이같은 수치를 두고, 한국이 작년 11월과 올해 1월 원화절상 속도 조절을 위해 매수 개입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원화가 절하되면서 일부를 매도 개입한 결과로 풀이했다.

주요국 평가 (자료=미 상무부 환율 보고서)
주요국 평가 (자료=미 상무부 환율 보고서)

이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국가는 환율 조작국,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하면 환율 조작 후보국으로 분류된다. 이번 보고서를 포함해 현재까지 환율 조작국의 전례는 없다. 

중국의 경우 지난 4월에 이어 이번에도 한 개 항목의 기준만 초과했으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또 환율 조작 후보국으로 지목됐다. 미국은 보고서에서 위안화의 가치 하락을 우려하며 향후 6개월간 이번 결정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외환시장 투명성 강화를 강력히 촉구하며, G20 당시 경쟁적 평가절하를 위한 환율 타기팅을 지양하겠다고 약속한 부분을 지켜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미 무역에서 최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에 환율 절상 압력을 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위안화는 중장기적으로 강세가 전망된다. 올해 들어 위안화와 원화의 동조가 심화하고 있어,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도 잇따라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함에 따라 한국의 시장 개입이 점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안덕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중 환율 전쟁에 이미 한국은 타격을 입고 있다. 실제로 2017년 상품 수출 현황을 보면 중국은 오히려 대미 수출 비중이 크게 확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며 "미국 보호무역주의의 유탄을 유독 우리나라가 크게 받고 있어, 자국 기업들이 고초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미지=The Verge)
(이미지=The Verge)

미국은 지난 2016년 트럼프 정부 출범 시점부터 한국을 '환율 조작 후보국'으로 지정해 왔다. 대미 흑자와 경상 흑자, 두 가지 조건에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지난 9월 24일 한·미 FTA 개정안이 상호 민감 품목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원만히 타결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이 환율 조작 후보국으로 선정된 것이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안덕근 교수는 "미국은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NAFTA를 새로운 협정인 USMCA로 대체하자고 요구했고 이에 성공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비교적 손해보지 않고 협상을 끝냈다. 또 기재부와 한은이 지난 5월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공개키로 했지만, 이에 대해 명문화한 것이 없고 현재까지 정부에서 국내 외환시장의 투명성을 입증할 정도로 눈에 띄는 활약이 없었다. 환율 보고서가 정한 기준을 충족할 만큼 변화된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조작 후보국으로 현상유지한 것으로도 안도할 일이다. 만일 중국이 조작국으로 지정되면, 한국도 그 유탄을 피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 적자 해소와 일자리 창출 등을 정책 기조로 내건 트럼프가 잇단 FTA 재협상, 과도한 반덤핑 관세 부과, 환율보고서 발표와 통화 가치 절상 압박 등을 통해 각국 환율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미·중 양국 관계의 냉각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외환시장 개입 내역 공개를 통해 미국의 통상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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